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카페, 패륜카페와 욕설
안티카페, 패륜카페와 욕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0.2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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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택/진주 동진초등학교장
연예인, 스포츠 스타, 담임교사, 정치인, 부모, 기업, 학원, 동료 학생 등 특정인이나 단체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의 인터넷 모임이 안티카페고, 자기부모를 욕하는 안티카페를 패륜카페라고 부른다. 걱정스러운 것은 활동자 중 상당수가 초·중·고생이고, 대상도 무차별적이며, 갖은 욕설의 생산, 전파의 온상이요, 욕설 욕구의 배출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어머니를 욕하는 패륜적 안티카페도 등장하는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쓰는 통신언어는 우리말, 우리글을 난도질하여, 마치 외계어 처럼 보통 사람들은 뜻을 알기도 어렵다.

욕설 잔치를 벌이는 인터넷 안티카페는 1000여개가 넘고, 50만 건이 넘는 욕설 관련 웹문서가 검색되며, 교사의 80%가 학생으로부터 욕을 들은 적이 있고, 녹음기를 부착해 조사한 결과 학생 1명이 4시간동안에 485번 욕설을 하고,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교사의 93.5%, 학생의 73.0%가 욕설사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급기야 교과부는 16개 시도에 20개의 욕설지도 선도학교를 선정하여 지도할 것이라고 하며, TV를 통한 공익광고가 시작되고, 각종 언론매체들도 욕설의 심각성을 다루고 있다. 욕설을 쓰고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으며, 욕설이 일상어가 되어있다. 낱말을 초성(初聲)만으로 줄여 쓰거나, 낱말 혹은 문장의 첫 자만 모아쓰는 등 한글 파괴, 언어 파괴와 정서 파괴가 염려스런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고착된다면 결국 언어구조가 파괴되고, 사회 구성원간, 세대간 소통에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다.

청소년을 교육하는 학교와 가정은 물론, 각종 언론 매체들도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부모 자식간 대화가 끊겨 부모들은 실상을 모르고, 자녀들은 욕설이 잘못이라 인식하지 못한다. 일부 미디어의 언어폭력 미화, 교권보다 학생인권 강조, 비속어를 사용하는 자녀를 훈계하지 않는 부모 등 언어습관 교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욕설은 저속한 것이고, 여러 상황에서 문제가 된다. 특히 성장기에 욕설을 많이 쓰면 뇌 발달과 인격 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과 글은 쓰는 사람의 인품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욕설이 일상화 되면, 인간관계에 문제가 발생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어렵고, 성장 후에도 정상적 생활이 힘들다. 부모들은 무심하게 넘겨온 자녀들의 언어생활을 점검해보고, 강력한 지도가 필요하다. 무장해제 당하다시피한 학교에는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어쩌겠는가, 새로운 사회 환경에 대응하는 생활교육 방안을 연구하고, 어릴 때부터 인터넷 예절과 유명무실한 윤리교육을 강화하는 도리 밖에 없다. “세종대왕님 울고 계신다”는 어느 학급의 급훈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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