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느끼면서 쉬어가자” 작품에 마음담아
“자연을 느끼면서 쉬어가자” 작품에 마음담아
  • 황지예 수습기자
  • 승인 2015.06.18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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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미술가 박성아

 
작업실 주변 풍경이 좋다하여 찾아간 사천시 곤명면 금성리 다자연 녹차밭. 처음 찾아간 그곳은 드넓은 녹차밭의 푸르름에 마음속까지 상쾌함을 느꼈다. 누구든 마음의 평안을 되찾기 위해 ‘힐링’을 위해 찾아갈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녹차밭을 사랑하며, 그 속에서 작품에 몰두하고 있는 섬유미술가 박성아(47)씨. 그녀가 보여주는 사진첩 속 새벽 꽃의 이슬 맺힌 꽃잎과 수술의 모습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담고 있다. 고운 색채로 물든인 작품들이 조명아래 하얀배경 펼쳐져 빛을 발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보면 꽃에 맺힌 이슬, 가운데 더 작은 꽃 수술과 꽃가루, 물 속에 비친 가는 연잎 뿌리들까지 섬세하게 나타내는 그녀의 표현력과 정성이 놀랍다. 미술단체 등에 소속되지 않고 혼자 작품을 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시각이 들어가면 대중이 원하는대로 작품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가는대로 순수하게 작품에 나타내고 싶기에 혼자 작업한다고 말한다. 천진난만이라는 꽃말을 가진 채송화를 좋아한다는 그녀는 천진난만했다. 그녀와 나눈 솔직하고 편안한 대화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속에 과연
자기자신을 만나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옛부터 어른들의 교육 속에
우리는 참 많이 길들여져 있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정치와 대기업에 길들여졌을 것이다.
나를 찾지 못하던 나도 힘든 시기를 겪은 후에
나 자신을 보았다. 자유와 여유를 찾았다.
그 여유는 꽃으로 다가오고
난 그 꽃의 속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름모를 꽃들은
나에게 이렇게 속삭여주였다.
천~천히 가라고, 쉬엄쉬엄 살아가라고.
자연은 느~을 쉬어가라한다’        
- 작가노트에서

 

▲ 6월 18~23일 열리는 개인전 포스터. 작품 '사계'
다음은 섬유미술가 박성아씨와의 일문일답.

-처음 섬유분야를 시작한 계기는
▲섬유계통에 종사하셨던 어머님의 영향으로 15살 때부터 직물 짜는 것을 배웠고, 대학 진학 시 현재 경남과학기술대학에 섬유산업디자인학과(현재 텍스타일디자인과)가 있어 전공을 하게 됐다. 대학 진학 전에 기술적인 부분을 이미 배웠고, 진학 후 디자인에 대해 배웠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나만의 색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고향이 어디이신가
▲태어난 곳은 서울이고, 진주에서 자랐다.

-본격적으로 지금과 같은 천연염색 인견으로 작품을 제작했나
▲2010년 쯤부터 힘든 시기가 있었다. 그때를 계기로 내 색깔을 찾아 나만의 작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같은 학과 출신 언니의 소개로 2012년 8월 이곳 다자연 녹차밭 체험관에 들어와 작업실 삼아 자리 잡게 됐다.

-섬유 분야 종사하신지 얼마나 됐나
▲약 30년 이상 섬유분야에 종사했다. 예전에는 실크 일을 하다가 현재는 인견을 다루고 있다.

-실크와 인견의 차이는
▲실크는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실로 만들고, 인견은 가뭄비나무, 솔송나무 등을 재료로 만들어진다.

-천연염색을 위해 어떤 재료를 사용하나
▲감은 붉은색, 갈색을 나타낸다. 감은 이제 막 나무에 달린 것 많이 익지 않는 것을 사서 사용한다. 쪽염은 파란 빛을 내며, 인도산 쪽을 조금씩 키워서 사용한다. 메리골드 꽃은 노란 빛을 낸다.

▲ 오는 23일까지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작품들.
-천연염색 작업을 하는 매력은 어떤 것인가
▲자연이 주는 천연의 매력이 있고, ‘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재료와 방식,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다양한 색상을 나타낼 수 있다. 천연으로 부족한 색상은 직염을 한 뒤 다시 감으로 한 번 더 코팅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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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분야 30년 길·섬유미술로 승화 
성숙해가면서 진정한 나만의 색깔 찾아

녹차밭 작업실 자리잡은지 4년여
평소 진주-사천-화개 시골길 즐겨

주변 자연·꽃들이 작품의 소재

18~23일 ‘자연은 느~을 쉬어가라한다’ 전시
경남문예회관 제2전시실·20일 1시 오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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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모티브는 어떻게 얻어지나
▲주변의 자연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다. 평소 버스 타는 것을 즐기는데 이곳 녹차 밭 정류장에 내려 걷다보면 주변의 꽃이 많다. 그 꽃을 가까이 보다보니 꽃과 꽃 속의 또 하나의 꽃처럼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수술들을 관찰해 작품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여기서 보이는 산의 풍경을 쪽의 파란색을 명도를 다양하게 해 그라데이션으로 표현한 5m폭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했는데, 주로 어디를 다니시나
▲평소 주로 진주-사천-화개를 오가는데 모두 시골길들을 지나간다. 시골길을 지나는 것이 좋다. 노후에는 화개에 가서 살기위해 준비 중이다. 버스를 좋아해서 자가용을 타고 다닌지 얼마 되지 않았다.

▲ 오는 23일까지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메인 작품 ‘지리산’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주로 매일 새벽 5시쯤 이곳 녹차 밭에 온다. 새벽의 꽃들을 보면 얼마나 신선한지 모른다. 전시를 준비할 때는 토, 일요일 없이 매일오고, 그 시간 자체를 즐긴다.

-꽃 중에서도 어떤 꽃을 가장 좋아하나
▲채송화를 가장 좋아한다. 꽃말이 ‘천진난만’이다. 이번 전시작품으로 채송화를 표현했다.

-눈으로 본 꽃을 작품으로 옮기는 과정은
▲꽃을 가까이서 본 사진으로 담아두고, 그것을 모티브로 종이에 색연필로 디자인을 먼저 그려본다. 그에 맞춰 색상을 구상해 인견을 염색하고, 염색된 원단을 재봉틀과 손바느질을 거쳐 나타낸다.
 
-이번에 열리는 개인전의 일정은
▲18일부터 23일까지 6일간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며, 20일 오후 1시에 오프닝식을 열고, 찾아주신 분들께 인사드릴 것이다.

-전시회의 제목에 담긴 의미에 대해
▲‘자연은 느~을 쉬어가라 한다’라는 이름으로 두번째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너무 조급하게 욕심을 갖지 않아도, 자연을 느끼면서 잠시 쉬어가도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 돌아간다. 또 ‘자연은 삶과 죽음을 매일 반복해서 보여준다’라는 문구를 좋아한다. 꽃과 자연을 가까이서 보면 인생에 대해 미련이나 욕심이 없이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작품을 표현하는 마음, 전시회를 통해 선보이는 마음이 어떤가
▲천연 염색 감염을 바탕으로, 부족한 색상은 직염의 도움을 받아 자연을 보고 느낀 모든 것을 표현하기란 욕심일 것이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서툴고 어설픈 곳이 보이게 됨을 기쁘게 생각한다. 부족함 속에 더 많은 인간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살아지고 있는 것 같다.

▲ 지난해 8월 예림갤러리에서 열린 기획초대전
-전시회를 찾을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
▲작품을 나타낸 기법보다는 작품의 의미를 위주로 보시면 좋겠다. 작품 하나하나에 설명을 굳이 붙이지 않는다. 전시된 전체의 의미를 보시고, 작가가 꽃을 가까이서 이렇게 보고 나타냈구나 하는 바라본 각도를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이번 전시회에서 시민들에게 대표적으로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영혼 없는 삶’이라는 설치미술로 나타낼 작품이 있다. 휘청거리는 건물을 나타낸 인견작품을 배경으로 벽에 걸고 앞에는 그 속의 사람들을 의미하는 꽃들을 세워 나타낼 것이다. 그리고 ‘두려움’이라는 작품은 민들레와 무언가를 쥐기 위한 인간의 손을 타나냈다. 손을 펴지 못하고 움켜쥐고 있는 두려움이다. 자연은 손을 펴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8월 가졌던 유망작가 후원전 전시에 대해
▲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를 열기에 앞서, 운명을 달리한 옛 친구와의 추억이 많았던 청곡사 주변에 자리한 예림갤러리에서 전시를 먼저 가졌다.

-전시용 작품 외에 실용적인 작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주로 이불을 제작한다. 천연재료로 옷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옷은 개인을 위한 것이고 ‘가족’을 위한 이불을 만들고 싶었다. 평면 안에 내 작품을 자연그대로 나타낼 수 있다.

-보통 한 가지 작품을 만드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은 
▲이불하나를 만드는 데에 보통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소요된다. 가족들이 사용할 이불이니까 좋은 생각을 하면서 작업한다.

-작품을 직접 사용하시기도 하나
▲물론이다. 감 물을 들인 옷을 좋아해 평상시에도 입고 있다. 이불을 만들어 친정엄마께 드렸더니 장마철에 냄새도 안나고 몸에 붙지도 않고 좋다고 하시고, 수정할 점도 얘기해주시기도 했다.

 -작가님 댁에도 작품들이 많이 있나
▲가끔 선생님 집은 잘 꾸며놓았을 것 같다며 궁금하다는 분들도 계시는데, 집에는 단순하게도 아무것도 없다. (웃음)

-이곳 작업실에서의 공예활동 외에 어떤 활동을 하시나
▲2009년도 통일미술대전, 창작미술대전, 서예대전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다. 지난해 창덕궁 내부 커튼 복원 제작에 참여했었다.

-섬유공예를 배우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가르치시기도 하나
▲지금은 작품에만 몰두하고 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제가 졸업한 대학교를 통해서 텍스타일 전공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제작을 위해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나
▲진주에는 천연염색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직접 염색한 원단을 가지고 디자인을 의뢰하러 찾아오는 분들이 있다. 제작은 내가 했지만 본인이 염색한 원단으로 만들었으니 그분들에게 하나의 공동작품이 된다. 완성된 작품을 가져가시면서 딸, 아들에게 준다고 행복해 하시는 것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순수한 내 작품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자녀분들은 어떻게 되나
▲딸과 아들이 있다. 딸은 제빵을 전공하며 타지에 있고, 아들은 함께 있다. 내가 자녀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있는 일을 하라. 결혼을 위해 돈을 모으지 말고, 결혼을 안 하더라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라.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 인생은 답이 없다”

-앞으로 하시고 싶은 것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저만의 작은 브랜드를 만들어서 전국적으로 알리고 싶다. 오랜기간을 두고 더 준비해서 미국 LA 등의 한인분들에게 고국의 향기를 담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유럽에 진출해 한국의 천연섬유문화를 알리고 싶다. 황지예 수습기자

▲ 작업실이 있는 사천 곤명면 다자연 녹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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