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마음의 공유가 좋은 교과서이다
소통과 마음의 공유가 좋은 교과서이다
  • 글/한송학·사진/이용규기자
  • 승인 2015.05.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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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행복학교 신희지 교무처장

 
“저희 학교는 건물도 없고 교과서도 없어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있는 장소가 수업 공간이 되고 교사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경험담이 교과서가 되니까요”
지리산행복학교를 7년째 운영해 오고 있는 신희지(47) 교무처장의 학교 소개이다. 지리산행복학교는 건물이 없다. 교장도 따로 없고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와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를 이끌어 가고 있다. 여기에 신희지 교무처장은 학교의 행정적인 부분을 맡아서 학교의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 ‘지리산행복학교’의 배경이 되기도 한 지리산행복학교는 지리산에 사는 문화예술인들이 지역민들의 문화생활을 위해 2009년 5월에 만든 학교이다.
각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 활동가들과 함께 보고, 듣고, 느끼고, 나누며, 스스로 창작 작품을 만들어가는 현장 교육 중심의 학교로서 소통과 참여를 바탕으로 지역 사회, 지역민들과 함께 보다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이 학교의 목적이다.
특히 지리산행복학교는 나누는 학교, 함께 하는 학교로 교사도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학생들은 운영하는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 또한 교사와 학생 임원과 지역민이 운영위원회를 꾸려 학교에 관한 모든 일을 함께 의논하고 있다.


다음은 신희지 교무처장과의 인터뷰이다.

-지리산행복학교 설립 목적은
▲지리산에 사는 문화예술인들이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지리산을 사랑하는 전국의 학생 및 지역민들과 나누려고 만든 학교이다. 지리산행복학교는 건물이 없고 교과서도 없고 교칙도 없지만, 교사와 학생이 있는 곳이 교실이 되고 선생님의 삶의 체험이 교과서가 되며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교칙이 되어 운영되고 있다.

-학교 설립 계기는
▲2009년 사진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부산에 있는 김홍희 작가를 찾아가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우리 지역에도 귀촌한 문화예술인들이 많은데 멀리까지 가서 배울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나와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시인 이원규, 박남준, 사진가 이창수씨가 모여 실무는 제가 맡기로 하기로 하고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을 모으기 시작해 몇 번의 회의를 거친 후 만들었다. 이후 지역민들을 위한 지리산학교를 만들었고 학교의 규모가 커지면서 지역민을 위한 학교는 지역별로 지리산학교라는 명칭을 쓰면서 전국에서 오는 학생들을 위해 2012년부터 지리산행복학교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학교 현황은 어떻게 되나요
▲지리산행복학교는 귀촌한 문화예술인과 지역 토박이인 문화예술인이 함께 학교를 꾸려가고 있다. 이는 지역민과 타지에서 오는 학생들 사이에 소통의 간격을 줄이는 큰 의미를 지닌다. 학생은 지역학생 30%, 타지역 학생 70%로 구성돼 있으며 온라인 학생은 3400여명이고 수강신청을 하고 수업을 듣는 학생은 100명이 넘는다. 전체가 모여 수업할 때는 200여명의 학생이 찾아와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어떤 분들인가
▲학생들은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주로 30대부터 50대가 주를 이루며 가족단위로도 많다. 또 나이든 분들도 많이 찾아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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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사는 문화예술인들이 만든 곳
교사와 학생 구분없이 배움과 마음나눠
소통과 참여로 지역민과 함께하는 장소

각 예술분야의 전문가와 현장교육 중심
시간·장소 구애없이 온라인서 만날수도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학교 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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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수업들로 구성돼 있는가
▲수업은 매년 학생들의 수강신청에 따라 결정된다. 올해 정규수업을 하는 반은 산야초효소반, 생활목공예반, 시문학반, 아웃도어반, 시문학반, 차만들기반, 커피만들기반이 있고 전체가 모여 수업하는 체험수업의 날에는 그림여행반, 야생화사진반이 있다. 특별히 교사를 초빙해 수업하는 명상음악반이라든지 마음나누기반 등에서는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열어주기도 한다.

 
 
-수업 진행은 어떻게 되나
▲산야초효소반은 중년의 건강을 위하여 몸에 좋은 산야초를 직접 체취하고 공기 좋은 지리산을 다니면서 수업을 하는 반이다. 자신이 직접 따온 산야초로 직접 효소를 담가 실생활에서 음용을 하기도 하는 몸살림반이다.
생활목공예반은 말 그대로 생활에 필요한 나무 작품을 만드는 반이다. 올해 처음으로 수업을 했는데 매 수업마다 공부하는 시간도 가장 길고 한 번씩 올 때마다 차탁이나 도마 등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가는 살림장만반이다.

 
시문학반은 여고때나 청년기에 문학소녀나 소년을 꿈꾸던 이들이 자기가 살아 온 인생을 반추하며 글쓰기를 배우는 반이다. 현역 작가인 분도 와서 수업을 받고 가는 수준 높은 반이다.
아웃도어반은 우스개소리로 노숙반이라고도 하는데 노숙하듯이 캠핑을 하며 잔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으로도 유명한 반이다. 요즘 대세인 캠프 문화를 배우는 곳으로 낮에는 카누를 타고 밤에는 아웃도어요리를 배운다. 즐겁게 놀고 싶은 이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차만들기반은 차의 명문가 조태연가의 막내따님이 교사로 참여해 정통제다를 배우는 반이다. 다도 수업도 정식으로 배운 선생님은 차를 만드는 계절 이외에는 다도 수업도 해주고 계신다.
커피만들기반은 지리산에 들어와 살기를 꿈꾸는 바리스타 겸 로이스터 배종숙 선생님이 거제에서 특별히 찾아와 수업을 해주는 반이다. 커피를 내는 것부터 커피를 볶는 것까지 모든 것을 짧은 시간에 다 배워가는 반이다.

 
그림여행반은 지리산 가족화가로 잘 알려진 오치근 박나리 화가부부가 전국에서 오는 가족단위 혹은 지리산이나 섬진강변을 그리는 것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야생화사진반에는 야생화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과 산이나 들을 다니며 사진 찍는 방법과 야생화의 생태 그리고 그 소중함을 알려주고 있다.
도자기공예반은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 갈 수 있으며 명예교사로 학교에 참여해 수업한 분들이 많다.
학교의 교사들 몇 분을 재미있게 소설처럼 엮어서 쓴 작가 공지영, 개그우먼 김미화, 영화감독 이준익씨 등이 학교를 찾아와 함께 해주기도 했다.

-수업에서 전문지식 외 또 무엇을 배워가는가
▲지리산행복학교의 입학원서에는 그런 말이 적혀 있다. 지리산행복학교는 단순히 기능만을 배우러 오는 곳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곳이라고 그것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으로 답하듯 고 도시와 농촌의 소통,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중시한다. 그러므로 지리산의 문화예술인들로부터 기능을 배워가는 것과 동시에 지리산에서 살아가는 마음도 배우고 서로 배려하며 위로하는 법을 배워가기 바란다.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지리산행복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건물이 없고 교과서도 없고 교칙도 없지만 교사와 학생이 있는 곳이 교실이 되고 선생님의 삶의 체험이 교과서가 되며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교칙이 되어 운영된다. 한마디로 ‘없지만 많은 학교’가 지리산행복학교라고 할 수 있다.
건물이 있으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누군가 그것에 대한 기득권을 부리게 되고 또 그 학교를 유지하기 위하여 수업료를 정상적으로 받아야 하고 군이나 정부의 지원을 바라게 된다. 그러면 애초에 우리가 원한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는 없어질 수 있다. 우리는 지역과 함께 하기 위하여 지역의 공공건물을 빌려 쓴다. 실무적인 일이 많지만 그러므로 지역민으로서 함께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누구나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우리 학교는 교사와 학생 각자가 학교의 주인이라는 표현으로 서로를 교주라고 부른다. 우리 학교는 대표가 없다. 다만 가르치는 교사와 배우는 학생과 일하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학교를 설립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학교 설립 과정은 순조로웠다. 지리산행복학교의 설립에 이런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 모두들 동의했고 일사천리로 학교가 만들어졌다. 교실은 각자 자기 작업장을 잠시 내놓았고 교과서는 선생님 자신이었고 학생만 있으면 됐다. 물론 학생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학교의 규모가 커지면서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또 방송에 나가면서 누가 더 이 학교를 위해 노력했느냐로 마음들이 상하는 일도 생겼다. 처음 만들어진 지리산학교는 학교의 주인은 우리 각자라고 했으나 자꾸 대표성이 부여되는 바람에 현실과 이상이 같지 않음을 느끼는 일도 있었다. 그 과정 중에 공간과 교사 임용이 자유로운 지리산행복학교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학교를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쉽게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함께 하는 모습과 도시에서 삶에 묶여있던 사람들이 한 달에 한번 지리산 이곳저곳에서 만나 길을 걷고 작품을 만들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학교에 올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는데
▲잡지 ‘차와문화’의 문화부 대표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일을 거침없이 한다고 하여 에너지가 높다는 의미로 공지영의 지리산행복학교에서는 高RPM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도법, 수경 스님을 만나 4대 종단과 함께 하는 생명평화운동을 하기도 했다. 현재 준비중인 것은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며 한 획을 가지고 사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내가 최고다’라는 인터뷰집을 준비 중에 있으며 영화감독 이준익부터 제주의 화가 강요배, 전방위 설치작가 최정화, 마임이스트 유진규, 개그맨 김미화, 전유성까지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친 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또 전남여성인권센터 이사를 맡아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과 수다로 푸는 문학기행의 글쓰기 강사도 했으며 섬진강문화네트워크의 상임대표로 종종 지역 문화제를 기획하다 직접 ‘지리산행복밴드’를 만들어 보컬을 하기도 했다. 돈 안 되는 숱한 일에 바쁘고 사람 되는 숱한 일에 오지랖을 펼치며 산다.

-책을 출판하기도 했는데 소개
▲내가 사는 하동을 모두 돌아보고 사진을 싣고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알려준 ‘하동 느리게 걷기’와 세상에서 가장 약자인 여성장애우와 만나 나눈 이야기를 담은 ‘기쁘고 슬프고 힘들고 그래도 행복해’를 이강조 작가와 공동으로 냈으며 올해도 준비 중이다. 여성장애우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여성장애인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는 가를 알리기 위해서 계속 낼 생각이다.

-현재 추진 중이거나 계획하는 것이 있다면
▲무언가 새로운 일을 꾸미기보다 좀 더 내실있게 다지며 살아가기를 원한다.

 
-꿈이 있다면
▲경남 화개에 살다보니 지역 간에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이 문화로 소통하고 예술을 공유하며 지역민과 귀촌·귀농인이 어울릴 수 있는 문화장터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그런 일에 도움이 된다면 함께 하고 싶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리산행복학교를 오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한 세상에서 사람들이 살았으면 좋겠다. 지리산행복학교는 이미 행복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공간이다. 사람의 향기를 맡고 어울리고 싶다면 이것저것 생각하지 마시고 어느날 문득 오시라고 말하고 싶다. 글/한송학·사진/이용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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