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삶
소박한 삶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3.1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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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온전하게 산다는 것은 내가 주인공이 되어 내 정신으로 깨어 있다는 말이다. 온전하게 산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온전하게 산다는 것은 순리대로 산다는 말이기도 하다. 자연을 가까이 하면 욕심은 저절로 줄어들게 된다고 한다. 옛날 인도에서는 인생을 백년으로 잡고 4단계로 나눴다. 이를 ‘아슈라마(ashrama)’라고 한다. 25세까지는 스승 밑에서 배우는 시기, 그 뒤 50세까지는 자식을 기르고 일하는 시기, 50세∼75세까지는 물질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산림 속에 들어가 자연과 함께 하며 은둔하면서 수행하는 시기라고 하여 이를 임간기(林間期)·임주기(林住期)·임서기(林棲期)라고 했다. 즉 자식을 다 키워 놓고 늘그막에 숲으로 들어가 자연을 스승 삼아 사는 기간을 일컫는 말이다. 75세부터 죽을 때까지는 은둔에서 벗어나 모든 소유를 버리고 음식을 구걸하며 이곳저곳을 떠돌며 오로지 영원한 것에만 관심을 갖는 유행자(遊行者)생활을 하는 소멸의 시기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삶이 은둔의 생활은 아니다. 그곳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명상하고 자연을 좀 더 가까이 벗하면서 살아가는 삶을 말한다. 그래서 필자도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이지만 그러한 여생을 준비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젊은 시절 많이도 다녔고 많은 사람들도 만났다. 지나고 보니 모두가 과객(過客)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20대에서 60대까지 직장에서 출퇴근이란 틀 속에 나를 묶어두고 살다가 출퇴근 없는 임서기라는 노년기를 살고 있으니 예전에 몰랐던 유유자적(悠悠自適)함을 만끽하고 있다. 조직 안의 울타리라는 곳에 몸 매어있을 때는 그 세계가 전부인줄 알고 살아 왔는데 밖으로 나와서 보니 또 다른 세계가 열려있었다. 더 넓고 더 자유롭고 더 여유로운 세상 말이다. 전원(田園)생활의 즐거움이란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즐거움이다. 간섭받지 않고 나의 시간을 내가 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반갑고 그리운 사람들도 그리움을 저축하듯 산모퉁이를 돌아오는 바람처럼 그리울 때 쉬엄쉬엄 만나야 진미가 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떤 수행자는 ‘순간의 자신을 빼앗아 가는 그것들을 게으름 도둑, 잠 도둑이라 하며 경계한다’고 했다. 나는 고향 냄새가 물씬 나는 시래기 된장국을 좋아 한다. 일류호텔의 비싼 뷔페음식보다 시래기 된장국이 더 좋다. 된장국을 먹으면 어머니 생각도 나고 고향생각도 난다. 사람이란 본래의 자기로 돌아 갈 때 가장 순수해 진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시래기 된장국을 먹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런데 비싼 뷔페음식을 먹고 나면 왠지 마음한쪽 구석이 허전해 짐을 느끼게 된다. 이는 아마 음식을 만든 사람과 먹은 사람 사이에 정(情)과 사랑이라는 인간관계가 스며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사람도 그러하다. 감정의 기복(起伏)이 심하거나 달변(達辯)인 사람보다는 무던하거나 말수가 적은 사람이 더 편하고 진실한 경우가 많다. 음식이란 혀만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충만을 주어야 한다. 그런 것이 있어야 곧 건강으로 이어지게 된다. 필자도 인제 임서기를 맞았으니 속세의 번잡한 것들을 훌훌 털고 붓다의 말씀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낳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씀을 늘 새기면서 ‘저기 깊은 산이 바삐 사는 흰 구름 보고 미소하네(靑山應笑白雲忙)’라는 주련(柱聯)을 걸어두고 홀로 있어도 두렵지 않고 세상과 떨어져 살아도 근심이 없는 책을 벗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여생을 보내고 싶다.

인생의 진정한 즐거움은 출세에 있지 않고, 취미와 여유를 구가하는데 있다고 깨우침을 얻은 것 같다. 나폴레옹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사치(奢侈)한 생활 속에서 행복을 구하는 것은, 마치 그림 속의 태양이 빛을 발하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현명(賢明)·지혜(智慧)·원숙(圓熟)의 뜻도 포함돼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욕(老慾)과 망령(妄靈)의 뜻도 포함되어 있음을 조심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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