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막걸리 선거가 생각나는 이유
고무신 막걸리 선거가 생각나는 이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3.23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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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편집부국장
 

필자가 어린 시절이던 1960~70년대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들이 표를 얻기 위해 돌리는 선물이 있었다. 바로 '막걸리'와 '고무신'이었다. 어른들은 선거때가 되면 얼큰한 막걸리를 제법 배부르게 얻어 마시고 고무신도 한켤레씩 챙길 수가 있었다. 당시 어른들은 막걸리와 고무신을 제공한 후보자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속칭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는 추억속의 이야기로 사라졌지만 그보다 더 은밀하고 치밀하게 행해지고 있는 현재의 '돈 선거'는 아직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6·4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돈 선거가 서서히 고개를 들면서 혼탁선거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해지역에서는 2명의 통장이 10명의 통장을 모아 저녁식사를 대접했는데 이 자리에 시의원 예비후보자가 참석해 명함을 돌린 사건이 적발됐다. 사천에서는 한 후보자 쪽에서 돈을 살포했다는 기사가 한 방송사의 뉴스로 보도됐다. 당사자측은 적극 부인하지만 사법당국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돈 선거와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경남에서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선거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는 벌써 107건에 달한다. 9건은 이미 검찰에 고발됐고, 검찰이 예비후보자를 상대로 수사에 나선 경우만 8건에 이른다.아직 후보자 등록이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곳곳에서 혼탁선거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이번 선거가 불법이 판치는 선거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돈 선거는 새누리당의 도지사와 시장 군수, 도의원과 시군의원 경선이 시작되는 이달말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누리당이 확정한 상향식 공천이 돈 선거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아직 경선룰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각 선거구별로 어떠한 방식이든 경선이 치러질 수밖에 없어 후보들간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전망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시나 군 단위로 가면 돈 선거뿐 아니라 지역분열로 그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도내에서는 벌써부터 '경선에서 이기려면 몇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중이다. 경남처럼 새누리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정치환경에서는 후보들이 경선에서 선거인단을 돈으로 매수해 승리하려는 유혹을 떨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돈 봉투로 표현되는 뇌물수수는 불공정한 선거를 기도하는 사건이므로 선거법 위반으로 엄히 다스려야 할 문제이다. 돈으로 표를 사겠다는 것은 민주적 기본질서에도 위반되는 것이므로 헌법위반 사례이기도 하다. 정치권에 만연되어 있는 돈 선거가 사회전반에 끼치고 있는 해악이 얼마나 큰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공공단체장 선거뿐만 아니라 일반단체의 장을 선출할 때도 어김없이 돈과 관련된 추문이 떠돈다. 사회의 지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봉사단체에서도 억대를 써야 총재나 회장이 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판이다. 온갖 향응이 난무하고 돈에 따라 줄서기를 함에도 선거가 끝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덮여지는 풍토가 있는 한 정치권의 선거문화는 바로잡기가 힘들 것으로 본다. 정치권이 솔선수범해야 함에도 더 부패하고 심하니 사회일반에서 추악한 선거를 배우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눈앞의 작은 이익에 혹하기에 앞서 지역발전을 위해 진정 필요한 인물이 누구인지 감별해내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지방선거와 관련된 금권선거를 엄중 단속하려는 선관위와 중앙 행정당국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관계기관에서는 강력한 단속으로 부정 불법선거를 뿌리뽑고 유권자들도 이번에는 깨끗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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