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살의 초보아빠 체험기
52살의 초보아빠 체험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0.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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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석/우리아비바생명 진주지점장
내 나이 52살 요즘 난 우리집 넷째, 똘똘이를 키우는 재미로 산다. 요놈이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생활의 즐거움이다. 50대 메마른 삶의 화분에 물이 되주고 있는 우리 똘똘이. 그런 귀염둥이가 우리 집에 처음 찾아 온 날은 바야흐로 8월 5일. 태어난지 갓 열흘 남짓 되던 때였다.

사실 녀석은 내가 아끼던 조카의 아들이다. 당시 조카 부부 사이에 좋지 않은 일이 생겨 우리집에 오게 된 것이다. 녀석이 오는날 난 새 식구를 본다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날밤 잠도 채 이루지 못할 정도 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얼마후 그 기분 좋은 설렘은 잠시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사같던 얼굴로 처음 우리를 반겼던 똘똘이. 조용하던 집안이 그런 녀석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황급히 아내는 우유를 타기 시작했고, 딸들과 아들과 나는 아기를 안고 달래기 시작했다. 얼마후 아내가 타온 우유를 먹고는 겨우 진정이 된 아기는 잠이 들었다. 정신없이 허둥지둥 거렸던 우리는 그제서야 서로를 바라보고 웃기 시작했다. 똘똘이 녀석으로 인해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다섯 식구가 오랜만에 모여 함께 가져보는 시간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요놈이 우리 집에 온 첫날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던 것 같다.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우리집 넷째막둥이 똘똘이. 사실 이 ‘똘똘이’라는 별명은 우리집 큰딸이 지어준 것이다. 동그란 눈과 얼굴, 고집있게 앙다문 입술, 두주먹 불끈 쥔 손이 영락없는 ‘똘똘하게 생긴 아이’라는 것이다. 큰딸에게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그런 막둥이의 모습이 큰딸과 많이 닮아 있었다. 그래서 녀석을 돌볼때면,  20년전 큰 아이를 키우던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시절의 난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 세 아이의 아빠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일개 신입사원으로서 회사일에만 신경쓰기 바빴고, 제 자식이 어떻게 크는지도 몰랐다. 한마디로 당시의 나는 아이 키우는 재미를 몰랐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50대의 문턱을 넘은 지금의 나로서는, 지난 30대의 날처럼 일에 쫓기듯 하루를 살아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저 구석진 마음 한켠에는 ‘여유’라는 것이 생겨났다. 그런데 마침 그때에 우리 똘똘이를 만난 것이다. 아마 이 시기에 똘똘이와 내가 만난 것은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조금이나마 삶의 즐거움을 선사 하기 위해, 이런 복덩이를 하늘에서 내려준 것이 틀림없다고 믿는다. 덕분에 나는 내 또래 친구들 그 누구보다 즐겁고 활기찬 삶을 살고 있다. 심지어는 50대라는 나이까지 잊고, 마치 젊은 아빠가 된 것 마냥 행동하기 일쑤이다. 비록 52살 적지 않은 나이의 초보아빠지만, 똘똘이 또래의 아빠들 못지않게 잘 해줄 자신이 있다. 과거 세아이가 자랄 때 해주지 못한 것들을, 지금은 우리집 넷째막둥이에게 마음껏 해주고 싶다.

녀석이 우리집에 온지 어느덧 두달이 다 되어간다. 들어온지 3주쯤 되던 때에는 내눈도 응시하고 귀도 쫑긋하더니,이제는 말을 자꾸 하려는지 신기한 소리들을 내뱉곤 한다. 이런 사소한 변화 하나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가족들의 웃음꽃을 피우게 한다.

그 중 큰딸이 막둥이를 보며 제일 즐거워 한다. “엄마,똘똘이 웃는다 웃어-아빠, 요녀석이 내가 엄만줄 아나봐.자꾸만 쳐다보네. 아유, 이뻐라-”

집에 오면 한시도 똘똘이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하는 큰딸이다. 원래 밖에 나가면 늦게 들어오기 일쑤인 아이였지만, 지금은 학교마치면 곧장 집으로 달려와 막둥이 안부부터 묻곤 한다.

아마도 우리집 넷째가 오고 난후부터 가족들에게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듯 했다. 조용하고 삭막했던 집에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말이 별로 없어 서먹했던 가족사이에는 대화의 꽃이 피었다. 똘똘이의 미소 한방으로 온가족이 웃는날도 많아졌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소원이 한가지 있다면 하늘에서 내려온 요 복덩이가 아프지말고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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