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곡의 밤
독일 가곡의 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4.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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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서양화가·경상대 건축학과 출강

어느 화창한 봄날, 잘 알지 못하는 어느 누구에게서 문자 한통을 받았다. 산청 하고도 원지에서 ‘독일 가곡의 밤’ 그 다섯 번째의 무대를 개최 하니 시간이 나면 와 달라는 간략한 내용이었다. 로베르트 슈만의 미르트헨 중에서 제1곡 ‘헌정’을 비롯한 총 6곡의 가곡이 있는 ‘리더 아벤트’ 형식의 공연이었다. 피아노 연주자와 소프라노의 이력을 자세히 보니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가진 음악가들이 분명해 보인다. 그들이 내건 슬로건을 보면 대략 이러하다. “지리산 문화 부흥을 통한 힐링의 목적”이라고 되어 있다. 공연은 무료 공연이며 토요일 저녁 시간대라 적혀있어 원지 강변로의 냇가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을 생각하며 아내와 아내의 친구 셋이서 함께 자동차로 달렸다.


그 곳 연주회장은 내가 알고 있던 콘서트 홀은 아니더라도 일정한 시설이 갖추어진 곳으로 생각 했었다. 하지만 조립식 사무실 형태의 공간에 밝은 조명하나, 간단하게 마실 수 있는 음료와 의자 몇 개가 전부였다. 무대라고도 할 수 없는 전면부에는 피아노 한 대만이 쓸쓸히 연주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소프라노 안은미 씨와 피아노 연주자 한강 씨의 프로필을 보면 독일 유수의 국립 예술대와 음대를 졸업한 이력과 수많은 해외 연주회 등을 거친 성악가와 연주자들임에 기대감 컸다. 또한 그들의 경력을 연연히 살펴보면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왕성히 활동한 예에서 그 사실을 알 수가 있다. 그러나 그들이 설 수 있는 큰 무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몇 명의 관객을 두고 독일 가곡 ‘리더 아벤트’가 시작 되고 있었다. 숨소리조차 들리는 그 작은 공간에서 슈만의 ‘헌정’에서 시작하여 ‘호두나무’ ‘연꽃’에 이어 약간의 휴식 뒤에는 ‘줄라이카의 노래’, ‘너는 한 송이 꽃처럼’, ‘봄이다’ 등이 봄바람을 타고 흘러 나왔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독일 가곡의 밤’은 어느새 끝나고 말았다.

소감을 굳이 이야기 하자면 붉은 동백꽃이 화려한 모습을 잠깐만 보여주고 어느 사이 홀연히 낙화 해 버린 느낌이다. 몇 명밖에 안 되는 관객들이지만 모두가 일제히 앵콜을 외쳤다. 지금에 와 조용히 생각해보면 작은 것에도 최선을 다한 피아니스트와 독일 가곡을 열심히 불러 주었던 성악가 그리고 공연 기획자들의 노고와 열정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가 일상 산청이라고 하면 문화 공연과는 완전 먼 곳이라고 생각 해 왔었고 있기가 힘든 환경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문화의 불모지에서 작게 피어오르는 노래를 듣고 그 울림은 오래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공연은 5월 4일 월요일 저녁 7시에 조그만 조립식 창고에서 ‘독일 가곡의 밤’은 여섯 번째 또 연다고 하니 음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번 가 보시길 바란다. 참고로 ‘리더 아벤트’는 시인의 시에 작곡가가 곡을 부쳐 만들어진 노래로써 가곡을 듣기 전에 미리 시라도 한번 미리 읽어보고 가면 그 노랫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기가 쉽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공연 스케줄에 나와 있는 곡들을 들어보고 가는 것도 좋은 감상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공연이므로 장소를 공개 하고자 한다. 경남 산청군 신안면 하정리 929-14(010-5293-6201 황원: 공연 기획자)이며 빈 공터에 달랑 조립식 사무실 있는 곳이므로 가서 실망 하지 않기를 바란다. 차량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해서 가면 쉽게 찾을 수가 있다.

“저 부드러운 봄바람이 잠을 깨워 밤낮으로 불어오네. 모든 만물이 소생 하네. 불어오는 봄바람에, 오, 꽃향기 오 새의 지저귐, 지저귐.... 무겁던 마음도 사라져. 이젠 모두 새로워지리. 이제 모두 새로워지리. 이 세상 정령 아름답게 변하는 이 풍경. 꽃은 피어 만발하네. 깊은 산에도 꽃은 피어나니 고통과 슬픔 다 잊어라. 이젠 모두 새로우리. 이젠 모든 것 새로우리” -슈베르트, 봄의 찬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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