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inferiority feeling) = 枯葉
열등감(inferiority feeling) = 枯葉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1.0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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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선/나라사랑 보훈 강사
 

그때는 몰랐지만 필자는 지독한 열등감으로 지난 인생의 상당부분을 세상과 등지고 산골에 쳐 박혀 이 세상 뜰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의 게으름이 최대의 불행이라고 철학자 피히테가 말했지만 게으름과 무위도식도 모자라 온갖 사색과 고독속에 자라목처럼 자신을 숨겨놓고 지구 종말처럼 꺽꺽 한숨만 토해 냈었다.


마를고(枯) 잎사귀엽(葉)의 병마. 그것은 참전의 지독한 전리품이었음을 코마로 11년 7개월, 전신마비로 4년여, 수억원의 재산을 탕진한 후에야 알았었다. 해골 같았던 몰골로 엉금엉금 기면서 욕창으로 썩어버린 지독한 냄새를 지워가며 삶이 죽음보다 못했던 그 세월을 보내고서야 바람개비인양 뒤틀려 돌아가며 절망을 벗어났었다. 일명 오렌지 에이전트인 고엽제에 젊은 시절의 사업가 야망과 열정을 빼앗겨 버리고 졸지에 1급의 중증 장애인으로 살려니 천덕꾸러기란 말을 매 순간 실감하며 이를 악 물어야 했다. 최첨병 용맹했던 전사를 용케 기억했던 당국은 필자의 부끄러운 현실을 설득 또 설득하여 ‘내일은 푸른 하늘’이란 국방영화를 만들었고 현충일(1994년) K1TV로 전국에 방영 유례가 없는 호응으로 이듬해 현충일에도 앙코르 방영 했으며 타 채널도 국군의 날에도 방송을 했다. 일약 춤추는 용사의 몸짓으로 다른 TV에 ‘마른 잎 살아나’‘대한민국 땀과 눈물위에 서다’ 등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화면에 비쳐졌고 각종 시사프로그램의 TV와 라디오로 전파를 탔었다. 전후방의 군부대의 강연요청이 쇄도 하는 등 바람결대로 흩날리며 굴러다니다가 짓밟혀 부스러져 버리는 고엽에서 내일의 새로운 삶을 꿈꾸는 또 다른 고엽(枯葉)의 전리품으로 변화되었다.

남들은 원하지 않는 감옥보다 더한 삶이었지만 용케도 버텨내었다. 흔히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고 좋은 일 궂은일이 번갈아 오는 게 인생이라고 자위하며 살아간다. 군대도 우리의 아들 달이 구성원이고 미운 놈 좋은 놈이 있게 마련이니 사고도 생기고 탈도 많다. 반면에 군대는 인생의 기초를 닦는 도장이기도 하다. 비만이나 약골이 건강해지고 놓았던 공부도 다시 한다. 사법고시 합격자도 나오지 않던가 쌍나팔 불어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며 얼렁뚱땅 시간만 때우며 전역을 기다리는 부류가 사고를 치고 사회에 나와도 별 볼일 없는 인생이 된다. 지난해까지는 우리 국민이 70%가까이 군에 신뢰감을 주었는데 최근의 신뢰도 조사에선 30%대라고 한다. 이유는 뻔하다. 사건 또 사건…. 북한의 핵심 3인방이 오자 호들갑을 떨었는데 불과 며칠사이에 서해 NLL, 연천에 총포탄이 작렬했다. 역시 역시 나였다. 우리 모두가 마음을 추슬러서 우리의 생명과 영토를 파수하는 푸른 제복의 아들딸에게 격려와 용기로 사기를 진작시켜 주사, 자유, 평화가 영원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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