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이병주문학관 ‘문명숙 화백’ 초대전
하동 이병주문학관 ‘문명숙 화백’ 초대전
  • 하동/이동을 기자
  • 승인 2011.09.1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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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천 코스모스·메밀꽃 축제 맞춰 내달 3일까지 전시

▲ 하동 문명숙 그림 최대전 팜플렛.

가을 국도를 달려보자. 코스모스 메밀꽃이 활짝 핀 하동군 북천면 이병주문학관에서도 독특한 행사가 열린다. 진주와 하동을 기점으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펼쳐온 문명숙 화가의 그림 초대전이 그것이다.

얼핏 문학관과 그림 전시회는 동떨어져 낯설게 여겨지지만 그렇지가 않다. 지향하는 궁극점이 같다는 점에서 이 둘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코스모스·메밀꽃축제 기간인 17일부터 내달 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관람객의 의식에 전환점을 부여하고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이병주문학관의 기획 전시다. 팜플랫을 통해 본 문명숙 화가의 그림은 무엇보다 곱고 화사하다.

화려한 색조와 색감의 그림들은 누구라도 단번에 흡수할 것 같은 친근감을 지녔다. 빨랫줄 가득 널린 꽃문양 빨래들은 ‘비밀의 계단’이다. 약간은 기하학적이고 기형적인 두 남녀가 무릎 속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그림은 ‘일요일의 애인’이다.
현대인의 일요일과 사랑은 이런 것인가. 삐쩍 마른 손가락과 발가락이 얼핏 에곤 실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문명숙의 그림은 너무 비극적이지도 너무 초현실적이지도 않다. 보는 사람을 닦달하지 않고 위무하는 장점을 지녔다.

작가는 “그림은 문 안의 나와 문 밖의 내가 소통하기 위한 매개체”라며 “일상의 반복이 아니라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재창조의 과정이 곧 나의 그림”이라고 밝힌다.
문명숙의 그림에는 끊임없이 등장하는 여성(?)이 문제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 이것이 문명숙의 정체성이고 그림을 읽는 키워드다.

여성이 꽃이나 장식품이 아니라는 저항은 역설적이게도 다시 여성과 꽃으로 재탄생됐으며, 작가는 “나는 꽃이 아니라 꽃을 소유한 주체로서 세상을 응시했다”고 말한다.
문명숙에게 일상은 상처를 남기고, 상처는 다시 색상이 되어 드러났다. 드러냄으로써 치유를 받고 스스로를 재창조했다는 의미에서 문명숙의 그림은 문학과 닮은꼴이다.

하동군 진교면 월운리가 고향인 문명숙 화가는 경상대 미술교육과와 일반대학 서양화과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진교중학교 미술교사다. 1986년 촉석화랑 10인전에 처음 작품을 선보인 후 국내·외의 전시회에 200여회 이상 작품을 전시하는 등 저력을 보여 왔다.

이번 이병주문학관 초대전을 준비하는 작가는 조금은 들뜬 모습이다. 산 속에 있는 문학관과 그림의 결합이라니 좀 생뚱맞기도 하지만 코스모스 메밀꽃 축제에 온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이 벌써부터 궁금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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