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선진 시민의식을 가질 때
이젠 선진 시민의식을 가질 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8.3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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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호/통영소방서 지방소방위
오늘도 다른 날과 같이 우리 119안전센터로 구급지령이 떨어졌다. 어디가 아픈지 말도 하지 못한다고 하여 급한 환자구나 싶어 신속히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웬걸… 현장에 도착하여 신고한 사람을 만나보니 술에 찌들어 있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구급대원이 병원에 가자고 하니 이런저런 쓸데없는 말을 하며 시간을 끌다 경찰이 도착해서야 겨우 병원에 데리고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알고 보니 그 사람은 구급차를 택시 부르듯이 술에 취하기만 하면 신고를 하는 사람이었다. 허탈했다. 우리 119구급대는 응급한 환자들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이송하는 것을 주업무로 하는데 아직까지 이런 사람이 있다니…물론 위에서 말한 것은 일부 몰지각한 사람에 국한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일선 센터에 나가보면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쓰레기에 일부러 불을 질러놓고 신고하는 사람, 차량 안에 낀 고양이를 꺼내달라고 하는 사람, 집에 열쇠를 두고 가서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사람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보면 정작 우리를 정말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동물구조로 인하여 화재출동지령이 떨어졌는데 신속히 출동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겠는가!! 화재가 발생했을 때, 1분이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상황은 생각하기도 싫다.
미국,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화재·구조·구급 업무 외에는 출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오인출동이라거나 허위신고로 인한 출동이었을 경우에는 그 신고자에게 출동차량에 대한 출동비용을 지불하게 한다고 한다. 실제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라 하더라도 화재에 대한 대비가 소홀했다거나 조치가 미흡했을 때에는 그 당사자에게 책임을 추구하도록 되어 있다.
그에 반해 우리는 오인출동이나 허위신고에 대해서도 너무나 관대하게 대처하고 있다.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하지는 못하더라도 확실하게 주의교육을 실시하든가 하는 조치를 취해야 앞으로 그러한 일들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의식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화재발생에 대해 그 당사자에게 책임을 지게 하는 선진국의 사례가 화재로 인해 피해를 본 것도 억울한데 그에 대한 법적·경제적 책임까지 묻는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자신이 화재예방을 위해 화재발생 전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하고 있는 시점으로 복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수준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그에 맞춰 우리 소방업무에 대한 사람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보다 신속하고 전문적인 현장 활동을 기대하게 된 것이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소방방재청은 2010년부터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하여 ‘화재로 인한 사망률 10%줄이기’에 나서 최근 3년 평균 화재사망자 434명에서 303명으로 30% 가까이 줄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그 성과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올해에도 '화재와의 전쟁' 2단계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독거노인 및 기초생활수급자의 거주지에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하여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구급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119구급서비스 품질체계관리’를 운영하여 심정지환자 생존율 및 예방가능한 외상환자 사망률을 제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소방방재청의 노력은 국민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허위신고나 단순 문개방, 주취자 신고 등은 소방력의 낭비일 뿐 아니라 소방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런 행동들을 자제해 줄 것을, 아니 하지 말 것을 부탁드린다. 또한 우리 소방방재청도 '화재와의 전쟁'을 소방조직에서만 알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홍보하여 국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의식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화재와의 전쟁'을 들어봤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들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중앙방송이나 일간지, 인터넷 배너 등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홍보하여야 우리가 추진하는 정책의 근본적인 목적을 국민들이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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