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 위안부
종군 위안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3.1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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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진/수필문우회 회장

일본의 아베(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정부인사들이 1993년 미야자와(宮澤喜一) 정부 때 발표한 고노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의 위안부 관련 담화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어떻게 하늘을 가리겠다고 하는지, 미래의 일본을 위해 참으로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위안부(慰安婦)’라는 말은 1930년대에 일본 사람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신종 조어(造語)이다. 그 말의 유래와 행적을 살펴보면 그 정체를 알 수 있다.

1917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정권이 등장하여 독일과 단독 강화를 했다. 연합국 측에 가담했던 일본은 미국, 영국과 함께 이 공산정권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시베리아에 7개 사단, 7만3000명의 대병력을 파견했다. 그러나 1920년 멘셰비키 정부군이 최종적으로 패배하고 소비에트연방이 성립되자 일본군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4,5천 명의 사상자만 내고 철수하였다. 그때 일본군 가운데는 성병(시베리아 매독)에 걸려서 전투력을 상실한 상태에 놓여있던 병력이 10% 이상이나 되었을 것이라고 일본 군부는 추산하고 있다. 성병이라서 감염자체를 필사적으로 감추려는 병사가 있어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타 국가에 침입한 군대는 여러 가지 필요한 물자와 서비스를 현지에서 폭력적으로 조달하거나 해결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러나 이 성병에 걸리면 쉽게 완치될 의술도 인간이 미처 확보하지 못했던 시절이다. 시베리아에서 겪은 쓰라린 경험은 그 후 일본군의 생리문제 처리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군부에서는 이 경우 같이 병사들의 성을 통제하지 못하면 어느 중요한 국면에 전력이 격감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중일전쟁을 시작하면서 일본군부는 관리매춘제도의 수립과 군이 직접 관할할 수 있는 매춘부를 모집할 계획을 세우려고 작심했다.

1938년 일본군은 중국 대륙 각 군 주둔지에 ‘육군 오락소(娛樂所)’라는 이름의 위안소를 설치하고, 군 직할 위안부들을 배치했다. 그리고 산부인과 전문의를 군의관으로 두고, 이들의 건강을 정기검진을 통해 관리했다. 병사들에게도 성행위 시에는 콘돔 사용이 의무화되었다. 이를 위반하여 성병에 걸리면 추궁을 받고 시말서를 써야 했다.

일본의 논픽션 작가 센다카코(千田夏光)는 그의 저서 《종군위안부》에서 그때가 ‘위안부’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때라고 했다. 또 그 군의관 아소테츠오(麻生徹男) 소위가 상부에 제출한 《화류병의 적극적 예방법》이란 품의서 전문도 인용해 두었다.

그 내용은 자기가 검진한 위안부 100명 중에 일본여인이 20명이고 조선반도의 여인이 80명인데 일본 여인은 나이가 많고 병력(病歷)이 확연히 드러나서 일본천황의 장병들에게 바치는 선물로서는 적절치 못하다, 앞으로 반도의 젊은 조선여인을 많이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건의였다. 그것이 화류병으로부터 귀중한 황군(皇軍)을 지키는 적극적인 예방법이라는 것이다. 위안부는 전선에 나가 있는 군인들이 성적 욕구를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구이기만 하면 더 바랄게 없으며, 그런 기구가 조선여인이라는 것이다.

이들을 모집하고 데려와서 관리한 사람이 군인 신분이었나 아니었냐는 중요하지 않다. 군의 명예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형식상 제겐(女衒·뚜쟁이)을 외부인으로 두고, 그와 여인들을 군의 차량과 전함으로 중국의 각 전지로, 버마로, 뉴기니아로, 먼 남양의 섬으로 실어 나르고 먹이고 입히고 건강관리를 하며 이용한 주체는 일본 군대였고, 이 모두를 뒷받침 해준 것은 일본 정부였다.

조선 위안부를 모집하는 과정에 일본군부가 공문으로 조선총독부에 정식으로 요청을 했느냐 아니냐를 조사한다거나, 총독이 관할부서에 공개적으로 명령을 하달했느냐 아니냐를 조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게 두뇌함량이 모자라는 사람이 그런 자리에 오를 경우는 없다. 정신대라는 말을 위안부란 말과 혼동했다는 주장도 말이 안 된다. 온 세계인이 다 알고 있는 명백한 사실을 눈 앞에 두고 시대 착오적인 극우 세력들이 무엇을 더 검증하겠다는 건지 답답하다. 큰 것을 보지 못하고 작은 꼬투리만 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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