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의 행복을 꿈꾸며
또 한 해의 행복을 꿈꾸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12.26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채/시인

들꽃 피는 언덕의 노을빛처럼 또 한 해가 아득히 저물어 갑니다. 아침에 걸어둔 장밋빛 소망은 아직 가슴에 남아 싱그러운데 12월, 한 장 남은 달력이 눈 덮인 겨울 나무의 마지막 잎새처럼 사람의 생각을 고요히 잠기게 합니다. 신천지처럼 펼쳐질 새 희망 새해에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삶의 집을 짓고 고이고이 간직해온 소망의 꽃씨를 뿌리며 꽃잎 가득 웃음 짓는 행복의 뜰을 가꾸고 싶습니다. 정성스레 보살핀 향기로운 꽃밭으로 나비와 벌, 온갖 새들도 불러모아야겠지요. 구름처럼 포근한 사람들과 손에 손을 잡고 화창한 봄날의 꽃길을 걷고 싶습니다. 분홍빛 향긋한 꽃가슴을 지니고 소박한 하루하루의 꿈빛을 색칠하며 설령 이루지 못할 꿈일지라도 아담한 삶의 정원을 가꾸고 싶습니다.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다시 새로운 길을 걸을 때는 지나온 과오를 거울삼아 똑바른 길로 반듯하게 걷고 싶습니다. 지름길보다 정직한 길을 찾아 헤매이며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날을 고뇌할까요. 그래도 미움과 불만은 멀리하고 사랑과 배려를 가까이해야겠다고, 마음은 넓게 생각은 깊게 눈으로 볼 수 없는 것까지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겠다고, 밝아오는 또 한 해의 삶은 별빛 이슬처럼 맑고 깨끗해야겠다고, 하얀 겨울산을 거쳐온 눈꽃 같은 햇살이 시린 볼을 부비며, 생긋 웃으며 일러주는 말, 계절은 얼어도 마음마저 얼지는 말라고 추운 대지 속에서도 생명이 꿈틀거리는 것은 언젠가는 봄이 오리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라고...

-"또 한 해의 행복을 꿈꾸며" 이채의 시-

신이 강을 이룰 때 이쪽과 저쪽을 가르지 아니하였고, 신이 사람을 만들 때 높고 낮음을 정하지 아니하였거늘 우리는 어찌하여 강의 이쪽과 저쪽을 갈라서 있고 없고를 따지며 사람의 높고 낮음을 정하여 위치와 거리를 두는지요. 스스로 그늘을 만들지 않는 한 어디에도 햇살은 다녀가고 스스로 가치를 낮추지 않는 한 우리는 누구나 만물의 영장입니다. 강 저쪽에서 바라봐도 찬란한 노을은 언제나 아름답고 출렁이는 은빛 물결에 오늘도 더없이 행복한 마음. 살다가 살다가 어느 날 천국의 문이 열리는 날 우리는 주머니 없는 하얀 옷을 입고 누구나 빈손으로 그곳으로 가지요.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깨닫지 못하는 것도 아니건만 늘 망각의 동물이 되어 욕심만 쌓이고 쌓여 갑니다. 가졌다 하여 여섯 끼를 먹을 수 있으며 높다고 하여 한 평 넘게 누울 수 있을까요. 비록 가진 것 없어도 비록 높은 곳 아니어도 오늘도 맑고 고요한 하루, 또 하루에 당신과 나의 한 해가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과 나의 한 해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채의 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