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아들아!
얄미운 아들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5.06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
 

아들아! 엄마가 너를 임신하여 출산한날 유난히 부른 배를 안고 뒤뚱거리며 산부인과를 갔었다. 무시무시한 두려움과 진통 끝에 죽을힘을 다해 이를 악물고 너를 출산했었다.


그러나 너의 첫울음 소리를 듣는 순간, 파김치 같던 몸에 다시생기가 들어오더라.

자라면서 엄마와 눈 맞추고 까르르 웃을 때는 그보다 더 평화롭고 행복할 수가 없었단다. 엄마아빠는 그런 너의 뺨과 입술에 수없는 입맞춤을 하며 깨물어주고 싶었단다.

걸음마를 배우며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볼 때는 천하를 다 얻은 것처럼 행복했고, 엄마가 깍 궁하면 너는 팔다리를 힘차게 흔들며 까르르 웃었고, 잠이올 때면 칭얼대었단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장차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너를 위한일이라면 언제든 죽을 각오를 하였단다. 지금도 너를 살릴 수만 있다면 당장 죽어도 서운할 게 없는데, 너는 어찌하여 그렇게도 무정하게 떠날 수 있단 말이냐.

전생에 내가 아무리 중죄를 지었더라도, 천벌이라도 너무 가혹하구나, 하나있는 자식의 행방도 알 수 없어 이렇게 모진 고통을 당한단 말인가. 기가차서 헛웃음만 나온다.

땅을 치고 통곡해도 아무소용이 없구나. 평생을 웃고 살기는 틀려버렸다. 아들아! 춥지? 배고프지? 힘들지? 답답하지? 엄마는 숨 쉬는 것도 힘들고, 잠도 이룰 수 없으며, 목구멍에 밥이 넘어가지 안 는다. 너를 어찌 꿈엔들 잊을 수가 있겠느냐?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 약속을 지켜야지, 이렇게 종무소식인 것은 불효자식이나 할 짓이지, 사람의 도리는 아니란다.

불러도 대답 없는 무정하고 야속한 아들아! 엄마아빠는 잠시도 너를 잊을 수가 없단다.

금방이라도 엄마하고 나타날 것만 같고, 가방 맨 또래 아이들 뒷모습만 보아도 아이고내새끼야. 착각하는 이 마음도 몰라주고, 너는 끝내 나타나지를 않는구나. 나쁜 자식! 언제 돌아올 거야?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 심정이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내가죽어서 너를 만나야 옳으냐? 네가 살아 돌아오는 것이 옳으냐? 이젠 다 틀렸다는 생각뿐이로구나.

다음 생에 다시 만나서 내가먼저 죽을 태니 그때 지금의 엄마심정을 헤아려보려무나.

남들이 자식 잃고 슬퍼하는 것 오늘 내가당할 줄 몰랐다. 이렇게 부모가슴에 시퍼런 대못을 박아도 되는 거니? 너를 못 본지 꼭 오늘이22일째다. 그동안 하루하루가 10년보다 지루했었다. 피눈물 같은 내 아들아! 요즘 아빠는 술 담배가 너무 많이 늘고, 눈물도 많아졌다.

이렇게 살아뭐하느냐며 죽고 싶다는 말도 자주하신다. 줄초상 날 것 같아 애간장이 타는구나. 세월호에 탈 때만해도 기뻐했을 사랑하는 내 아들아! 아들아! 영원히 사랑한다.

목숨보다 더 사랑했다. 아들아! 있을 때는 몰랐다. 네 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너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자식 소중한 것을 깜박 잊고 살아오다, 너를 잃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구나. 생각할수록 원통하기 짝이 없어, 죽고 싶은 심정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너의 빈방을 들여다보고 네가 머물던 흔적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눈물 흘리게 된단다. 조금 더 잘해줄걸. 좀 더 잘해줄 수도 있었는데, 한이 되는구나.

사랑했던 우리아들, 너는 얄밉게도 나의골수 속에 깊이자리 잡고 있단다. 많은 흔적과 여운을 남겨놓고, 소식 없는 얄미운 아들아! 내일, 어버이 날, 엄마아빠 가슴에 카네이션은 달아줘야 되지 않겠니? 나쁜 자식! 부모가슴에 평생 뽑지 못할 큰못 박은 것 너도 알지?

아쉬운 마음만 가득 남긴 채, 소식 없는 내 아들! 끝까지 사랑한다. 미치도록 보고 싶다.

아들아! 보고 싶다. 아들아! 영원히 사랑한다. 다음 생에 만나자구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