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척결, 행동이 따라야 한다
'관피아' 척결, 행동이 따라야 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7.3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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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갑/교육전문가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의지를 밝혔다.


담화문을 보면 박 대통령의 관피아 척결 의지는 매우 강했다. 국민들이 “아~ 이제는 ‘관피아’로 인한 적폐가 해소되겠구나”라는 기대를 할 만 했다.

당시 담화문 중 관피아 척결 관련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자.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다른 기관에 대한 취업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할 것입니다. 현재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 규정이 있지만 최근 3년간 심사대상자 중 7%만이 제한을 받을 정도로 규정의 적용이 미약한 실정입니다”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기관 수를 지금보다 3배 이상 대폭 확대하겠습니다”

“취업제한 기간을 지금의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관피아의 관행을 막기 위해 공무원 재임 때 하던 업무와의 관련성 판단기준도 고위공무원의 경우 소속부서가 아니라 소속기관의 업무로 확대해서 규정의 실효성을 대폭 높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떨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훌쩍 넘었지만 실종자가 10명이나 남아있다. 또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박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공언했으나 말 뿐이고 달라진 건 없다.

특히 박 대통령이 관피아에 대한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척결 의지를 밝혔지만 이 또한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정부부처 내부에서 역행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박 대통령이 임명한 중앙부처 차관이 현직 신분을 유지한 채 국립대 총장 공모에 지원해 구설에 올라있다.

최근 조현재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현직 신분으로 한국체육대 총장에 응모해 총장 1순위 후보자로 지명됐다.

조 전 차관은 지난 10일 정성근 전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중 한국체육대 총장에 응모했다.

조 전 차관이 사표를 낸 시점은 11일. 당시는 정성근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조 전 차관은 총장 공모에 현직 신분을 유지하고 지원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업무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현직 차관이 신분을 유지한 채 국립대 총장 공모에 나선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런 일은 세월호 참사 이전이라면 관행이려니 어물쩍 넘길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세월호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잘못된 관행, 적폐를 해소해 ‘국가개조’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중 핵심 과제로 지목한 것 중 하나가 관피아 척결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차관의 행보는 고위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도덕성, 책임성의 범위를 벗어난 일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조 전 차관이 국립대 총장에 응모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주장도 있다. 또 당사자의 뜻과는 무관하게 차관을 사직하고 총장에 공모했을 수도 있다.

지난 4월 사립대 감사 업무를 담당했던 교육부 공무원이 명예퇴직 당일 사립대 교수로 임용돼 논란이 벌어진 일이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었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안전행정부가 지난 5월 입법예고한 공직자윤리법에는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기관에 사립대와 종합병원 등을 추가했지만 국립대는 빠졌다. 법적 허점이다.

박 대통령은 체육계 비리 척결 의지도 수차례 강조했다. 한국체육대 총장 공모는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그만큼 사정이 복잡해 총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현직 문체부 차관이 곧바로 한국체육대 총장에 가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국민들은 조 전 차관의 행보가 고위 공직자로서 합당하다고 생각할까? 또 박 대통령이 강조했던 관피아 척결, 국가개조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바라볼까?

관피아 척결은 말만 가지고 될 일이 아니다. 행동이 따라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면 답을 얻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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