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합천 대장경
세계문화유산 합천 대장경
  • 한송학기자
  • 승인 2014.03.0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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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불교적.역사적 가치 높은 천년 고찰
 

고려 시대, 몽골과의 전쟁으로 나라가 어지럽고 불안할 때 옛사람들은 목숨을 부지할 방책을 찾는 대신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불사를 일으켰다. 부처의 일생과 가르침을 새긴 대장경(국보 32호)을 제작한 것이다.


1232년 몽골의 침입으로 대구 부인사에 봉안한 대장경이 불에 타자, 고려 고종 24∼35년(1237~1248)에 다시 대장경을 제작했다. 현존하는 대장경 중 가장 방대하고 오래된 것으로 마치 한 사람이 새긴 듯 동일하고 아름다운 글자체, 오·탈자가 적은 정교함, 완벽한 내용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대장경을 봉안한 장경판전(국보 52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조선 성종 때(1488) 완공돼 5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대장경판을 보관하면서 건축적으로 원형이 잘 보존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 뒤편에 자리한 장경판전은 사찰 전체를 굽어보듯 경내 가장 높은 곳에 긴 담장을 두르고 있다. 길이 61m, 폭 9m인 남쪽의 수다라장과 북쪽의 법보전, 양 옆 동사간판전과 서사간판전으로 구성되며 수다라장 입구까지 일반인의 접근을 허용한다. 원형 그대로 간직한 세계적 보물인 만큼 훼손을 막으려는 취지다.

관람이 허용된 수다라장 바깥의 왼편을 돌아보면 나무로 제작된 대장경판이 어떻게 8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온전히 보존됐는지 알 수 있다. 벽면 위아래 창살문 크기를 달리하고, 다시 앞쪽과 뒤쪽의 창살문 크기를 엇갈리게 만들어 장경판전 안으로 들어온 공기가 내부를 순환해서 빠져나가도록 한 것이다. 경판을 보존하는 데 알맞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바닥을 깊게 파고 그 위에 소금과 숯, 횟가루, 마사토를 차례로 깔았다. 오늘날의 첨단 건축 기술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장경판전에 숨은 과학적 원리보다 놀라운 사실은 해인사가 수차례 화재로 소실되는 동안 장경판전에 한 번도 불이 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불법의 보호를 받은 것일까, 장경판전 담장 아래로 보이는 사찰 지붕들이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불가의 세계가 있음을 전하는 듯하다.

수다라장과 법보전에 나뉘어 봉안된 팔만대장경은 8만4000번의 번뇌를 의미하는 8만4000 법문을 실은 목판 8만1000여 장으로, 새겨진 글자가 약 5200만 자에 이른다. 목판 한 장 크기는 70×24㎝ 내외로, 높이 쌓으면 3.2㎞, 길게 연결하면 60㎞라니 실로 엄청난 양이다. 목판마다 양 끝에 각목을 붙여 뒤틀리지 않게 했고, 네 귀퉁이에는 금속 장식을 해서 목판이 서로 붙는 것을 방지했다. 전면에는 옻칠도 했다. 구양순체로 새겨진 글자의 아름다움은 말할 것도 없고, 오·탈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놀랍다. 대장경판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수다라장 왼편 끝에 복제한 대장경판과 유네스코 인증서를 함께 전시한다.

대장경과 대장경을 봉안한 장경판전이 세계적 보물인 만큼 해인사 역시 불교적 의의와 역사적 가치를 되새겨야 할 천년 고찰이다. 불보사찰인 양산의 통도사, 승보사찰인 순천의 송광사와 더불어 삼보사찰로 꼽히는 해인사는 부처의 가르침을 새긴 대장경판을 보관해 법보사찰로 불린다. 신라 애장왕 때(802) 창건된 고찰로 맨 위쪽의 장경판전 아래로 대적광전, 구광루를 비롯해 크고 작은 전각 20여 채가 차례로 자리 잡고 있다. 화엄경에서는 바다가 잔잔해져 모든 사물이 비친 것을 해인(海印)이라 하는데,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경지를 말한다. 때문에 해인사 가람의 배치와 풍수적 해석은 가야산을 배경으로 당당히 바다로 나아가는 배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일주문에서 봉황문, 해탈문에 이르는 길과 ‘법성게'를 압축한 ‘해인도’ 등 어느 자리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공간들이 곳곳에 있다. 불가의 세계를 구현한 사찰을 둘러보며 자신의 마음자리도 함께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팔만대장경 제작 과정과 의미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대장경테마파크는 해인사와 함께 꼭 둘러봐야 할 공간이다. 2013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이 끝나고 주제관인 대장경천년관을 정비한 탐방 명소다. 실물과 똑같이 만든 대장경판은 물론 대장경 제작 과정 디오라마, 대장경을 제작한 뒤 강화도에서 해인사까지 옮기는 과정을 담은 이운길 영상을 볼 수 있다. 대장경빛소리관에서는 대장경을 테마로 제작된 5D 애니메이션 ‘천년의 마음’을 관람할 수 있는데, 일반 4D 상영관과 차별화된 파노라마형 실버스크린이라 더욱 실감 난다.

해인사에서 대장경테마파크에 이르는 구간에는 홍류동 계곡을 따라 걷는 해인사 소리길이 조성됐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워 ‘흐르는 물조차 붉다’해 홍류동이라 이름 붙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6.3㎞ 길이다.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내면의 소리를 듣는 해인사 소리길은 나무 데크로 연결돼 유모차나 휠체어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해인사가 자리한 합천에는 명소가 많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국내 최고의 촬영 세트라는 칭찬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실감 나게 재현된 건물과 거리 풍경이 인상적인 공간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포화 속으로’ ‘전우치’, 드라마 ‘에덴의 동쪽’ ‘빛과 그림자’ ‘각시탈’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고, 현재도 드라마 촬영이 진행 중이다.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거리 풍경이 재현돼 있으니 과거의 골목을 걸으며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뉴스 앵커가 돼보고 성우 더빙을 해볼 수 있는 방송 체험 공간도 특별하다.

합천영상테마파크와 인접한 황매산(1108m)은 정상 바로 아래까지 자동차도로가 있어 ‘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산 정상부의 아름다움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일출 명소이자 봄이면 철쭉으로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철새들이 한가로이 쉬어 가는 정양늪과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황강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함벽루도 겨울 여행의 묘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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