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1.15 1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환/경남국학원 이사

 
국제시장이 1000만 관객을 넘었다고 한다. 참 반가운 얘기다. 그것은 우리가 손수 만든 영화가 명량을 이어 천만을 넘었다고 하여 그렇고 이 영화가 주는 그림자가 너무도 짙기에 또한 그렇다. 알다시피 이 영화는 덕수 일가를 대표주자로 내세웠지만 우리 앞 세대 바로 현재나이 50대인 386세대를 온 몸으로 돌보주신 우리 어르신들 즉 선배님들의 지난 이야기이다. 이 분들의 세대가 아니었던들, 그 분들의 피와 땀이 없었으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있을 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야기 전반은 이렇다. 흥남 모처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지내던 1910년생인 덕수 아버지는 갑작스런 피난길에 오른다. 흥남부두에서 LST함정에 오르던 중 주인공 덕수는 등에 업은 막내 막순이를 놓치고 이때 막순이를 찾아내려간 아버지와 생이별을 하게 된다.이별직전 갑판 위해서 덕수 아버지는 어린 덕수의 양어깨를 쥐고 눈에 힘을 주며 말한다.“덕수야 이제 내가 없으면 니가 이 집의 가장이다. 가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정이 먼저다 알겠제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인 덕수는 그렇게 아버지와 막내를 잃는다.

부산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고모 집에 정착한 덕수는 어머니와 두 동생을 뒷바라지하게 된다. 덕수는 친구와 함께 구두닦이, 생선궤짝 만들기 등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다 남동생이 서울대학에 입학한다. 동생의 학업을 책임지기로 한 덕수는 입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파독광부모집에 나선다. 경쟁률도 엄청높은 광부모집현장에서 애국가를 힘차게 부르는 기지를 발휘한 덕수와 친구는 무사히 독일 광산에 3년을 일하게 된다. 지하 1000미터 이상의 광산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입지도 목하는 상황에서 돈은 꼬박꼬박 집으로 송금한다. 스크린을 통해 지나가는 장면은 그 힘든 탄광장면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였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우리 광부들의 성실과 의리, 단결심 하나만큼은 독일인의 가슴에 진한 감동을 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파독간호사도 모집되어 병원에서 일한다. 당시 갓 20살 안팎인 우리 딸들이 한 것은 주로 덩치 큰 독일인들의 시신을 닦고 병든 이들을 간호하는 일이었다. 말이 간호이지 참으로 견디기 힘들었으리다.

그곳에서 쉬는 날 덕수가 우연히 만난 파독 간호사 영자와의 만남은 또 다른 희망을 주었으나 그것도 잠시, 여동생의 혼사로 인한 자금마련과 고모가게 인수를 위한 목돈 필요로 또 다시 파월장병 모집에 과감히 나선다. 가수 남진과의 운명적 만남 등 ,생사를 넘나드는 월남에서도 잘 견딘 덕수는 꽃분이네 가게 앞에서 이웃아줌마와 싸우고 있던 아내 영자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모습으로 귀국한다.

영화는 어느덧 종반부를 달리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누가 이 사람을 아시나요”를 주제로 이산가족상봉 장면으로 이어진다. 아버지를 찾지 못한 덕수가 친구와 실의에 빠져있을 때 미국에 사는 막순이가 실시간으로 나와 오빠인 덕수와 서로 흥남에서의 이별장면을 회상하며 대화하는 장면은 지난 시절 오래된 TV의 영상과 함께 청중들에게 진한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하였다. 어느덧 할아버지가 된 덕수는 온 가족들이 모여 있는 큰 방에서 나와 혼자 아버지의 사진이 걸려있는 방으로 간다. 그곳에서 아버지를 보고 말한다. “ 아버지 저 약속지켰지예, 저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 그렇지만 무척 힘들었거던예. 두 시간 가까이 달려온 스크린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우리 속에서 세대 간의 갈등을 풀어주는 대작이다. 당시 덕수와 영자세대는 운명에 비겁하지 않았으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고 내일을 향해 주저함없이 당당하게 살아온 우리 선배님들의 역사였다. 덕수가 아내 영자에게 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가 이런 힘든 시기를 겪기에 다행이다, 우리 애들이 이런 때를 격었으면 우째됐건노?”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강의 기적인 오늘의 우리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뒷걸음치지 않았던 그들에게 따뜻한 마음의 박수를 드린다. 지금 50이하의 세대는 그 분들에 대한 대우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근면과 성실, 배려와 비전을 향해 달려온 순수한 그 열정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것이다. 이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저력이다. 이 전통을 지금 4-50세대는 잘 이어받아야 한다. 그것이 피와 땀으로 이 나라를 세계 속에 당당히 반석위에 올리신 분들에 대한 예의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