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선생과 제자는 친구
오래된 선생과 제자는 친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2.1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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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관광과 교수

나이를 고려한다면 어릴 적 만났던 동창이나, 사회에서 만난 동료가 대부분 우리의 친구이자 이야기 상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인관계에 있어서 나이를 중시하는 우리 동양문화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나이 차를 막론하고 선생과 졸업한지 오래된 제자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부모와 나이 든 자식이 인생의 친구가 될 수 있듯이.

한 해가 저물어가는 요즘 약 30년 전 졸업했던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에게서 문자 한통을 받았다. 신문에 기고한 글을 우연히 읽고 사진을 보았다는 내용이었다. 문자를 보고 든 첫 생각은 바로 ‘우리 선생님 국어 담당이셨는데. 혹시 앞뒤가 안 맞는 글이라도 있었나?’였다.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선생님은 여전히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10대 때 선생님은 그저 공부나 출결 등을 확인하고 독촉하는 대상으로만 생각되었고, 우리 선생님도 나와 같은 학창시절을 거쳤을 거라는 생각은 감히 해보지도 못했었다. 하지만 내용이 다소 완벽하지 않더라도 우리 선생님은 제자를 기특한 시선으로 봐줄 것임에 틀림없다는 믿음도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갑자기 날아온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의 문자는 나의 마음에 큰 위안과 안식 그리고 활기찬 에너지를 주었다. 여전히 내 옆에서 잘 되기를 바라는 듬직한 분이 계신다는 것은 분명히 큰 힘이 된다. 나도 이만큼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그 옛날 우리 선생님의 마음이 이해되고, 이제는 어려운 대상이 아니라 같은 직종에 있는 동지로서도 공감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학교에 재직하면서 졸업한 지 오래된 학생들과 간혹 연락이 닿아 만나면 제자라기보다는 사회인으로서 동질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며칠 전 졸업한지 7년 된 제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몇 년에 한 번씩은 안부를 주고받아서인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식사를 한 시간 정도 예상했지만, 네 시간이 훌쩍 지나도 이야기가 그치질 않았다. 학교 재학시절부터 사회인으로서의 에피소드 등 이야기 거리는 다양했고, 이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지처럼 느껴졌다. 그 전에는 내가 무엇을 해주어야했다면 이제는 나도 그들에게서 공감 받는 따뜻함이 전해졌다.
연구실 한쪽 벽에 붙여있던 옛날 사진을 주니 만감이 교차되는 얼굴이었다. 기념일을 맞아 큰 종이에 반 학생 모두가 각각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써서 나에게 주었던 것이 시간이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보관되어 있는 것을 보고 사진을 찍어가며 고마워했다. 다시 경쟁이 심한 사회로 돌아가지만 잠시 돌아보았던 시간과 추억들은 분명히 그들 마음속에 활기와 열정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제자들이 찾아 와 하는 빈번한 말은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이다. 나도 우리 선생님께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전 만났던 졸업생의 이야기 중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점은 그의 실패를 이겨낸 이야기였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었던 것이 기억나면서 우리는 많은 공감을 주고받았다. ‘너도 알지!’ ‘그럼! 알고 말고’하는 대화처럼 말이다.
청마 해라고 떠들썩했던 한 해가 벌써 저물어가고 있다. 마음을 나누고 싶은 은사님이 있다면 한번 연락을 드려보면 어떨까. 아마 고향집에 다녀온 듯한 마음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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