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의 진실
'순자'의 진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0.1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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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한국국제대학교 석좌교수
지리산막걸리 학교 교장
순자와 맹자는 유가의 양대 조사(祖師)이다. 유가학파는 이 두 사람이 있은 연후에 비로소 성립되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순자의 학문은 그 자체의 외연과 내포가 스스로 따로 있어서 맹자와 유를 달리할 뿐만 아니라 공자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던 것을 지니고 있으니 그 요점을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순자'의 최대 특색은 성악론(性惡論)에 있다. 그 내용은 인간이 선천적인 본성에 지배된다고 보지 않고 후천적인 인위를 극히 존중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그의 가르침은 ‘본성을 화(化)하게 하고 인위를 발동시킨다.’(化性起僞)라는 것이었다. ‘僞’자는 ‘人’과 ‘爲’의 합자로서 ‘인위’라는 뜻이다.

② 이리하여 학문의 전능성을 깊이 신봉하였으니 그의 가르침은 ‘익힘’(習)이요, ‘쌓음’(積)이었다. ‘습’과 ‘적’의 결과가 사람으로 하여금 그 옛모습을 완전히 변화시켜 전후가 아주 딴 사람처럼 되게 한다는 것이다. 만일 향상을 위한 습과 적을 실행한다면 ‘선을 쌓고 덕을 이루어 성심(聖心)이 갖추어진다’는 것이며 그것이 곧 전인격의 실현인 것이다. 후세에 제창된 ‘단숨에 깨달아 진리에 도달함’(一超直入)의 입장은 ‘적’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며 순자가 가장 배척하는 것이다.

③ 학문을 한 연후에야 인격의 완성을 얻을 수 있다. 순자는 사람은 모든 것이 그가 받은 교육 여하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스승을 존중함’을 주장하고 맹자의 ‘인간은 성선이므로 비록 문왕이 없었더라도 결국 주는 흥했을 것이다.’(雖無文王猶興)라는 주장과는 다르다.

④ 훌륭한 스승으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못 받을 때에는 이것을 고적에서 구한다. 그러므로 순자는 경서를 전하고 강론하는 것을 자기의 임무로 삼았으니 한대의 경서의 전수가 그에게서 나오지 않는 것이 거의 없으며 사법(師法)을 지킴이 극히 엄격하였다.

⑤ 이미 ‘습’을 중히 여기고 ‘성’을 중히 여기지 않으므로 유전(遺傳)을 문제삼지 않고 환경을 문제 삼으며 환경의 개선에 있어서는 그 방편이 문리(文理), 즉 문물과 조리에 있다고 생각하고 문리의 결정체는 곧 ‘예(禮)’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정치를 논하고 교육을 논할 때에 모두 예를 중심문제로 삼았다.

⑥ ‘예시위대(禮時爲大)’, 즉 예는 시대의 변천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법후왕(法後王)’, 즉 후왕(상고의 선왕 요·순·우에 대하여 주의 문·무왕)을 본받고 복고를 중시하지 않을 것을 주장한다.

⑦ 예의 표현은 사물을 옳은 이름으로 부르고 사물의 수량을 옳게 헤아리는 데에 있다. 순자는 이와 같은 의미의 예학을 존중하였으므로 항상 사람에게 정신과 물질의 양세계의 현상에 대하여 아주 엄정하고 면밀한 객관적 관찰을 하도록 가르쳤다. 그 결과 근세의 이른바 과학정신과 아주 가까운 것이 있다.

내가 보는 바로는 순자의 학문의 실체와 공용(功用)은 대략 이상과 같은 것으로 정연한 체계를 이루어 배우는 사람에게 걸어갈 궤도를 명시하여 주고 있다. 끝으로 읽을 가치가 큰 몇 편의 편목과 내용을 간단히 기술하기로 한다면 첫째, '권학'편  상반부(‘學不可以已’에서 ‘安有不聞者乎’까지)는 '대대례기'에 채록되었다. 대의는 인간의 본성이 본래 선한 것이 아니고 학문을 한 후에야 비로소 선하다는 것으로 요점은 ‘사물의 힘을 잘 빌려서 행동을 효율적으로 함’(假於物)과 ‘젖어들 듯이 차츰차츰 쌓여나감’(漸積)의 본의를 역설하여 교육의 효능을 명시하는 데 있다. 그 하반부는 구학(求學)과 응용방법에 대하여 잡다하게 논한 것이다.

둘째, '비상'편  첫머리에 소위 관상술을 미신으로 배척하고 있으므로 편집자가 이를 편명으로 삼았다. ‘법후왕’의 한 대목은 실로 '순자'학설의 특색의 하나이며 편말의 ‘담설의 술’(談說之術)에 관한 대목도 대단히 중요하다.

셋째, '천론편'  본편은 ‘선천적으로 인간의 행, 불행이 정해짐’(先天前定)의 설을 비평·논박하고 인력으로 ‘천행(天行)’(천도=자연)의 극복을 주장하는 것으로 '순자'철학 중에서 가장 힘찬 부분이다.

넷째, '예론'편  예학은 순자가 가장 중시한 것이므로 본편은 '순자'전편 중에서 아주 중요한 편이다. 자세히 전문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포함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첫 대목의 예의 기원이 가장 정요(精要)하고 ‘예에 세 가지 근본이 있다’(禮有三本) 이하는 '대대례기'가 채록해서 '예삼본'편이 되었고 ‘3년의 상(喪)이란 무엇이냐’이하는 '소대례기'가 채록해서 '삼년문'편이 되었다.

다섯째, '악론'편  본편의 일부분은 '소대례기'의 '악기'편에 채록되었으며 그 음악원리, 음악과 인생과의 관계를 논한 것이 가장 정미하다. 그러나 '악기'편의 설명이 더욱 상세하니 '소대례기'를 편찬한 사람이 본편을 더욱 보충을 한 것인지 아니면 본편을 전초한 사람이 빠뜨린 부분이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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