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2)
중국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9.20 1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국제대학교 석좌교수

지리산 막걸리 학교 교장

중국고전을 읽는 것은 모래를 걸러서 금싸라기를 가려내는 것과 비슷하여 모래는 많고 금은 소량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원료로써 다룬다고 할 때에는 때로 보통 사람들이 아주 쓸모없는 책이나 어구라고 생각하는 것도 크게 쓸 데가 있는 것이니 공장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한 공장에도 많은 부산물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찌 다만 금싸라기만이 소용이 있다고 할 것인가. 모래도 또한 소용이 있는 것이다.

독서의 방법을 묻는다면 나는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 방법은 매우 구식이고 졸렬하고 성가신 방법이라고 할는지 모르나 실제는 지극히 필요한 것이다. 무슨 방법인가. 그것은 ‘초록(抄錄)’ 또는 ‘필기’를 하는 방법이다.

우리들이 한 명저를 읽을 때에 그토록 해박하게 인용하고 그토록 세밀하게 분석한 것을 보고 혀를 내두르며 놀라 말하기를 이 저자가 얼마나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이며 얼마나 많은 사물을 기억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이는 틀림없이 특별한 천재이고 우리들이 흉내낼 수 없다고 하기 쉽다. 그러나 실상 그러한 일은 없는 것이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지혜를 모르고 지혜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여러분이 보는 것은 그가 밖으로 나타내는 성과이지 그 성과가 원래 티끌 모아 태산이 되는 것처럼 고심해서 알고 힘써 실행하는 노력으로부터 얻어졌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대개 대학자가 평소에 학문에 종사하는 것을 보면 모두 무수한 노트나 카드를 가지고 책을 읽다가 쓸 만한 자료를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초록하고 있다. 짧은 것은 전문(全文)을 베껴 두고 긴 것은 요점을 적어두고 서명과 권수와 면수를 적어둔다. 그리고 자료가 쌓여서 풍부하게 되면 다시 일정한 관점에서 정리·분석하여 한 편의 저술을 이루어 놓는 것이다.

이러한 공부방법이 약삭빠르지 못하고 고생스럽기는 한 것이지만 진정 학문을 하는 사람은 누구도 이 길을 떠날 수가 없다. 동식물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표본채집을 게을리 하고서 신발명을 할 수 있겠는가. 세상에 그렇게 편리한 일은 없는 것이다.

새것을 밝혀내는 최초의 계기는 ‘주의’하는 데에 있다. 책을 초록하는 것은 곧 주의를 환기하고 주의를 계속 보존하는 최량의 방법이다. 책을 읽다가 주의할 만한 자료라고 느꼈을 때 즉시 베껴둔다면 그 자료는 당연히 일정한 인상을 뇌리에 새겨 넣게 될 것이며 그것은 다만 한 번 보고 흘려 넘기는 것과는 딴판일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에 얼마 지나서 이것과 관계가 있는 제 2의 자료와 부딫히게 되면 그것을 또 베껴 둔다. 그러면 그 주의점은 한층 감명이 깊어질 것이다. 이렇게 몇 번 하고 나면 어떤 책을 읽을 때마다 그것과 관계 있는 자료는 책상 위에 살아있는 물건처럼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찾아내게 된다. 이것은 내가 다년간 체험에서 얻어낸 실제의 상황인 것이다. 여러분도 1년 동안만 이대로 실험해 보면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가령 '순자(荀子)' 한 권을 읽는다고 할 때에 한 사람은 범연히 읽어 내려가고 또 한 사람은 생각을 정리하여 순자에 관한 논문을 쓴다고 하면 읽은 후의 두 사람의 감명의 심천은 물론 판이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학생들이 저술을 즐기는 습관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 저술한 글을 사람에게 보이고 안 보이는 문제라든지, 언제 성공을 거둘 것인지의 문제 등은 여러분의 마음에 달려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