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유구한 역사 간직한 고찰…茶 문화 발원지
1500년 유구한 역사 간직한 고찰…茶 문화 발원지
  • 사천/구경회기자
  • 승인 2015.01.1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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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봉명산 다솔사 동초 스님

 
다솔사 주지스님 인사말
다솔사(多率寺)는 여래(如來)의 무량공덕을 두루 지닌다는 총섭임지(總攝任持)의 도량으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별보궁(寂滅寶宮)입니다.
503년 지증왕 4년에 창건되었으니 15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영남 제일의 정법안장종찰(正法眼藏宗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연기(緣起)로 보면, 다솔사가 겪은 부침(浮沈)의 역사는 당연지사였으나 이제 지중한 시절 인연으로 기운생동의 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일체의 유위법이 비록 꿈과 같고 그림자와 같을지라도 마땅히 바로 보라” 하였습니다. 
이 사이버 법당은 체(體)인 불법(佛法)을 홍포(弘布)하는 용(用)의 방편으로 만든 것입니다. 
현상은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의 바탕 위에 늘 존재합니다.
다솔사의 오늘이 비록 어제의 바탕 위에서 가뭇없이 흔들렸으나, 다솔사의 내일은 오늘을 토대로 여법한 도량으로 환골탈태할 것입니다.
유정, 무정, 실상, 허상이 결코 둘이 아닙니다. 다만 바로 보지 못하고 중생심의 분상으로 구분할 뿐입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다솔사의 법당이 인터넷 가상공간의 다솔사 법당과 결코 둘이 아닙니다.
영남 제일의 정법안장종찰(正法眼藏宗刹) 다솔사가 이 가상의 공간 속에서 활발한 존재의 의미를 제시할 것입니다.
다솔사의 주련 중에 있는 시입니다.
我作佛事淵乎妙哉(아작불사연호묘재) 내가 하는 불사는 깊고도 미묘하여라.
空山無人水流花開(공산무인수류화개) 사람 없는 빈산에 물 흐르고 꽃이 피네.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다솔사의 인연 불사는, 물 흐르고 꽃 피우는 사람 불사가 될 것이며, 부처님 정법을 바르게 펼치는 현묘 불사가 될 것입니다.
부처님 정법과 민족 전통 문화와 예술 세계가 부단했던 다솔사의 새로운 인연 불사에 다솔사 사부대중은 마른 땅의 단비처럼 늘 함께 하겠습니다. 
일월년시호시절(日月年時好時節)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4교구 다솔사 주지 동초 합장


사천 봉명산 다솔사를 찾은 날 숲은 밤새 내린 장맛비로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선선하면서도 온몸을 감싸는 습기가 청량감을 더한다. 분명 숲을 관통해 만든 길인데도 본래 나 있던 길인 듯 어색하지가 않다. 곧게 뻗은 소나무, 그 사이로 오르는 야트막한 산길은 주변 경치에 눈길을 팔고, 잡스러운 고민들을 곱씹으며 시간을 끌어봐도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사천 다솔사(多率寺)는 길이다. 입구 주차장에서 절까지는 500m 남짓. 나지막한 돌계단을 딛고 절에 들어섰다. 좁고도 낮다. 천년이 넘은 사찰이라고 해 널찍한 경내에 높다랗고 웅장함을 상상했건만,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게다가 변변한 탑 하나 보이지 않고, 나지막한 가람 대여섯 채가 이마가 맞닿을 듯 옹기종기 모여 있을 뿐이다. 경내를 돌아보기 전 주지인 동초(東初) 스님을 만났다. 동초 스님은 차를 건네면서 “도량이 모양새는 볼품 없지만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고승과 독립운동가 등이 거쳐갔고, 한국의 차(茶) 문화가 발원(發源)된 의미있는 곳 적멸보궁의 ‘다솔사’의 역사적 배경과 년중 행사 증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동초 스님과의 일문일답.

-다솔사 중건의 역사적 배경과 사찰명이 품고있는 뜻은 어떻게 되는가
▲다솔사의 역사는 ‘곤양 지리산 영악사 중건비’에 고스란히 기록돼 있는데, ‘남쪽 바다에 닿아 있는 사천 곤명은 그 진산을 지리산으로 하는데, 수백 리 흘러 곤명 북쪽에 봉우리를 맺은 봉명산에 절을 세웠다. 문창후 최치원과 지영·능민 두 스님이 거닐며 즐기던 곳이다. 신라 지증왕 4년 계미년(503년)에 절의 역사가 시작됐으며 이름을 영악사(靈嶽寺)라 했다. 선덕여왕 5년 병신년(636년)에 자장법사가 중창(重創)하여 타솔사(陀率寺)라 했다’…(중략) 비석은 숙종 30년(1704년)에 세웠다.
다솔사란 이름은 19세기 이후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 다솔사는 이처럼 1500년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고찰이다. 절 이름인 다솔은 소나무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지만, 이 절의 주산이 마치 대장군이 앉아 있는 듯해 군사를 많이 거느린다는 뜻에서 다솔(多率)이라 붙여졌다고 한다. 이곳에는 현존하는 건물 중 가장 오래된 조선 영조 때의 대양루를 비롯해 극락전, 응진전이 있고 가까이에 보안암과 서봉암 등을 거느리고 있다. 

-다솔사가 불자들에게 순례지와 기도 도량으로 신성시 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다솔사가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불자들의 순례지와 기도도량으로 신성시되는 이유는 적멸보궁(대웅전)에 모신 108과의 사리 때문이다. 지난 1978년에 대웅전 삼존불상에 금칠을 다시 하던 중 후불탱화 속에서 발견됐다. 이곳의 내력과 자장율사의 발자취를 따라 가면 부처의 진신 사리로 추측된다.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때 사명대사도 잠시 머물렀다는 얘기도 있는데, 남해안 일대에 왜구의 노략질이 심했고 곳곳에 승병이 조직된 것을 보면 영 틀린 추측은 아닐 것으로 여겨진다.

-다솔사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의 근거지로서 역할도 했다 들었다
▲다솔사는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근거지였다. 만해 한용운을 비롯해 김법린, 최범술, 김범부 등이 은거하며 항일 의지를 불태웠다. 한용운은 요사채 ‘안심료(安心療)’에서 ‘독립선언서’ 초안을 작성했고, 소설가 김동리 역시 1936년부터 1940년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김동리 선생은 산 아래에 야학을 세워 농촌계몽운동을 벌였다. ‘등신불’ ‘황토기’ 등 대표작들이 이때의 체험이 바탕이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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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들 순례지 기도도량으로 신성시
적멸보궁(대웅전) 모신 부처님 108과 사리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의 근거지 역할도

차 문화 고유 도량 매년 봄 선차(禪茶) 축제
올해 가을 개최될 산빛 가람제 계획
지역 농가 농산물 직거래 장터 개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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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차문화의 발원지란 설도 있는데
▲다솔사는 우리나라 차 문화의 발원지다. 다솔사를 창건한 연기조사나 의상대사, 도선국사 등이 모두 이름난 차승(茶僧)들로 알려져 있다. 이때부터 주변에 차나무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정확한 기록으로는 1960년대 주지였던 효당스님(1904~1979)이 본격적으로 차밭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효당 스님은 사천 출신으로, 1916년 다솔사로 출가해 만해를 당수로 하는 비밀결사인 만당(卍堂)을 조직해 독립운동을 했다. 1960년 이후 다솔사를 다시 찾아 원효사상과 다도(茶道) 연구에 전념했다. 적멸보궁 뒤편을 중심으로 산 위쪽으로 3만3000㎡ 정도에 차나무가 가지런히 자리하고 있다.

-매년 봄이면 선차(禪茶) 축제 개최의 의미는 무엇인가
▲다솔사는 지난 5월 이곳이 한국 차문화의 발원지임을 알리고, 이에 걸맞은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다솔사 차축제’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차 문화 고유 도량으로 조성하기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돌아오는 길. 또다시 차를 버리고 숲길을 걸어 내려왔다. 은은한 솔 향기 속, 주지 스님 방에 걸려 있던 ‘다도무문(茶道無門)’을 떠올렸다. 차(茶)와 선(禪)은 불이(不二)이며 무문(無門)이다.갑자기 사방천지 경계 없는 길을 걷고 있는 듯했다.

-올해 축제 개최 시기와 개요는
▲2015년 5월 다솔사에서 선차 축제가 열린다. 선차 축제 공간인 반야당과 봉일암 그리고 숲속 명상길에서는 신청자에 한하여 선차 체험을 할 수 있다. 대양루에서는 차회 시연에 관람자가 직접 참가하고 마시는 체험 행사가 있다. 
대양루 부대 행사로는 어린이 잎차 시연 및 차 마시기, 가족 가정 차회 시연 및 차 마시기, 잎차 시연 및 차 마시기, 가루차 시연 및 차 마시기, 선차묵 (禪茶墨)특별 전시 등 다양한 체험행사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 사천시 봉명산 다솔사 전경.
-올해 가을 개최될 산빛 가람제 계획을 말해달라
▲적멸보궁 봉명산 다솔사에서 봄날의 ‘선차 축제’에 이어 가을에 다시 ‘다솔사 가을 산빛 가람제’란 이름으로 또 다른 색깔의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형형색색의 이 봉명산 단풍을 무대로, 사찰 요리의 진수를 느끼고 체험하는 무대와 함께 차를 테마로 하는 웰빙 사찰 요리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또 전국의 차인들을 모시고 다식과 함께 하는 들차대회를 열어 차와 다식의 세계를 직접 체험하고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농동락(寺農同樂)의 장을 열고자, 지역 농가의 생산 활성화를 위한 농산물 직거래 장터도 개설한다.
출세간과 세간은 불이(不二)이며 무문(無門)이다. 산사에서 열리는 축제가 바로 사회 일상에서 열리는 축제로 사찰은 지역과 하나이며 사찰의 대중은 바로 지역민이다. 이러한 관계성은 결국 상의상관(相依相關)으로, 지역은 전국과 둘이 아니며 지역민 또한 전 국민과 하나이다.

-산빛 가람제 목적과 행사 내용 및 의의는 
▲산빛가람제 개최의 목적은 생명 존중 사상에 바탕을 둔 사찰 요리를 통하여,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웰빙(well-being) 음식에 대한 현대인의 갈증을 풀어준다.
행사 내용으로는 주식류, 반찬류, 양념류, 효소류 등 사찰 요리 전시, 조리법(recipe 레시피)을 전시, 차를 주제로 한 웰빙 사찰 건강 요리 만들기 대회인 웰빙 요리 경연 대회를 개최할 것이다.

-봉명산 가을 산사 ‘평화 음악회’ 는
▲‘봉명산 가을 산사 평화 음악회’는 개인과 사회 그리고 온 나라가 평화롭기를 발원하는 뜻 깊은 음악회이다. 일반적인 산사 음악제처럼 가수를 불러 흥겨움만 추구하는 음악회와는 다르게 진행한다. 고요하면서도 감동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평화로움이 넘치는 산사 음악회로 만든다.

-지역 농가 농산물 직거래 장터도 개설한다 들었다
▲사찰과 지역 농가 그리고 생산업체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직거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사찰의 대 사회적 역할이다. 사찰이 지역 사회와 하나가 되는 것에서부터 불교의 역할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포교의 시작은 지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농가 농산물 직거래 장터는 사찰과 지역이 공동체적 정서를 만들어가는 기회의 장이다. 사천/구경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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