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 다른 추억
같은 장소 다른 추억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8.1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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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관광계열 교수
개인마다 다녀온 관광지에 대한 추억이 각양각색이다. 같은 장소라도 좋은 추억을 담아 온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고생스런 여행경험으로 인해 기대 이하의 추억을 가지고 온 사람도 있다.   디즈니월드로 놀러간다면 여러분은 어떤 기대를 가지겠는가. 동심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궁전속의 인형들과 신나는 놀이기구 등을 대부분 기대할 것이다. 나 역시 같은 기대를 가지고 길을 떠났었다.
미국유학 시절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아 플로리다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월드로 여행갈 계획을 세웠다. 함께 공부하고 있는 선배언니, 나, 그리고 아이들은 출발 두 달 전부터 마음은 플로리다에 가 있었다. 자동차는 우리가 사용하던 것으로 직접 운전하고 밑받찬과 밥솥을 트렁크에 싣고 지도를 준비하고 올랜도에 있는 스위트룸을 예약했다. 그 스위트룸은 저렴하면서도 넓고 무엇보다 밥을 해먹을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공부하고 있었던 메릴랜드 주에서 플로리다까지는 편도 이틀을 꼬박 운전해서 가야할 만큼 멀었지만 교대로 운전하면서 아이들과 노래도 부르고 지도를 보며 찾아가니 이틀이 금세 지나갔다. 도착하여 다음 날 아침식사를 하고 카운터를 지나가는데 ‘디즈니월드 공짜표’라는 말이 눈에 번쩍 띄었다. 유학생에게 공짜표의 값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가서 문의를 했다. 방법은 일정 금액 이상 연소득이 있는 사람이 본인들의 사업설명만 들으면 바로 그 공짜표를 준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때 공부를 하며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건에 해당 되어 일행을 호텔에서 기다리게 하고 공짜표를 얻기 위해 지정장소로 출발했다. 출발한 시간이 아마 오전 9시 전후였을 것이다. 지정장소로 이동하여 들은 설명은 바로 콘도구매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 설명을 듣고 콘도부지를 한 바퀴 돌고 또 설득당하는 과정을 오후 2시경까지 되풀이하였다.
유학생이었던 나는 학업을 마치면 바로 귀국해야하므로 콘도가 필요 없다고 해도 다른 나라에 있는 건물까지 보여주며 끈질기게 설득을 계속하였다. 아!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단 말인가. 결국 2시가 넘어 구매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완전히 파악한 후 그 공짜표를 얻을 수 있었지만 광활한 디즈니월드로 들어간 시간은 오후 3시가 넘어서였다. 이틀을 돌아도 다 못 본다는 디즈니월드를 너무 늦게 들어가게 되어 마음이 급하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차장 위치확인도 잊은 채 서둘러 들어갔다. 시간절약을 위해 두 엄마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탈 것과 타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며 전략을 짰다. 놀이기구 중 물썰매를 마지막에 타게 되어 모두들 옷이 흠뻑 젖었다. 그리고 문 닫을 시간에 나왔다.
그러나 그 하루는 녹록치 않았다. 어느 주차장에 차를 세웠는지 기억하지 않아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이리저리 헤매게 된 것이다. 12개나 되는 주차장에서 불빛도 없이 어떻게 차를 찾는단 말인가. 결국 경찰의 도움을 청했다. 우리가 입장한 시간을 말했더니 그 시간쯤 안내되었던 대략적인 장소로 이동하여 경찰차의 헤드라이트를 주차된 차마다 밝혀갔다. 약 30분 넘어 그렇게 하나하나 찾다가 드디어 우리차를 발견하고 호텔로 오니 새벽 1시경이었다.
사실 디즈니월드의 입장은 그 날로 끝을 냈다. 대신 플로리다 해변의 A1A도로를 따라 끝도 보이지 않는 대서양을 바라보며 답답했던 마음을 풀었다. 대서양 너머에 있는 가족들의 이름을 소리 높여 부르며 그리움도 달랬다. 우린 역시 테마파크보다는 자연이 더 좋아라고 위로도 주고받았다.

올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여행을 간 여행객 숫자가 7월 30일자로 11만80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모두들 떠나기 전 기대에 부푼 마음은 같지만, 돌아올 때의 추억은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바로 여행이 계획된 대로만 진행된 것보다 계획에서 어긋났을 때 더 큰 만족감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도전심과 일행의 단결심을 한 대로 묶어주기 때문일까. 이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여서 그 고생을 하고도 또 여행갈 계획을 짜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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