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값 인상에도 낙농가는 한숨, 근본 대책 절실
우유값 인상에도 낙농가는 한숨, 근본 대책 절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8.2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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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갑/국회의원(민주노동당ㆍ사천)
50여일의 난항 끝에 우유값 인상 협상이 타결되었다. 늘 약자일 수밖에 없는 낙농가들이 궁지에 몰리다 못해 수천 톤의 피 같은 우유를 쏟아버리는 최후의 수단까지 동원한 후에야 원유값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최소한의 생산비를 보장해달라는 낙농가들의 눈물겨운 싸움이 이어지는 동안, 정부는 물가인상 억제를 강조하며 난색을 표했고, 언론은 소비자를 볼모로 한 협상이라는 딱지를 붙여 농민보다는 우유대란을 걱정했다.
그러나 협상결과 원유 납품 가격이 리터당 138원 인상되어 숨통이 트였을 법도 한데, 낙농가들은 여전히 살길이 막막하다. 오히려 해가 가면 갈수록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살길이 막막해지고 있는 것이 이 땅 낙농가의 현실이다. 작년 500여 낙농가가 폐업한 이래, 올해 상반기에만 400여 농가가 폐업했다. 사료빚 때문에 궁지에 몰린 한 농민은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생산비는 갈수록 높아 가고, 이상기후로 착유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대량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무관세 낙농품 수입은 구제역 충격에서 채 헤어나지도 못한 농가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그 뿐이랴. 이미 체결된 한EU FTA로 낙농 강국인 유럽의 낙농품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올 것이며, 정부는 한미 FTA 통과마저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호주·뉴질랜드와의 FTA도 이미 눈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정부는 낙농가가 외국 농축산물 개방에 대비할 수 있는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는 일마저 허락지 않았다.
낙농은 다른 농축산분야보다 더욱 힘들다. 농민들은 단 하루도 온전히 쉴 수가 없다. 하루 두 번, 우유를 제시간에 짜주지 않으면 젖이 불어 소가 바로 탈이 난다. 오죽하면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착유는 해야 한다고 할까.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열심히 일해서 정당한 수익을 거둔다면 농가들이 무얼 걱정하겠는가. 문제는 제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생산비조차 건지기 힘든 현실에 있다.
생산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료값은 2008년 이래 27%나 인상되었다. 그동안 우유 납품가는 한 푼도 오르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번 우유값 협상으로 인상된 138원은 기존 704원의 19.6%에 불과한 수준으로 사료값 인상폭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낙농가들이 높은 생산비로 허덕여야 하는 현실은 변함이 없다. 더구나 사료값 폭등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상기후와 국제곡물투기로 인해 국제곡물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사료곡물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제곡물가격 폭등은 모든 축산 농가들에게 치명적이다. 지난해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호주, 중국 등에서 가뭄과 홍수 등 기상이변이 발생해 곡물 생산량이 크게 줄었으며, 이들 나라의 수출제한조치와 투기자본의 가세로 수급불균형은 한층 더 심화되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G20 정상회담과 세계 농업장관회담에서도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식량위기를 주요 현안으로 다루기도 했다.
이렇듯 곡물가 상승, 식량위기가 밀려오는데 낙농가들은 앞으로 사료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 것인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다. 또한 축산을 더 지속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불안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사료안정기금을 마련하여 사료가 인상 폭을 최소화하고, 미리 예시하도록 힘써야 한다. 또한 낙농가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통계청의 ‘원유 생산비’ 산정 문제, 집유 주체가 삼분되어 농가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어려운 현재의 집유 구조, 우유가공업체들에게 농가들이 늘 약자일 수밖에 없는 현재의 쿼터제도, 전무하다시피 한 사료값 안정 대책 문제 등 낙농가가 처한 어려움을 본질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농가들이 품질 좋은 우유를 생산해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근본적인 낙농 활성화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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