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8.0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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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가깝고 친하다 해서 나의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 사랑하는 아내, 아끼는 첩(妾)이 잠자리는 같이해도 품은 생각은 다른 법이다. 부리는 종이라 해서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겉으로는 순종하는 것 같아도 속에는 다른 마음이 있다. 하물며 나와 가깝지도 않고, 부리는 사람도 아닐 경우임에랴.’ 9세 때 신동(神童)으로 알려졌던 고려 중기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1168∼1241)가 한 말이다. 동상이몽(同床異夢):한 이불을 덮고 자면서도 꿍꿍이속은 제 각각이다. 면종복배(面從腹背):면전에서는 굽실거려도 속으로는 두고 보자 한다. 소리장도(笑裏藏刀):웃음 속에 칼을 감추고 있다.


‘경계할지어다. 많은 말을 하지 말고, 많은 일을 벌이지 말라. 말이 많으면 실패가 많고, 일이 많으면 해가 많은 법이다. 안락을 반드시 경계하고, 후회 할 일은 하지를 말아라. 무슨 손해가 있겠느냐고 말하지 말라. 그 화(禍)가 장차 오래가리라. 해(害)될 게 무어냐고 말하지도 말라. 그 화가 길고도 클 것이다. 듣지 못했다고 말하지 말라. 귀신이 사람을 엿보고 있나니. 막 불이 붙기 시작할 때 끄지 않으면 활활 타오를 때야 어찌하리. 졸졸 흐르는 물을 막지 않으면 마침내는 드넓은 강물이 되리라. 실낱같이 이어짐을 끊지 않으면 혹 그물이 될 것이요. 터럭 끝을 뽑아내지 않으면 장차는 도끼를 찾아야 하리. 진실로 능히 삼가는 것이 복의 근원이 된다. 입은 무슨 해가 되는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인 것이다.’ 조선 중기의 학자 미수(眉叟) 허목(許穆:1595∼1682)이 한 말이다.

말이 말을 낳고, 시비가 시비를 낳는다. 안 해도 좋은 말을 한마디 덧붙였다가 꼭 거기서 동티가 생긴다. 말이 많은 사람은 언제나 그 말 때문에 낭패를 본다. 입이 하나요 귀가 둘인 것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로 하라는 뜻이다. 일은 일을 부르고, 마침내는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어디서나 일벌이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안 해도 될 일을 하고, 없던 일을 만들어내니, 공연히 싸움이 붙고 평지풍파(平地風波)가 일어난다. 잘하려고 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만 남긴다. 말을 줄이고, 일을 줄이자. 그저 편안히 놀고먹는 것이야 마땅히 경계해야겠지만, 후회할 행동을 해서는 안 되겠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이 사실은 화의 뿌리가 되고, 뭐 어때하고 한 일이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의 근원이 된다. 졸졸 새는 물이 둑을 무너뜨리고, 작은 불씨가 큰 집을 불태운다. 사소한 습관이 몸을 망치는 그물이 되고, 작은 단서가 큰 빌미가 된다. 입을 굳게 다물고 밖으로 놀러 나간 마음을 안으로 거두자. 마땅히 말을 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잘못이다. 의당 침묵해야 할 자리에서 말하는 것도 잘못이다. 반드시 마땅히 말을 해야 할 때 말하고, 마땅히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해야만 군자(君子)일 것이다.

‘귀에다 대고 하는 말은 듣지를 말고,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는 안 될 이야기는 하지도 말게. 남이 알까 염려하면서 어찌 말하고 어찌 듣는단 말인가? 이미 말을 해놓고 다시 경계한다면 이것은 남을 의심하는 것일세. 그 사람을 의심하면서 말한다면 멍청한 일이지.’ 조선 후기 열하일기(熱河日記)를 남긴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이 한 말이다.

귀에다 대고 소곤소곤 이야기한다. 이건 비밀인데 자네만 알고 있어!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돼! 하지만 발 없는 말은 이 말까지 보태서 사방으로 달려 나간다. 여보게! 자네 왜 내게 그런 말을 하는 겐가? 나만 알고 있으라니, 남에게 말하면 절대로 안 된다니, 그런 말이거든 아예 내게 하지도 말게, 떳떳이 할 수 없는 이야기거든 입을 열지도 말게, 나는 의심받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네 그려. 누가 자네더러 그런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던가? 또 내가 지금 자네가 하듯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귀엣말로 소곤소곤 이 이야기를 하고 다닐지 어찌 알겠나? ‘그 사람이 내게만 이야기 해준 거라네, 절대 비밀이야!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는 안 되네! 알겠지? 하고 말일세. 이건 자네가 날 못 미더워하는 말이네. 의심하면 어찌 말을 하는가? 나는 그런 말 듣지 않으려네.’

말이 말을 낳고 싸움을 낳는다. 말 때문에 말이 많아 세상이 참으로 시끄럽다. 뜻 없이 던진 한마디가 비수(匕首)로 꽂힌다. 상대방의 가슴에 못 박는 말을 하지 말자. 말은 무겁게, 행동은 신중히 할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니 말이다. 지난 8월 2일 토요일 칠월칠석(七月七夕)날 견우와 직녀는 하늘에서 만나 무슨 말을 했을까? 내일 모래이면 입추(立秋)·말복(末伏)이다. 더위가 한 참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말조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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