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trauma)
트라우마(trauma)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3.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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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선/나라사랑 보훈 강사

세상이 급속도로 변하니 사람을 괴롭히는 질병도 다양해지고 악해져 간다. 외상이나 충격에 의한 정신적후유증도 과거엔 참전자들의 육체적 고통에 이은 정신적 후유증을 트라우마로 표현 했으며 요즈음엔 범위가 넓어지고 다양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참전전상에 시달리는 필자는 정기적으로 부산에 있는 보훈병원에 가서 여러 분야의 진료를 받고, 그에 맞는 주의사항과 처방약을 수령해 온다. 한달 두달, 일년 이년도 아니다. 입원해서 십여년을 넘겼고,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진료가 삼십여년에 다다르니 말그대로 지긋지긋 하지만, 이런 필자는 오히려 약과다. 팔다리 절단한 자, 눈알이 빠져버린 자, 흘러내린 내장을 주워넣고 봉합한 자, 머리가 함몰된 자, 콧줄, 목줄로 연명만 하는자, 코마상태에 진물이 흐르며 썩어가는 피부, 지켜보는 가족의 심경은? 중환자실은 소독, 청결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해도, 꼴꼴하고 시쿰한 하수구 같은 냄새가 배어난다.

우리 시대엔 찢어지고 잘려지고 함몰되고 부숴진 육신만 상이처로 인정했지, 갈갈히 찢어진 영혼의 아픔 트라우마 같은건, 용어 자체도 몰랐고 인정도 안해 주었다. 비행기나 예비군훈련 총소리에 화들짝 놀라 식탁 밑이나 담장모서리 같은 곳에 숨어 거품을 물어도 그냥 정신이 잘못된 것일 뿐이라며 참전후유증으로 인정하지 않고 개인적 불행으로 치부해 버렸으며, 지금은 너무 오래전의 인과관계를 따지면서 마이동풍 타령이다. 공직사회나 산업체에서의 재해(산재처리)를 보면은 웬만한 것은 다 국가배상이나 업체 보상이 이루어지고 보험혜택도 있다. 그도 아니면 떼거지로 물고 늘어진다. 너무도 변한 시대 탓이라고는 해도 참전용사 후유증 노병들은 순진하고 바보이다.

요새 복무중 다친자와 탄우속 다친자가 받는 보상금이 참전수당 2만1000원 차이밖에 안 난다. 평화시나 전쟁시나 병역의무 수행에 차이가 없다고 말할 수 밖에 없겠지만 과연 그런 것 일까? 무언가 억울한것만 같다. 최소한 일이십만원의 참전수당을 7~80 고령의 노병들에게 배려해야 마땅할 것 같은데, 지놈들 연금이나 챙기는 국회의원이나 공직자에게 바란다는게 아마도 헛바람 이리라. 다행인 것은 요즘 들어 보훈병원의 시설이 현대화로 증개축되고 세밀화 되었으며 의료진과 종사자들이 많이 친절해 졌음을 느낄 수 있다. 갑질이 사라진 것이지만 한두곳 과장은 오래되어서인지 박힌 돌처럼 전근도 안가고 구태의연하게 버티고 있어 원성이 있는게 흠이다. 실력 탓이지만, 오래되었어도 실력 인품으로 추앙받는 분들은 행여 다른 곳으로 갈까 조바심 나는데 말이다.

의사표시도 못하고 수십년 세월을 살아온 중환자 병동의 전우들은, 벌써 봄의 향내를 몰고온 자목련 꽃술의 인사도 반길줄 모른다. 그 어떤 것보다도 전쟁의 트라우마는 아픔과 슬픔이 깊고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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