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죄(綱常罪)
강상죄(綱常罪)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9.1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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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강상죄 :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조선 시대 대표적인 효행서인 ‘삼강실행도’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는 자식들의 효심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일부 효와 불효에 관한 내용을 소개하면 ‘민손단의(閔損單衣)’라는 이야기가 있다.

민손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계모 밑에서 자랐다. 계모는 자기가 낳은 아들만 귀여워 할 뿐, 전처의 아들은 몹시 미워했다. 자기 아들에게는 솜을 두툼하게 넣은 옷을 해 입히면서 민손에게는 갈대 옷을 해 입혔다. 민손은 추위를 견딜 수가 없었지만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아 평화로운 가정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그러던 중 날씨가 몹시 추운 어느 겨울날 민손의 아버지가 외출을 하려는데 마침 말몰이꾼이 없어 민손을 불러 수레를 몰도록 했다. 추운 날씨에 변변한 옷을 입지 못한 민손은 몸이 너무 떨려 마침내 도중에 말고삐를 놓치고 말았다. 이것을 본 아버지는 민손을 껴안으며 아들의 옷을 만져보았다. 갈대로 지은 옷이었다. 화가 잔뜩 난 아버지는 집에 돌아와서 계모를 내쫓으려고 하였다. 그러자 민손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어머니가 계시면 자식 하나만이 춥게 지내지만 어머니가 나가시면 세 자식이 모두 춥게 됩니다’ 이리하여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따라 계모를 내보내지 않았고, 계모도 그날부터 마음을 고쳐 민손에게 사랑을 기울였다고 한다.

고려시대에 고려장이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부모가 일흔이 넘으면 살아있는데도 그대로 지게에 지고 가서 산속에 버리고 오는 제도였다. 한 가난한 아들이 늙은 어머니를 업고 깊은 산 속에 버리려 가는데, 등에 업힌 어머니는 쉬지 않고 솔잎을 따서 길에 떨어트렸다. 아들이 집에 돌아갈 때 길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자식의 등에 업혀 죽으러가는 순간까지도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정성이었다. 어머니를 버리고 돌아오려 할 때 함께 갔던 손자가 그 지게를 다시 가져가려고 했다. 아버지가 이를 이상히 여겨 그 까닭을 물었다. 다음에 아버지가 늙으면 이 지게로 내다 버리려고 가져가야 한다는 대답이었다. 이 말을 들은 아버지는 깊이 깨달은 바가 있어, 다시 늙은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지성으로 공양했다고 한다.

어느 효자는 아버지가 늙어 고려장을 할 시기가 되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어서 아버지를 숨겨두고 봉양했다. 그러던 중 중국에서 어려운 문제를 내어 풀기를 요구해왔다. 아무도 풀지 못해 온 나라가 근심에 싸였다. 그때 늙은 아버지가 문제의 해답을 알려주어 무사히 그 어려움을 해결했다. 노인의 지혜가 발휘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나라에서는 늙은이도 쓸모 있음을 깨닫고 고려장이라는 악습을 폐지했다고 한다.

유교 경전 가운데 하나인 ‘효경’에서 공자는 “3천 가지 죄 가운데 불효죄가 가장 크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불효자는 어버이를 귀찮게 한다. 서운하게 한다. 뒤로 제친다. 어른으로 모시지 않는다. 말을 듣지 않는다. 설득시키려 한다. 은혜를 모른다. “예”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을 어렵게 한다. 문자를 사용한다. 따진다. 이기려고 한다. 슬프게 한다. 술에 빠지고 음란에 빠진다. 글을 읽지 아니한다.

또한 불교의 경전인 ‘부모은중경’에서는 불효자에 대해 부모의 생활 형편이 춥거나 더운 것에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모를 편히 모실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 부모가 나이 들어 쇠약하여 모습이 보기 싫게 되면 오히려 남이 볼까 부끄럽다고 괄시와 구박을 한다. 부모 중 한 분이 홀로 되어 빈 방을 혼자서 지키게 되면, 마치 손님이 남의집살이를 하는 것처럼 여겨 살펴보는 일이 없다. 방이 추운지 더운지, 부모가 배가 고픈지 목이 마른지 살펴보지 않는다. 부모는 밤낮으로 스스로 슬퍼하고 탄식을 한다. 석가모니는 불효한 자식은 아비무간(阿鼻无間)이라는 지옥에 떨어진다고 했다.

세간에 들리는 이야기 중에 시골에서 모처럼 자식을 찾아 서울에 올라간 시아버지의 얼굴을 며느리가 모르고 ‘어디서 오셨느냐?’고 물었다느니, 홀로 살아가는 부모님이 별세하였는데 장의업자에게 전화해서 처리해 달라고 한다고 하니 이 천벌(天罰)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이 사람들아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도 없다고 했다는 말도 모르느냐? 돌아가는 세상이 두렵기도 하고 씁쓸하기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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