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 도구로서의 외국어 습득
의사소통 도구로서의 외국어 습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2.2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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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관광과 교수

언어를 익힌다는 일은 단지 말을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를 이해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그만큼 언어를 익히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증가한다. 그런데 우리 현실에서는 언어가 재미없는 과목으로 인식되었다. 최근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을 불법으로 시행하다 적발되기도 하고, 사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스트레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언어가 의사소통의 수단이란 점을 감안할 때 분명 고통스러운 방법보다는 자연스럽게 배워나가야 한다. 토익이나 토플에서 고득점을 받은 사람들의 영어회화능력이 기대에 못 미치는 사례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나 역시 토플을 공부하고 영어전공자로서 문서로만 접했던 영어를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문법을 벗어나 의사소통의 도구로 자연스럽게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외국어를 ‘공부’가 아닌 ‘놀이’처럼 접근하여 최소의 효과를 얻은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고자 한다.

해외출장이나 여행의 기회가 많은 나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난다. 외국에 가면 주로 영어를 사용하여 대화하지만 뜻밖에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외국인을 만나기도 한다. 몇 해 전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를 여행하면서 만난 동티모르 사람은 한국인 못지않게 우리말을 능숙하게 구사하여 우리를 놀라게 했다. 동티모르에서 형편이 어려워 족자카르타에 살면서 여행 가이드를 하는데 한국어를 독학했다는 것이 더욱 놀라웠다. 방법은 테이프를 계속 듣고, 한국인과 기회 있을 때마다 대화하는 것이었다.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으면 그렇게 우리말을 잘 구사할 수 있을까 정말 신기했다.

또한 얼마 전 라오스로 해외봉사활동을 갔을 때에도 중학생이 한국어의 기본회화가 되는 것을 보고 또 놀랐다. 한국드라마를 보며 의미를 학습한다는 그 학생은 어려운 단어보다는 간단한 표현을 하나의 덩어리처럼 익히고 연습하였다.

최근 나는 진주에 있는 다국어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가족모임단체(히포 패밀리 모임)를 통해 색다른 체험을 했다. 우연한 기회에 일본에서 홈스테이를 했는데 처음엔 민폐를 줄까봐 많이 망설였지만 이색적인 기회라 생각되어 시도해본 것이었다. 실제로 나는 아주 간단한 인사말 이외에는 일본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한다. 하지만 일본사람의 집에서 홈스테이하며 식사도 같이 하고 심지어 대중목욕탕에까지 함께 다녀오는 시간을 보내면서 그들의 일본어 억양이 점점 익숙해졌다. 우리의 의사소통 언어는 영어와 한국어였다. 가족모임에 참석하여 함께 시간을 보낸 30여 명의 일본사람들이 한국어를 기본 회화 정도 구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다국어 학습’ 정기모임을 통해 반복된 녹음을 외우고 그 언어의 사람들과 홈스테이로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워나갔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차례 홈스테이를 통해 방문하고 한국인 가족들과 매우 친분이 있었다.

우리나라로 돌아온 후에도 그 사람들의 일본어 억양과 몇 개의 단어들이 귀에 맴돌았다. 만약 지속적으로 교류를 통해 모임을 가진다면 나도 일본어를 기본회화 정도 구사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리고 외국어 학습의 다양한 방법을 다시 되새겨보았다. 동티모르 관광가이드의 테이프 학습, 라오스 아이의 한국드라마를 통한 학습, 그리고 홈스테이와 같은 방법 등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반복과 연습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수준 높은 외국어 구사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방법이 필요하겠지만 내가 만났던 그 외국인들의 한국어 구사능력은 결코 낮다고 할 수는 없었다. 이런 사례에서 볼 때 우리의 영어교육방식도 너무 어려운 내용보다는 의사소통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흥미와 동기를 우선적으로 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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