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지방자치 20년 진단
(창간특집)지방자치 20년 진단
  • 김영우기자
  • 승인 2014.11.02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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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주인의식 제고 明 VS 暗 허울뿐인 주민자치

▲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지난 6월 4일 오후 하동군 개표소인 하동실내체육관에서 개표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로 일컬어지는 지방자치가 성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방 의회는 1991년에 구성됐지만, 자치단체는 1995년 6월 처음 치러진 단체장 선거로 출범했다는 점에서 온전한 형태의 지방자치는 올해가 20년째가 되는 셈이다.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의 지방자치도 초기의 시행착오에서 벗어나 어느정도 성숙 단계로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각종 문제점들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어 진정한 지방자치제도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전히 중앙정부에 기대어야만 하는 열악한 재정여건과 전시성·선심성 행정에 따른 예산 낭비, 학연·지연에 따른 정실인사,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끊이지 않는 비리·부패 등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들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출범한 민선 6기에서는 지방정부의 사무·재정 분담률을 높여 책임 행정을 구현하고 ‘무소불위’의 자치단체장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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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 낮아진 문턱·지역자체문화 창달 성과
재정상태 열악…전시성 선심성 행정 예산낭비
단체장·지방의원 비리 부패 중도하차도 빈번
의회 수준저하 특권의식 집행부 견제감시 한계


◆관공서 낮아진 문턱 지역문화 창달
지방자치제 출범 이후 주민들이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관공서의 문턱이 관선시대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자치시대 개막 후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공무원이 군림하는 공급자 중심의 행정서비스는 ‘옛말’이 되고 주민이 대우받는 주민자치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 덕분에 열린 행정이 가능해 졌다. 주민들이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지방의회를 통해 지자체의 잘못된 정책 결정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비판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역을 알리고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목소리가 개진되면서 특색있는 지역 문화도 창달됐다. 진주남강유등축제,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고성공룡축제 등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자체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지역의 특성을 끄집어내기 위한 다양한 지방자치 정책이 추진됐고, 지역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 역시 가속화됐다. 거제와 통영, 사천, 남해, 하동 등의 지자체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책들을 추진해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걸림돌 비리·부패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전시성·선심성 행정에 따른 예산 낭비, 학연·지연에 따른 정실인사, 비리·부패 등은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 선거를 둘러싸고 범죄로 중도 하차하거나 비리로 구속되는 경우가 끊이지 않으면서 지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경남도내에서는 기초단체장을 비롯해 지방의원들의 도덕성 추락이 심각한 지경에 달했다. 민선 단체장이 5기까지 배출되면서 재임 중 혹은 퇴임 후 사법처리된 기초단체장이 무려 20명이 넘는다. 뇌물수수가 가장 많은 죄목이고 보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선비의 고장’으로 불리는 함양군에서는 군민들이 뽑아 준 군수들이 연달아 법의 심판을 받고 중도에 물러났다. 최완식, 이철우, 전 군수가 2년 사이에 차례로 군수직을 상실했고 비록 무죄판결이 났지만, 천사령 전 군수도 뇌물수수죄로 구속된 바 있어 함양 군민들이 입은 상처가 쉬 아물지 않고 있다.

함양군 뿐만 아니라 경남도내 기초단체장들의 도덕성 추락이 심각한 지경에 달했다.

양산시의 경우 민선 1, 2기 시장이 수뢰 혐의로 법정구속된 데 이어 재선거로 당선된 시장마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자살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거제시도 민선 1~4기 시장 3명이 모두 수뢰 혐의로 사법처리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창녕군도 골재 채취 허가권을 둘러싼 뇌물 비리가 끊이지 않으면서 2006~2010년 민선 4기에만 군수가 두 명이나 비리로 물러나면서 4년 사이 군수 선거를 세 번이나 치러야 했다. 18개 시·군 중 전·현직 단체장이 탈이 없는 지역이 고성·합천 등 5~6개에 불과할 정도이다.

도의원과 시군의원 등 지방의원들도 비리혐의 등으로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잇따라 발생했다.


도내 단체장들이 비리에 쉽게 연루되는 것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반면 도덕적 자질은 부족한 탓이다. 여기다 지연·학연·혈연에 기대어 당선된 단체장들이 토호세력과의 유착관계를 쉽게 끊어 버리지 못하는 게 큰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도내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단체장이 비리로 낙마하면 지방행정이 올스톱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유권자 모두 깊이 새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재정 위기로 흔들리는 지방자치
지방자치는 지방정부가 주민의 뜻에 따라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조세체계는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8대2로서 국세에 편중됨에 따라 많은 지방정부가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중앙정부는 영유아보육, 기초연금과 같이 국가최저수준의 복지사업을 국고보조사업제도를 활용하여 지방재정을 국가정책사업 재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지방의 재정난의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지방정부가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가의 하부 행정기관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정운용의 자율성 보장은 우리헌법의 지방자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경남도내 군지역은 지방세 수입으로 직원들의 월급을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상태가 열악하다. 물론 자치단체장들이 인기몰이를 위한 취적을 쌓기 위한 전시행정으로 무리한 사업을 펼쳐 예산 낭비로 인해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자체도 있지만 대부분의 도내 지자체 대부분이 낮은 재정자립도로 인해 재정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의 재정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중앙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지자체의 세수입 감소를 꼽을 수 있다.

결국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하던 사회복지서비스마저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 재정위기에 직면한 자치단체의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은 지방자치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경남도를 비롯한 경남지역 19개 지방자치단체의 지난해 재정자립도는 23.86%로 전국 평균 50.06%의 절반수준에도 못미쳤다. 군 단위 지역 9곳은 10%대의 재정자립도를 보였다.

부채비율은 재정자립도와는 달리 군지역이 시지역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공무원인건비비율은 최저 8%~15%대를, 지방의회경비비율의 경우 0.2%~0.11%대를 형성하고 있다.
 

◆제 역할 못하는 지방의회
지방자치는 지방의회와 함께 시작한다. 이 때문에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의 ‘꽃’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자치단체장으로 대변되는 집행부를 견제하기 위한 기구인 지방의회는 집행부의 독주를 막고 중앙에서 일일이 챙길 수 없는 지역 현안들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지역 실정에 맡는 각종 정책 제시를 비롯해 대규모 사업과 소소한 편의시설 건립까지 지방의회의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 행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하는 주민자치기구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1990년대 출범 당시엔 무보수를 원칙으로 했다. 그러나 점차 실비 개념의 활동비가 지급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월급처럼 의정비를 받는다. 규모도 기초단체가 연 3000만~5000만원대, 광역단체는 5000만~8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올해도 도내 곳곳에서 의정비 인상으로 논란을 벌이고 있어 지역민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특히 올해는 도내 지방의회마다 의정비 인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인상폭도 10~20% 수준이다. 정부가 지방자치법규를 개정하면서 의정비를 지방선거가 끝난 해에만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상한을 20%로 정하자 올해 큰 폭으로 올리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시의원의 역할과 지방행정 효율이 높다면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지방의원의 회의 참석률 저조, 질 낮은 발언 수준, 특권의식으로 인한 문제 유발 등이 지방의회마다 고질병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원들의 해외연수도 매번 ‘혈세 여행’이라는 논란의 대상이 되곤 했다. 이제 지방의회가 존립할 가치가 있는지와 지방의원의 효율과 성실성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 그래서 전업의원이 필요하다면 그에 합당한 보수를 책정해 주고, 비용 대비 효율이 낮다면 근본적인 수술 방안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제 무보수 명예직으로 주민들에게 봉사하라는 당초 지방의회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김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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