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시간이 주는 자연의 묘미를 느끼며"
"산에서 시간이 주는 자연의 묘미를 느끼며"
  • 한송학기자
  • 승인 2014.11.13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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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즐겨찾기 산악회 주왕산 산행기
 

10월은 꽃을 피우고 알찬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자신만만한 달이다. 시간이 주는 자연의 묘미를 느끼며 그 속에 우리의 인생을 대입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이러한 계절 지난 10월 26일 경북 청송 주왕산을 다녀왔다. 자연과 교감하며 떠나는 산행은 행복 그 자체다. 특히 주왕산은 가을 단풍산행으로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곳이다.

산행 당일은 자욱한 안개로 가시거리가 채 50m도 안 되는 것 같다. 차창 밖을 조망할 수 있는 시야 확보는 계속 어렵다.

9시 이후 서서히 바깥 풍경이 드러나고 있다. 추수를 끝낸 논과 밭이 그렇지 않은 것과 딱 반반이다. 추수를 끝낸 논의 볏짚들은 자기들의 임무를 성실히 끝낸 포스로 다음 순서를 기다리듯 차분히 도열한 채 쓰러져 있다. 색에 잠기기에 딱 좋은 분위기다.

우리를 태운 관광버스가 영천으로 들어서고 북으로 나아가면서 한적한 농촌마을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사과 농장이 갈수록 많이 보이면서 청송, 이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란 것을 누구나 알 정도로 온통 사과로 덮여 있다. 열어놓은 환기통을 통해 들어오는 공기도 사과향 가득하다. 꼬불꼬불한 청송의 국도를 스릴 있게 질주하면서 빨갛게 변한 단풍나무와 주변의 색감을 보면서 주왕산의 경치와 순조로울 오늘의 일정을 다시한번 그려본다.

주왕산 입구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20분경 밀리는 차량들로 조금 지체됐다. 주왕산 입구 대형 주차장은 그야말로 산객과 차들로 어디 하나 여유 있는 공간이 없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대전사 앞에 모여 뒤편의 웅장한 바위산을 배경으로 산행시작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각가지 색채로 물들인 주왕산을 맛보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오늘 산행코스로는 주왕산 들머리에서 바로 우회전해 주왕산 정상을 밟고 후리메기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여려 폭포들을 구경하면서 용추폭포와 학소대를 지나 주차장으로 원점회기하는 것으로 길이는 약 9km 산행시간은 4~5시간 소요예정이다. 현재 시간이 오후 1시 점심도 안먹고 산행하는 것으로 맘이 급해진다. 따뜻한 햇빛을 받은 차안에서는 옷을 벗을 정도로 더웠지만 밖의 온도는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해 있었고 뒤끝있는 바람이 가을을 느끼게 했다. 산행 초입부터 경사지다. 과할 정도는 아니지만 주왕산까지 오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기에 약간 부담은 된다.

빠른 점심을 마치고 한참을 올라가니 정상까지는 1km 정도 남아 있는 듯 하다. 계속 오르막이다. 올라가는데 곳곳에 전망대를 마련해 놓아 주왕산을 감상하기에 참 좋다.

주왕산 전체를 조망해 본다. 두리뭉실한 솥뚜껑 같은 모양에 가로세로 규칙없이 가운데가 좁게 푹 꺼져 있는 일명 주상절리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 산이다. 전체 규모는 커 보이지 않는다. 산전체가 빨간 단풍보다는 노란색과 초록색이 뒤섞여 있다는 느낌이다. 빨간 단풍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약간 실망일수도 있는 부분이다. 올라가다 보니 소나무 껍데기 일부가 움푹패여 있고 드러난 속살에는 빗살무늬 형태로 좌우 날카로운 자상의 흔적이 있다. 세월을 보낸 자취와 함께 커다란 나무로 성장해 있다. 이런 소나무가 꽤 많다. 안내문이 있는데 60~70년대 송진을 채취하기 위한 것으로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의 어려웠던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라 소나무에 남겨진 땀과 눈물을 느낄 수 있었다.

주왕산은 1976년 국립공원으로 승격돼 산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만큼 산행로 정비는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직진으로 완만하게 경사진 길을 계속 가다보니 깔딱고개 나무계단이 끝없이 가파른 형태로 나타난다. 이길이 마지막 절정의 길이란 걸 직감했다. 깔딱고개 없는 산이 어찌 산이랴?

그렇게 주왕산 정상을 밟았다. 높이는 721m 산행초입부터 해서 2km 거리다. 생각하기에는 넓은 조망과 정상의 짜릿한 느낌을 기대했으나 아니였다. 정상부 주변으로 나무가 뺑 둘러쳐져 있어 조망은 아예 없었으며 앉을 수 있는 벤치도 준비돼 있어 뒷동산에 올라왔다는 느낌이다.

너무 평범해 5시간의 차량이동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다. 또 출발이다. 어려운 산길은 다 끝났다는 느낌이다. 내려오는 길에 한무리의 까마귀떼를 만났다. 이 까마귀들은 굉장히 난폭해 보인다.

이번 산행은 감성산행이라 부르고 싶다. 가을 냄새와 분위기에 젖어 탄성을 넘어 신음소리가 나올 정도다. 진정한 가을단풍 산행이다.

하산길 피부에 스치는 바람은 시간마다 다르게 다가온다. 눈에 부딪치는 경치를 조금이라도 더 담으려는 듯 내려가는 시간도 더디다. 내려갈수록 길은 넓어지고 인파 또한 많아지고 계곡 또한 깊어진다. 이제 속도를 내어 본다. 더 큰 즐거움이 기다리는 환상적인 곳으로 가기위한 자그마한 수고다. 용연폭포와 절구폭포를 지나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용추폭포를 만났다. 이 폭포는 이름 붙이기도 수월할 듯하다.

때에 따라서는 구룡폭포도 될 수 있고 비룡폭포도 될 수 있을 듯 하고, 장엄한 물줄기가 세월을 무기삼아 거대한 바위주변을 깍고 휘게 만들어 신비로운 예술의 경지에 오르게 했다는 경이로움을 느낀다.

학소대와 시루봉 중간사이 길은 참 배경이 좋다. 연인과도 좋고 가족과도 좋고 가볍게 즐기기에 참 좋은 곳이다. 이런 연유로 주왕산은 항상 인파로 북적대고 있는 것 같다. 점점 산행은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썰렁한 가을 날씨가 사람의 마음도 감성적으로 만든다. 가야할 길이 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밀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저무는 오늘일과와 깊어가는 가을과도 묘하게 매치가 된다. 산행은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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