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야 하는 부탄과의 국제농업협력사업
계속해야 하는 부탄과의 국제농업협력사업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5.1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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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식품과학부 교수

최근에는 TV를 통하여 고산지대의 먼나라 히말라야의 생활상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아직은 우리의 생활보다 덜 경제적이어서 소박하고 작은 웃음만으로 충분히 행복해 하는 이들을 보면서 한 번쯤 오지 체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히말라야 전체가 모두 같은 조건에서 살고 있지는 않지만 보편적으로 대한민국의 60~70년대에 해당하는 형편이다.


나 또한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현재 그들의 상황과 다를 바 없었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서 먹었던 고구마, 그래서 지금도 보기만 해도 입에 신물이 고인다. 초등학교 등굣길에 위치한 종축장을 지나칠 때면 돼지 사료로 사용하려고 잔디밭에 널어 놓은 빼때기를 한 움큼 쥐고서 후다닥 도망가던 생각이 난다. 검정 고무신에 땀이 차면 미끄러져 달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손에 들고 뛰어야만 했다. 관리인 아저씨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이번 주말에는 부탄 농림부 국장 남게이 왕축(Namgay Wangchuck) 박사를 단장으로 하는 방문단 일행이 하동군(군수 조유행)의 초청으로 5박6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 한다. 2008년 우리나라 농림부의 국제농업협력사업을 시작으로 상호교류를 시작하였고,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이들은 하동녹차연구소(소장 이종국), 경남농업기술원(원장 최복경) 그리고 본 대학 바이오융합기술연구소(소장 김철호) 등을 방문하게 된다.

이번 사업의 목적은 낙후된 농촌마을을 자주적인 농민단체의 지속적인 생산 활동으로 자조, 자립의 터전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하여 소득을 증대시키고 생활환경을 개선하고자 함이다. 2011년까지는 우리나라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원으로 ODA 원조사업을 수행하였으나 이후로는 당해 사업이 종료됨으로서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외교부에서는 부탄을 최빈개도국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국제원조 대상국가에는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따라서 국제협력사업 관련 사업계획서 조차 제출할 수 없어 안타깝다. KOICA(한국국제원조재단)와 수출입은행 등 여러 경로를 통하여 사업을 제안하고 있지만 쉽게 성사되지 않고 있다.

부탄 농림부 Pema Gyamcho 장관은 본 사업을 아세안 장관회의에서 국제농업협력사업의 성공사례로 소개하기도 하였다. 이 사업을 모델로 삼아 다른 낙후 농촌지역에도 응용하려는 정책을 입안하였다. 페마 장관은 농민들의 실질적인 애로사항을 직접 확인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매년 두 차례씩 산지 농촌마을을 걸어서 답사를 하는 데, 관계 공무원들은 힘들어 하면서도 장관의 진정성에 공감하면서 발에 물집이 잡혀도 표정만은 밝다.

이번 방문에서는 우리나라 녹차산업의 현황과 선진농업기술 산업전반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견학과 부분적인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부탄의 중부지역인 삼촐링 마을에는 이미 대한민국의 녹차관련 기술이 보급되어 친환경 유기농 녹차가 6만평 규모로 재배되고 있으며, 현재는 그 생산량이 적어서 주로 정부기관에서 외국 사절단에게 선물로 소비되는 실정이다.

2~3년생 녹차 묘목들이 성장하여 수확하기 까지는 아직 4~5년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국제농업협력사업을 통하여 다원조성의 기초를 마련하여야 하는 것이 당면 과제이다. 현재는 교류의 초기 단계이므로 녹차기술의 본 고장인 하동과 하동녹차연구소에서 우리나라 전통녹차 제다법을 직접 체험하려는 것이다. 방문단 중에는 녹차를 오랫동안 만들어 본 경험 있는 덴첸 펠덴 농민 여성도 동행하였는데, 말은 통하지 않을 것이지만 녹차와의 인연으로 난생 처음 고향을 떠나 외국으로 여행하는 행운을 얻게 됐다.

부탄 투롱사 지역의 삼촐링 마을은 ‘미니 코리아’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마을의 수입이 조금씩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빙하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분들의 의지가 하나 둘씩 모이고 있다. 이번 방문단을 위하여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 주시는 하동군 조유행 군수님, 경남농업기술원 최복경 원장님, 김조원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전총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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