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뱀사골로 계곡 트레킹 떠나보자
지리산 뱀사골로 계곡 트레킹 떠나보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7.17 1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폭포ㆍ계곡 한여름 무더위 날려…산골 와운마을서 푸른자연 만끽
▲ 지리산 뱀사골

뱀사골은 ‘이무기가 죽은 골짜기’라는 뜻이다. 1300여년 전 송림사에서는 해마다 칠월칠석이면 법력이 높은 승려를 뽑아 불공을 드리면 신선이 되는 행사가 있었다. 매년 이어지는 이 행사를 이상하게 여긴 고승이 그 해에 뽑힌 승려의 옷자락에 독을 묻혀 보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다음날 마을사람들이 발견한 것은 죽어 있는 이무기였다. 송림사는 매해 승려 한명씩을 이무기의 제물로 바쳐 온 것이다.


신비한 이야기를 담은 뱀사골은 지리산 반야봉에서 반선(半仙)까지 산의 북사면을 흘러내리는 길이 14㎞의 골짜기다. 9.2㎞의 계곡 탐방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여러 개의 연못과 폭포, 계곡을 볼 수 있다. 연못 속 자갈 하나하나가 선명히 보일 만큼 맑은 물은 푸르다 못해 진녹색을 띤다. 울창한 나무숲 속에 숨겨진 계곡에 손과 발을 담가보니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로 물이 차다.

지리산국립공원 북부사무소에서 계곡을 따라 약 2㎞를 올라가면 바위의 모습이 용이 머리를 흔들며 승천하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요룡대’와 마주한다. 여기서 10분 정도 더 걸으면 용이 목욕을 하고 승천했다는 전설이 깃든 ‘탁용소’가 나온다. 한 시간쯤 더 걸으면 이무기가 죽었다는 전설의 ‘뱀소’를 지나 호리병 같이 생겼다고 명명된 ‘병소’에 도착한다. 나무로 만들어진 병풍교를 건너 폭포와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싼 듯한 ‘병풍소’, 뱀사골 계곡의 마지막 연못 ‘간장소’를 지나면 최종 목적지인 화개재가 나온다.

뱀사골 반선을 따라 3㎞정도 들어가면 해발 800m고지의 산골 ‘와운(臥雲)마을’에 이른다. 구름도 누워간다는 의미로 ‘와운’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눈골’ 또는 ‘누운골’로 불리기도 한다. 와운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천년송으로 통하는 ‘할머니 소나무’다. 천연기념물 제424호로 실제 수령은 500년 정도다. 할머니 소나무 뒤에는 ‘할아버지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주민들은 와운마을의 안녕과 풍년 등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음력 1월10일이면 할아버지 소나무에 지낸다.

오지 중의 오지인 와운마을은 찻길이 생기기 전 생필품을 구하러 꼬박 하루를 걸어 함양, 남원, 구례 등지로 나가야 했을 정도로 외진 곳이다. 험준한 산길을 걸어야 하기에 바깥과 쉽게 통할 수 없는 주민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도 전해진다.

‘간장소’라는 지명에는 지리산 주능선을 넘어 하동장까지 가서 소금을 사와야 했던 사람들의 애환이 담겨있다. 뱀사골 가파른 계곡에서 미끄러져 소금을 물에 쏟는 일이 허다했는데 이 때문에 물색이 간장처럼 변했다는 것이다.

와운마을 사람들은 현대사의 아픈 상처인 여순 사건과 6·25전쟁의 비극도 겪어내야 했다. 여순사건을 일으킨 14연대 50여명이 여수와 순천을 점령한 후 와운마을로 들어왔고 그 과정에서 이데올로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마을 사람들이 수없이 희생당했다. 당시 동족상잔의 비극은 지리산 주변 마을에서 같은 날 여러 집 제사가 한꺼번에 겹치는 데에서도 드러난다.

와운마을 언덕배기 천년 소나무 그늘에 앉아 걸어 올라온 산길이며 계곡을 굽어보고 있노라면 푸른 자연에 눈이 편안해지고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린다. 걱정거리 싸 짊어지고 온 도시 사람들이 산수를 즐기며 머릿속을 비우기에 알맞은 곳이다.

▲ 와운마을 할머니 소나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