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사라진 6.4지방선거
'지방'이 사라진 6.4지방선거
  • 김영우기자
  • 승인 2014.06.04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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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치에 휘둘려 지역 이슈는 실종

중앙정치에 휘둘려 지역 이슈는 실종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 심화 우려

▲ 4일 진주의 한 투표소에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이용규기자

이번 6·4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권을 중심으로 짜인 프레임으로 전개되면서 지방선거에서 '지방'은 사라지고 '중앙'이 판을 치면서 지방자치라는 본연의 가치가 크게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지방선거임에도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이나 행정능력 대결보다는 중앙정치권의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도지사와 시장·군수는 복지, 환경, 상하수도, 주택, 지역경제, 문화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들로 그들의 능력에 따라 공동체에 소속된 유권자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 또 도의원과 시군의회 의원들은 조례를 제정해 자기 지역에 적용되는 법을 만들거나 해당 지역 단체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지방선거는 이런 생활정치적 특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떤 정당이냐보다 어떤 후보냐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도 이번 지방선거가 풀뿌리 생활정치에 대한 관심보다 중앙정부에 대한 판단 일변도로 흐른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에 너무 의존해 득표활동을 벌였고,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도 세월호 참사 심판론에만 올인하면서 지역의 현안과 과제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달라'는 새누리당의 외침과 '국민을 지키지 못한 정권을 심판해 달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호소 속에 지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지역현안은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의 텃밭인 경남에서는 새누리당 소속 시장 군수 후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도의원과 시군의원 후보들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새누리당 후보인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박근혜 마케팅'을 벌이는 바람에 유권자들이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후보들이 자기 얘기는 하지 않고 너도나도 박 대통령을 파는데 여념이 없었다는 얘기이다.

경남지역의 새누리당 후보는 미워도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바람에 표심이 제대로 표출될 기회를 잃어 버렸다는 볼멘소리가 노년층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심심찮게 쏟아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경남 지방선거에서는 중앙정치권으로부터 이끌어내야 할 재정분권 강화 등의 의제를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했다. 도지사를 비롯한 각 후보 진영이 지역 특성을 살려 제시한 공약은 중앙정치권의 `심판론'에 묻혀 유권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막바지까지 많았던 것도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가 거듭될수록 중앙정치권의 대리전 양상이 심화되는 것은 이를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의 전초전으로 보는 정치인들의 인식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자치가 도입된지 20년이 됐지만 중앙정치의 종속은 갈수록 심화되는 등 아직도 풀뿌리민주주의의 정착은 요원하기만 하다”며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중앙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나 지역만의 선거로 치러지는 것이 절실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김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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