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놓친 메르스 대책 절실해
골든타임 놓친 메르스 대책 절실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6.0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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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균/(주)동명에이젼시 대표·칼럼니스트

정부와 보건당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채 피해확산에 대한 안일한 대처로 감염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사망자가 나오면서 국민들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번에도 골든타임을 놓친 후에 메르스가 국민 전체를 불안하게 만드는 단계로까지 번진 뒤에야 장관이 나서고 총리 대행이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여는가 하면 청와대에 긴급대책반을 만드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특히 보건당국의 무사안일주의가 초기 대응을 그르쳤고 메르스 확산을 방지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사고발생 초기에 체계적이고 기민하게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조치가 미흡함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이미 비싼 대가를 치루었다. 하지만 이러한 산교훈을 이번에도 메르스 방역대책에서 망각하고 말았다. 발병초기에 질병관리본부는 치사율이 40%이면서 전염성이 강한 질환의 감염자가 국내 최초로 확인되었음에도 2차 전파는 환자 한명이 0.7명으로 2미터 근접 접촉을 1시간쯤 해야한다면서 안일함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건당국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환자와 5분 정도만 접촉했던 의료진 등도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한 아버지를 밀접 접촉하며 간병한 40대 여성이 스스로 “미열이 난다”며 다른 가족까지 전염될 것을 우려해 자신의 유전자 검사와 격리시설 수용을 요청했지만, 보건 당국은 열이 검사 기준인 38도에 못 미친다며 거부하기까지 했다. 결국 잠복기가 지나면서 고열 증세가 나타난 뒤인 26일에야 확진 판정을 발표한 것이다. 감염의심환자 신고 의무를 외면한 보건소도 어이없지만, 그런 환자의 중국 출국 사실조차 전혀 모르고 있다가 현지에서 확진 판정받은 사실을 전해 들어야 했던 질병관리본부의 모습이 우습게 되었는데, 이것은 의료강국이라고 자처해온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망신이다.

메르스의 2차 감염이 확산되면서 박근혜정부의 무능과 기강 해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정부의 대응 실패는 불과 일주일 만에 괴담까지 횡행할 정도로 국민 불안을 키웠다. 이러한 사실에 비춰볼때 박 대통령이 밝힌 '안전 국가'는 여전히 공허한 구호일 뿐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중요한 것은 안전한 국가 건설로 국민이 불안해 하지 않으려면 안전에 대한 실책으로 얻은 교훈을 망각하지 않아야하며 정부가 무사안일한 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것이다.

이번 메르스로 인한 사회혼란을 통해서 전염력 강한 질병을 제대로 사전·사후 관리하는 것도 국가 위기관리의 하나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보건당국의 능력이 지금처럼 한심한 수준이면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메르스의 잠복기는 2주일이어서 이번 주가 확산의 고비라고 한다. 당장은 2차 감염자들에 대한 치료는 물론, 추가 2차 감염뿐 아니라 아직 감염자가 확인되지 않은 3차 감염도 확실하게 차단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 고비를 넘기고 상황이 정리된 뒤에는 안이한 자세로 일관해 화(禍)를 키운 책임자들에 대해 엄중한 문책으로 근무 기강부터 확고하게 바로 세워야 한다.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메르스로 인해 당장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가장 염려되는 점은 메르스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까지 악영향을 주는 일이다. 국내 2차 감염자가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바람에 홍콩과 중국까지 메르스 비상이 걸렸다. 이미 중국과 대만 일부에서 한국 관광을 취소하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메르스 공포로 중국인 관광객과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면 최악의 상황이 된다.

메르스로 인해 국민들이 단체모임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기피하는 상황이 발생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수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수 있어 기진맥진한 한국 경제가 엎친 데 덮친 꼴이다. 메르스 감염자가 확산되면서 경제적·사회적 파장은 벌써 엄청난 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한달 이상 계속되면 세월호 참사 때처럼 국내 경기도 상당 기간 침체에 빠질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우리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이고, 밖으로는 국가의 체면이 걸린 문제다. 정부와 보건당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후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괴담까지 등장하고 있다. 비록 초기 대응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메르스 방역대책을 세워 골든타임을 놓친 메르스 공포와 괴담으로부터 국민을 안심시키고 세계 많은 국가들에게 한국의 의료 수준과 대응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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