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이대식씨 22년째 불우이웃 누수 수리 ‘화제’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지난달 말 오후 하동군 하동읍 동교동 김모(72) 할머니댁. 한 중년 남성이 수도 계량기 옆에서 시멘트 포장 작업을 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이 관리원은 이날 계량기 옆 바닥에서 수돗물 샌다는 김 할머니의 요청을 받고 출동해 직접 땅을 판 뒤 고장 난 관로를 수리하고 시멘트로 되 메우는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상수도 관리원은 보통 일반가정집 밖의 수도 관로에 문제가 있거나 누수가 생길 때 긴급 출동해서 수리·보수하는 일이 주요 업무지만 하동군 수도급수조례상 집안에서 이런 일이 생길 때는 집주인이 수리하도록 돼 있다.
설비업체나 누수탐사 전문가 등을 불러 수리할 때 드는 비용도 당연히 집 주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이 관리원은 이날 수리 장비와 시멘트 같은 자재를 직접 가지고 가서 무료로 고쳐줬다.
상하수도 사업소의 상수도 관리원은 그를 포함해 모두 12명. 이들은 수돗물이 공급되는 하동읍과 금남·금성·진교·옥종면 등 5개 읍·면의 누수 탐사와 수리, 계량기 검침, 관로 순찰, 수도료 체납징수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하동읍을 담당하는 이 관리원은 이들 고유 업무 외에도 김 할머니댁에서 고장 난 수도를 고쳐주는 것처럼 혼자 사는 노인이나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을 찾아다니며 ‘과외 업무’도 마다치 않는다.
그가 이런 일을 시작한지 벌써 20년이 넘는다. 1990년 하동읍사무소에서 처음 이 일을 시작한 그는 상하수도사업소로 업무가 이관된 이후에도 줄곧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이대식 관리원은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여러 사람에게 알린다는 게 쑥스럽다”며 “그러나 앞으로도 어르신들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 불편을 들어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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