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 번의 기적을 향해
서른여덟 번의 기적을 향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4.0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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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창/진주향토시민학교장

96년의 무더운 여름에 처음으로 창원의 검정고시 고사장에 늦깎이 제자들을 모시고 갔다. 배움이라는 두 글자만 들어도 눈물이 흐르는 한을 가진 분들이 저마다 꿈은 다르지만 오직 합격을 향해 고사실에 들어가셨다. 나이가 들어 힘든 배움의 길에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그렇게 기적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합격의 영광을 누릴 수가 있었다. 불가능이라 했던 합격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창원의 고사장에 가기 위해서 아침 6시30분까지 진주에 모여 창원으로 출발했다. 9시부터 오후 5시20분까지 시험을 보는 늦깎이 제자들을 보면서 나는 한시도 고사장을 떠나지 않고 기다렸다. 내가 기다리고 있으면 제자들이 힘을 얻을 것 같아서였다. 4교시가 끝나면 제자들이 식사하는 점심시간이었다.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나누어드렸다. 식사를 하시며 오전에 보았던 시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자들의 꿈을 이루어 드리기 위해 봄과 여름 두 차례에 있는 검정고시 시험장에 간 것이 이제 4월이면 서른여덟 번째가 된다. 최고령 합격자를 배출하고 50대, 60대, 70대 제자들이 합격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기적이라 생각했다.

600명이 넘는 합격자가 말해 주듯이 늦깎이 제자들과 함께 점심을 나누어 먹으면서 공부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늦깎이 제자들의 꿈을 이루게 해준 검정고시 제도가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때가 많다. 처음 검정고시 제도는 1950년 6월 13일 대학입학자격검정고시를 시작으로 1951년 3월 3일 고등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가 시행되었고 1957년 12월 9일 중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 시행되었다. 또한 초중등교육법 제27조의 2(학력인정 시험)의 제2조에 따른 “학교의 교육과정을 마치지 아니한 사람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험에 합격하여 초등학교ㆍ중학교 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과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어 많은 국민들이 검정고시를 통해 학력을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검정고시 제도가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고졸 검정고시의 경우 ‘전체 평균 60점 이상 합격’이라는 절대평가 기준이 있지만, 합격선을 50∼55% 정도로 맞추기 위해 난이도를 조절하면서 만학도들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하면 ‘만학도의 꿈’을 실현시켜 주자는 취지의 고졸 검정고시가 10대들의 ‘대입 속성반’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검정고시 제도가 2014년 1회 시험부터는 검정고시 명칭을 졸업학력으로 일괄 변경되고2007 교육과정에서 2009 개정 교육과정으로 바뀌게 되었다. 우리 학교에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50대와 60대다. 교육과정이 7차 개정으로 바뀌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고 하면서 책과 씨름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듣지 않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을 평가하는 곳이다.

물론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검정고시를 치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 중심으로 난이도를 맞추어 문제를 내는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검정고시가 시작된 본래의 취지에 맞게 되도록 이면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환경의 개선과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검정고시제도를 이용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문제점도 수정.보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평균 합격률 50% 정도를 유지시키기 위해 문제가 어려워져서야 되겠는가?

나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시험을 어렵게 나와야 정말로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 분들이 나름 열심히 공부하셔서 시험을 보시는데 불합격하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불합격하신 분들은 이루고자 하셨던 꿈이 좌절되었을 때 느끼는 심정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통이 크다.
 
그러하기에 수업을 게을리 할 수 없다. 만학도로서 대학에 들어가고자 하는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수업을 하고 있다. 3시간 20분 동안 쉬지도 않고 강의를 한다. 제자들의 꿈이 저의 꿈이다. 이 좁은 공간에는 배움의 길을 걸어가고 계시는 제자들께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우리 늦깎이 제자들의 또 다른 어려움은 올해부터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의 출제 과목수가 8과목에서 7과목으로 축소된다. 과목수가 줄어서 시험 난이도가 하락하는 게 아니라 다른 과목은 있으나 마나 수준으로 가정과학 과목에 80%, 많게는 90%에 육박할 정도로 편향되었고, 여기서 점수를 많이 챙겨 평균 점수 상향에 도움을 주던 고득점 과목이 없어지는 것이다. 사실상 늦깎이 수험생들은 더 어려워지는 셈이다. 늦깎이 수험생들의 입장에서는 검정고시 합격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현장에서 수학과 영어를 가르쳐 드리면 반복학습을 하는데도 많이 힘들어 하신다. 그래야 비법을 가지고 설명을 드려야 한다. 영어발음도 못 하시는 분들을 문장해석을 해서 문제를 풀어라고 하는 것이 어불성설이기에 발음에 주안점을 두고 수업을 하다보면 영어시험 점수가 너무 낮게 나온다. 하지만 검정고시 합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위안을 하면서 4월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제자들의 아픔과 고통이 치유될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하면서 많게는 75세 적게는 19세, 18명의 학우들이 부르는 합격의 노래가 경남에 울려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잘 마무리 하셔서 우리 대한민국의 검정고시 응시자들이 얼굴이 환하게 미소로 가득 채워지시길 기다려 봅니다. 검정고시 수험생 여러분, 모두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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