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방언 보전 조례가 '에나' 필요한 이유
진주 방언 보전 조례가 '에나' 필요한 이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9.19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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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쌍수/진주시의원
(기획경제위원장)
지방에서 지역민들이 쓰는 고유한 말씨를 흔히들 '방언' 또는 '사투리'라고 부른다. 지역방언은 그 말을 사용해 온 지역민이 오랜 경험과 지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무형문화재이다. 방언은 우리들의 호흡 속에서 조상들의 기운이 서려 있는 우리 고유의 말씨 속에서 순간순간 생명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재인 셈이다.

방언은 특히 우리 전통과 삶의 방식, 그리고 의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지역민의 보고로서, 자손들이 대대손손 보존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정보화시대가 도래하면서 지역의 방언은 점점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방언을 쓰는 것 자체를 부끄럽게 여기고 의식도 서울사람을 좇으면서 '반 서울사람'이 되어 가면서 사용하는 언어도 표준말(서울말)에 가까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필자는 이런 점을 안타깝게 여겨 '진주 지역언어 보전 및 육성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해 최근 열렸던 진주시의회에 상정한 바 있다. 동료의원 8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된 이 조례안은 그러나 "이런 사안을 꼭 조례로서까지 제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동료의원들의 지적에 따라 보류됐다. 필자는 물론 조례안을 대표발의했던 의원으로서 조례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동료의원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한 점은 인정하지만 이번 보류조치로 진주지역 방언 보존 조례안의 필요성까지 폄훼될까 봐서 몇가지 생각을 밝혀두고자 한다.

잘아시다시피 서부경남 중심도시인 진주에는 통상적인 경상도 사투리에는 찾아 볼 수 없는 '에나가(정말이가)', '함, 하아(그렇다)', '북새(노을)', '잇는다(웃는다)', '거시(지렁이)', '응가(언니)' 등 특유한 지역언어가 아직도 실생활에 통용되고 있다. 진주사람들만의 구수하고 질펀한 사투리는 진주사람들의 생활양식이 온전히 스며 있는 진주지역만의 독특한 언어이다.

진주 사투리는 천년전 진주에 살던 우리 조상들이 오랜 삶의 경험에서 온축된 언어이자 진주지역 사람들의 마음을 한 군데로 묶어주는 지역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해 온 살아있는 문화재이다. 지금부터 500여년전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에서 옥쇄를 하던 진주사람들도 '에나가'나 '응가' 등의 말을 쓰면서 왜병에 맞섰을 것이다. 진주의 고유한 사투리가 없었던들 어찌 남명사상과 진주성전투와 논개부인, 형평운동, 개천예술제로 대표되는 진주정신이 있었겠는가.

그러나 진주의 고유한 언어는 지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진주 청소년들에게 '에나가'가 무슨 뜻인가 물어보면 답을 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방송과 통신, 교통, 교육의 발달로 사투리는 표준어인 서울말에 밀려 없어질 단계에 놓여 있다. 사투리는 지역 문화유산의 총결산이자 정신과 생활양식의 출발점이다.

이미 제주에서는 사라져 가는 제주방언을 지키기 위해 제주어 보존 및 육성 조례안을 만들었고 제주어 선생 육성 교육, 지방지 제주어 기획, 지방 방송 프로그램 기획, 제주어 말하기 대회, 일부 초·중·고 재량활동 시간에 제주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진주검무나 교방굿거리춤이 현재까지 보전되고 잇는 것은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따라서 진주지역 고유어도 독특한 문화유산이라는 관점에서 연구, 보전 및 활용 정책을 수립해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토록 하기 위해 진주방언 보존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진주방언의 보존은 진주문화 창달에 기여해 진주문화를 꽃피우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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