또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또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11.2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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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시인

 
1월을 맞이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이라니...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누구라 할 것없이 세월의 빠름을 느낄 것이다.
음식은 먹을수록 포만감을 느끼는데 왜 나이는 먹을수록 허전해지는 것일까.
쉴러는 시간의 흐름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하는 것"이라고..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이 허전해지는 것은 과거의 정지된 시간이 쌓여갈수록 아쉬움이 그만큼 많은 탓일게다.
세월이 유수라고 시간을 물쓰듯 써버린 후회 탓일게다.
산다는 것은 숨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뜻있는 일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라진 과거는 그대로 묻으라. 그리고 활동하라. 이 숨쉬는 현재에서만이 우리의 심장이 있다.
아무리 즐거운들 미래를 어찌 믿으랴"는 롱펠로우의 말을 위로 삼으며,
그대들이여! 화살처럼 지나가버리는 오늘에 충실하라. 그리고 미래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갖기를..
무엇보다 아침에 깨어나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잠들 수 있는 오늘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를..
사랑보다 찬란한 보석이 없음을 정녕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를 미워한 날이 더 많았던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믿음보다 진실한 빛이 없음을 가슴으로 새기고 새겼어도 불신의 늪으로 높은 울타리만 쌓았던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용서보다 아름다운 향기가 없음을 진실로 깨닫지 못하고 반목의 싸늘한 바람만 불어왔던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비우고 낮추라는 말이 정녕 옳은 줄은 알지만 부질없는 욕심의 씨앗만 키워왔던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 변명으로 포장한 고집과 아집으로 고요한 자성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끝내 용서하지 못하고 끝내 홀로인 고독의 외딴방으로 어리석게도 스스로 자신을 가둬버린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나만 잘 살고 나만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불치의 이기심을 버리지 못한 채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뒤돌아서 당신을 비난했던 슬기롭지 못한 나를 용서하세요.
지혜롭지 못한 나를 용서하세요.
12월의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니 곧 하얀 눈이 펑펑 올 것 같습니다.
그때, 내 마음의 천사도 함께 왔으면.. 오늘은 왠지 하얀 눈길을 걷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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