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전의 절박함 동식물들의 강변
환경보전의 절박함 동식물들의 강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7.2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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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ㆍ경남환경연구원장

UN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 생물종은 약 1천 400만 종(2000년 기준)으로 추정되며, 이 중 원생생물과 박테리아를 제외한 약 175만 종(13%)이 조사발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지역을 포함한 한반도의 경우 자생생물은 10만여 종으로 추정되며, 2011년 현재 3만 6,921종이 조사발굴되어, 9만 여종의 생물종 중 6만 9,043 종을 발굴한 일본이나(2010년 환경백서), 영국(6만 9,465 종), 프랑스(6만 4,115 종) 등(2008년 OECD 환경연감) 비슷한 기후대 국가들과 비교 하여 발굴 속도가 아직까지 미흡한 실정이다.


나고야 의정서에 따라 우리나라도 생물유전자원을 외국에 제공하고 이익을 취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 생물유전자원을 원료로 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이용국으로서의 지위가 강하여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대표적 바이오산업이라 할 수 있는 제약, 화장품 및 식품 회사의 약 3분의 2가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매년 약 1조 5천억 원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식품과 꽃의 예를 살펴보자. 유가공(요구르트 등) 및 주정 산업에 사용되는 미생물인 종균은 일본산이 국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김과 미역 또한 생산량의 15~20%가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양파, 브로콜리, 토마토, 딸기 등 채소와 과일의 60%가 해외(남미, 유럽 등)에 원산지를 두고 있으며, 장미, 난, 국화, 카네이션 등도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며 수입되고 있다. 국내에서 재배되었다고 모두 국내산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품목들을 재배하여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이 모두 나고야 의정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나. 이러한 품종으로부터 유용한 유전자원을 추출하여 응용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나고야 의정서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기존의 로열티의 범위를 넘어 새로운 비용이 추가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해외의 한반도 고유생물 보유현황 조사결과, 해외에 반출되어 상품화된 대표적인 사례는 한라산과 지리산의 특산식물로 1904년에 유럽으로 반출, 세계적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로 각광받고 있는 구상나무, 1947년 북한산 백운대에서 채집한 털개회나무 품종으로 전 세계에서 정원수로 사용되고 있는 미스킴라일락, 서양에서 라일락으로 부르는 나무의 일종인데,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던 정향나무다. 물푸레나무과의 정향나무속에는 개회나무, 꽃개회나무, 털개회나무, 정향나무가 있는데, 우리말로는 수수꽃다리라고 부른다. 이 나무가 미국으로 건너가 미스킴라일락이 되어 역수입되고 있다. 하루백합으로 개량되어 연간 400만 달러의 로열티를 지급하며 역수입되고 있는 원추리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우리나라 고유 어종인 쉬리, 납자루, 꺽지 및 곤충 등도 불법 반출되어 관상용 등으로 거래되고 있다.

수년전 국내를 엄습한 신종플루의 치료제인‘타미플루’는 스위스의 로체사가 ‘스타아니스(팔각)’이라는 식물을 이용해 개발한 의약품이다. 꿈의 약품이라는 부르는 해열진통제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매우 비싼 항암제인 ‘택솔’은 주목나무에서 의약품 원료를 얻었다. 미국의 GNC사는 고추나물을 활용해 우울증 치료제를, 독일 브리스톨사는 브라질산 뱀독에서 고혈압치료를 생산해 인류 건강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도 은행잎, 엉컹퀴 등 흔히 접하는 식물은 물론 해산물, 동물을 이용해 의약품을 개발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해 땅속에 굴을 파고 돌아다니며 사는 대표적인 토양곤충인 ‘땅강아지’는 우리 선조들이 배탈, 설사 등 장에 탈이 났을 때 복용하거나 배앓이를 자주하는 사람들이 장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사용해 왔다. 그런데 최근 조사결과, 땅강아지를 말려 가루로 내어 복용할 경우 변비치료에 특효가 있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조상들의 지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사마귀 알집은 사마귀가 알을 거품에 낳아 쌓은 것이 굳은 것으로, 민간요법에서 인두의 점막이 붓고 헐어 목이 쉬는 인두염에 사용한 예가 있는데 이번에 알집을 모아 다린 물을 마셔 변비를 치료한 예가 확인됐다. 굼벵이(꽃무지류 애벌레)는 선조들이 영양제나 간을 튼튼히 하는 약재로 사용했으나 호박과 함께 으깨서 환부에 바르거나 그것을 말려 환으로 만들어 염증이나 다친 부위를 아물게 하는 효과를 봤다. 가죽나무는 뿌리껍질을 한방에 이용한 식물이다. 미래의 식량보고이자 인류건강을 담보할 의약품 원료인 생물자원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은 이제 전쟁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코끼리 상아, 코뿔소 뿔 등 일부 국제거래를 제한하는 국지전에서 2010년 10월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되면서 전면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는 ‘사전에 자원제공국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타국의 유전자원에 접근할 수 없으며 사전승인이 받아서 들여온 유전자원을 이용해 이익을 발생하면 그 이익을 유전자원 제공국과 사전에 상호 협의한 조건에 따라 공유한다’ 것이 핵심으로 한마디로 모든 생물자원이 돈이 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국가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바이오산업 즉 제약, 화장품,식품 회사의 2/3가 해외 생물자원에 의존하고 있고 해마다 1조5000억원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생물자원에 대한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도 어느 나라 못잖게 다양한 생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틈 만나면 들을 파헤치고, 산을 깨부수고, 강을 막고 한다면 우리 생물들은 살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환경보전의 절박함이 현실이라는 점을 사람이 아닌 동식물이 강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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