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환자 보셨나요?
이런 환자 보셨나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7.0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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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다움생식 회장·이학박사

많은 환자들을 만나다 보니 참 드물게도 재미있는 환자(?)를 만나게 되었다.

 
70세인 김 사장은 젊을 때 무역을 시작하여 제법 부를 일구었고, 그렇게 살다 보니 당뇨를 달고 살게 되었는데 이분은 당뇨는 전혀 병이라고 생각지 않고 약을 먹으면서 평생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면 된다고 생각, 지금도 내복약과 인슐린 주사를 습관적으로 맞고 있다. 이 정도는 의학이 당뇨는 약이 없고 “평생 친구로 삼고 살으라”고 가르치니 그렇다 치고, 이분이 환자인 것은 당뇨가 아닌 암 환자라는 사실인데, 본인 자신은 자기는 암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환자는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을 받는 기간에만이 환자이지 수술 받고 멀쩡한데 자기가 왜 암환자냐? 라는 것이다. 이분 역시 암진단을 받았을 때는 일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왜 자기가 평생 남한테 악한일 안하고 착하게 살았는데 암이 걸렸느냐고 분노도 했던 평범한 환자들의 전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음을 바꾸어 옛날 같으면 70까지 살았으니 죽으면 호상(好喪)일 나이인데 죽으면 죽으리라 라는 각오를 가지고 조금만 기운이 있으면 제일 좋아하는 골프를 즐기기 시작 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할 때 이분은 세상 떠날 때 관(棺)에다 골프채를 함께 넣어 줘야 하지 않겠나 싶을 정도로 골프 애호가이다. 평균 하루는 골프를 치고 다음 하루는 체력 보강을 위해 휴식을 취하고, 그런데 집에 있을 때는 기운이 없어 보이다가도 골프채만 잡으면 “저 사람이 암환자인가” 싶을 정도로 아주 파워풀한 사람으로 바뀌는 것이다. 더 놀랄 일은 전술한 대로 자기는 이제 환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술하여 종양을 말끔하게 제거했기 때문에 먹고 싶은 것 싫토록 먹고 즐기다가 다시 종양이 생기면 그때 다시 제거하면 된다고 믿고 있다.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했기 때문에 자기는 절대 암 환자가 아니다”고 주장하는 김 사장을 보면서 세상사는 방법 가운데 이러한 생각으로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내 인생도 되돌아보게 된다.

자연의학쪽으로 또 호스피스 관계로 수많은 암환자들을 보아온 필자 입장에서, 같은 질환으로 절망하고 좋다는 방법과 좋다는 처방을 찾아 세상을 헤매는 환자들, 절망을 안고 고개를 떨구고 대인 기피증에 걸려 있는 암 환우들과 이분을 비교해 보면, 누가 더 행복하게 사는가 하는 답이 나온다. 이분 철학은 “누구나 죽는데” 좀 일찍 죽느냐 조금 나중에 죽느냐 하는 차이를 가지고 일희일비 할일이 아니고 남은 삶을 하고 싶은 일에 몰두 하면서 가장 즐겁게 사는 것이 인생을 제일 잘 사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면서 골프채를 잡는 김 사장을 보면서 내가 만일 저 입장이라면 저렇게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메르스로 나라가 뒤집힐 정도로 혼란스러운데, 메르스 환자들에게는 좀 미안한 얘기지만 그까짓 고뿔 하나 때문에 이렇게 난리를 쳐도 되는가? 하는 의문을 가져 본다. 좀 더 의연한 국민이 될 수 는 없을까? 비브리오 균이 나왔다고 하면 온 언론이 나서서 마치 비브리오 균 때문에 전 국민이 죽을 것 처럼 선동을 하여 생선가게 개점 휴업을 시키는 그러한 일들을 이제는 좀 그만 해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 두려움을 자꾸 조장하다보면 정말 “애 낳는 것이 겁이 나 시집 안가는 나라”로 바뀔 것이다. 그렇게 자동차 사고가 많이 나도 여전히 길은 자동차로 넘쳐 나고 있다. 종편 좀 안 보고 살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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