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잇는 전통 교육
세대를 잇는 전통 교육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4.1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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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한 세대 차이인데도 우리와 우리 아이들 간에 전통문화를 접하는 빈도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문화라 함은 명절 차례지내기, 제사를 비롯하여 조부모와의 관계를 포함한다.


우리 어릴 적 명절이 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음식준비에 동참했고, 제사를 지내는 방식도 매우 엄숙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조부 상을 마치고 집에서 일 년 동안 영실을 모셨는데, 아침마다 간단한 밥과 국, 물을 떠서 영실에 올리고 향불을 피웠던 기억이 난다. 우리는 기독교 교인이었으나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애도하는 뜻으로 그렇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자녀들의 경우 조부모 상을 당했어도 잠시 장례식장에 가서 손님처럼 절을 하고 다시 공부하러 가는 경우도 많다. 부모가 결단을 내려 우리 자녀들이 집안 행사에 참여하도록 해야지만 사실 쉽지 않다. 경쟁적인 학교 공부에 그 만큼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 공부 이외의 다른 전통적인 모습을 보고 배우는 기회도 줄어든다.

작년 6월 말 작은 아이는 애정이 남달랐던 외조부가 병원에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기말고사를 앞두고 3일 내내 장례식장을 지켰다. 그리고 10월 말에 친할머니 상을 또 치러야했다. 3일 동안 장례식장에서 함께 지냈고, 중간고사를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사실 학교시험 공부는 참 중요하지만 떠나시는 어른의 마지막을 지키는 것은 일생의 단 한번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도록 권하였다. 꼭 필요한 상주는 아니었지만 함께 할 기회가 더 이상은 주어지지 않을 것 같아 무리하게 참석시켰고 성적에 큰 지장을 주었어도 후회되진 않는다. 묘지에 매장하는 것까지 다 보고나서 학교로 돌아갔다.

나의 유학시절 큰 아이는 미국 초등학교에 다닐 때 우리나라 식으로 하면 현충일, 미국은 Memorial Day 기념으로 학교에서 그림을 그렸는데 독특하다는 점을 인정받아 잘 된 그림으로 선정된 적이 있다. 가서 보니 다른 미국아이들은 공원 같은 묘지에 십자가나 비석 등이 세워있는 그림이었는데, 우리 아이는 동그란 묘 앞에 차린 제사상이 있는 그림이었다. 묘지의 모양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이처럼 눈으로 봐왔던 우리의 전통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독특하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나는 이십년을 기다렸던 일을 하나 했다. 결혼하고 바로 시댁에 갔을 때 방에 놓여있던 반닫이를 보았는데, 시어머니 시집올 때 오동나무를 베어 만든 것이라고 하였다. 그 때 나는 그 반닫이를 내게 물려주시라 부탁하였고, 그것을 얼마 전 드디어 가져온 것이었다. 덤으로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시어머니가 쓰시던 반닫이도 받았다. 워낙 오래되어 많이 망가지고 장석도 들떠있지만 정말 의미 있고 소중한 물건이 아닐 수 없다. 백년 이상 된 낡은 장은 이제 나의 손을 거쳐 세대를 이어 내려갈 것이다.

명절과 집안행사에 참여하고 웃어른이 쓰던 물건을 물려받는 것들은 당장의 값어치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을지 몰라도 우리의 고유문화와 집안의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우리 자녀들에게 인식시켜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진짜 교육은 학교에서 배웠던 암기지식을 뺀 나머지라고 하는 이야기를 아침 라디오 방송에서 듣고 공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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