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사람을 이해하는 ‘휴먼종합예술’
연극은 사람을 이해하는 ‘휴먼종합예술’
  • 황지예기자
  • 승인 2015.07.30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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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현장> 상임연출가 고능석 감독

▲ 고능석 감독은 젊은 단원들이 극단 <현장> 이곳이 토양이 되어 더 큰 무대로 진출해 진주를 알릴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보람이다고 했다.
경남의 한 여름은 곳곳이 연극과 예술공연의 풍성한 물결로 물들고 있다. 경남의 연극인들의 끊임없는 움직임이 있었기에 연극제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40년 역사를 가진 극단 <현장>은 연극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연극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는 연극인으로 성장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진주를 대표하는 극단 <현장>의 상임연출가이자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고능석 감독. 그는 연극은 사람을 이해하는 ‘휴먼장르’이며 인간의 심리, 철학, 미학, 역사 이 모든 것을 포함해 관객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그는 20년 전 이윤택 감독 연희단거리패의 소속으로 독일 무대에서 발군의 순발력으로 ‘삽으로 햄릿을 찌른’ 전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해 극단40주년을 맞아 창단기념 공연 <출발>을 40년전 연극인과 현재 단원들이 함께 다시 무대에 올려 선후배가 화합하는 역사적인 무대를 만들어냈다. 28년 경력의 현역으로 경남의 연극계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진정한 ‘휴먼’ 연극인 고능석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다음은 고능석 감독과의 일문일답.

-연극계에 발을 디딘 계기
▲어릴 적 마을 어른들이 ‘회치’를 할 때 장구 장단에 맞춰 잘 노는 끼가 있었다. 대학에 가서도 풍물, 연극에 욕망이 있었다. 뭔가 남에게 보일려고 하는 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웃음)
전공은 경영학. 1987년 경상대 <극예술연구회>에 들어 연극에 발을 디뎠다. 대학시절 1년에 두 세 작품씩 해 10여 작품 정도 했다.
할머니를 뵌 적은 없지만 무당이셨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연극하는 제가 걱정돼 점을 치러가면 “할머니가 시켜서 연극을 하게 된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단다. ‘운명’이라기 보다 염색체에 담긴 ‘가족력’인 것 같다. 

-연극계에 몸 담아오신지 얼마나 되셨나
▲28년이 됐다.

-극단 <현장>에서의 시작은
▲대학 4학년 때 진로고민을 했다. 당시 극단 현장 상임연출 조구환 선배님이 “같이 해보자”고 해 극단 현장의 첫 상임단원이 됐다. 이후 2년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극단으로 복귀했다.

▲ 극단 현장 40주년 맞아 재탄생한 <출발> 연출
-극단 <현장>의 역사에 대해
▲1974년 창단해 1976년 창단공연 <출발>(연출 방성진, 작가 윤대성)을 올린 후 지금까지 41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극단 현장의 단원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상임단원은 15명 회원은 60명 정도 된다.

-지난해 40주년 기념공연 <출발>에 대해
▲1976년 당시 진주MBC 아나운서이자 창단의 주역이었던 방성진 선생님께서 창단 작품 <출발>을 연출하셨다. 역무원과 사내가 출연하는 2인극이었다. 지난해 극단현장40주년을 준비하면서 다시 ‘출발’을 떠올렸다. 40주년 무대의 작품은 새로운 <출발>이 됐다.
현재 단원들이 다 출연하도록 원작 윤대성 선생님께 허락을 받고 재연출 했다. 방성진 선생님께서 역무원역을, 정대영 선생님께서 사내 역으로 극단의 역사를 상징하는 두 배우를 주연으로 모시고, 역무원과 사내의 젊은 시절 회상 씬을 후배들이 맡았다. 40년 전 20~30대였던 단원이 그대로 60~70대가 되어 현재 20~30대 단원들이 함께 선 무대로 극단40주년을 감격스럽게 마무리했다. ‘신구조화가 이우러진 작품이다’, ‘극단의 40년 역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는 등  주변 연극인들의 감동의 호평이 쏟아졌다. 
<출발>은 40주년 기념공연을 시작으로 경남연극제 무대에도 섰다. 사천문화예술회관 공연장 상주단체로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보조금사업에 선정돼 ‘황혼예술가 프로젝트’를 한다. 선생님들께서 계속 무대에 서실 수 있도록 약속했다. 올해 밀양여름공연예술제에서 7월 29일, 30일 연극 <출발>이 공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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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부터 연극에 몸담아
극단<현장> 첫 상임단원 영입돼
연극 배우이자 연출가로 28년  

작년 극단 <현장> 40주년 맞아
창단세대·현재 후배들과 연기
창단 공연<출발> 감격적 재탄생
 
연극인은 따뜻한 삶 감성전도사
심리·역사 등 ‘휴먼’ 종합예술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예술단체
굳건히 유지되도록 후원 조성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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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라디오 프로그램 <비봉산의 메아리>에 대해
▲1970년도 방성진 선생님께서 MBC <비봉산의 메아리>를 제작해 큰 인기를 얻었다. 선생님께서 저에게 진행을 제안해 2004년부터 올해 1월까지 11년간 제가 진행해 왔다. 시작은 선생님께서 마무리는 제가 하게 된 것이다. 묘한 인연이다.

▲ 2012년 마임극 <광대들> 출연
 
-출연작품 중에 연기 수상작에 대해
▲1997년 전국연극제 대상작 <불의 가면>에서 남자연기상을 수상했다. 작품의 원작자였던 현재 밀양연극제 예술감독을 맡고 계신 이윤택 감독께서 자신의 메소드에 어울린다고 제안해 서울의 극단 <연희단 거리패>에 영입돼 1년 정도 활동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작이나 역할이 있다면
▲1998년 <연희단 거리패> 단원일 때 독일 세계문화의 집 한국주간 연극단으로 초청돼 <햄릿>의 레어티즈역으로 출연했다. 오필리어의 오빠 레어티즈는 미소년 같은 이미지인데 이윤택 감독께서 ‘권력욕있어 보이는’ 레어티즈로 저에게 배역을 주셨다.(웃음)
세계 연극인들이 관객석에서 지켜보는 무대에서 피라미드 위 ‘흙무덤’에서 벌어지는 결투 씬, 칼을 들어 찔러야 할 장면인데 소품팀의 실수로 칼이 보이지 않자 순간 눈에 들어온 ‘삽’으로 대처했다. 공연을 마친 후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감독님은 오히려 흡족해 했고 다음날 베를린 일간지에 “칼과 총, 농기구가 어우러진 매우 훌륭한 씬이었다”는 호평이 실렸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연희단 거리패에는 ‘삽으로 햄릿을 찌른 레어티즈’로 전설처럼 남아 있다.

-<연희단 거리패>에서 극단 <현장>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
▲서울에 있는 동안 마음속에 진주에 계신 어머님께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 어떤 결정을 할 때 아쉬운 것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으면서까지 내가 성공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진주에 남기로 했다.

-지난 6월 3~5일 사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나만의 작은 극장2>에 대해
▲공연기획부터 연출, 무대디자인, 음향까지 전 과정을 혼자 책임지는 1~2인극 무대였다. 배우가 연극에 대한 근육을 키우기 위한 무대라고 할 수 있다.

▲ 지난해 경남연극제 대상작인 연극 <팔베개의 노래>에서 고능석 감독이 연기를 하고 있다. 시인 김소월의 진달래 꽃에 실린 ‘팔베개 노래조’를 모티브로 김소월과 진주 기생 채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해 경남연극제 대상작 <팔베개의 노래>(작 백하룡 연출 고능석)에 대해
▲김소월의 진달래 꽃(1952)에 실린 ‘팔베개 노래조’를 모티브로 시인 김소월과 진주 기생 채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지난 2011년 초연돼 경남연극제 금상 수상 등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 내달 3일 거창연극제 공연 <한 여름밤의 꿈> 예술감독
-올해 거창국제연극제에서 오는 8월 3일 선보일 연극 <한여름 밤의 꿈>에 대해서
▲연출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액팅코치를 맡고 있는 <마임공작소 판>의 고재경 연출이 맡았다. 저는 예술감독을 담당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각색한 찰스&메리 램의 ‘한여름 밤의 꿈’을 소재로 한 음악극이다.
3개의 예술단체가 콜라보레이션해 극단 현장은 주요 제작 시스템과 출연, 구성, 연출을 담당하고, 마임공작소 판은 협력연출과 작품 자문을, 자작나무 숲은 전곡 작곡, 연주, 출연을 담당한다.

-연극인 또는 문화인 양성을 위해 가끔 강연을 하시기도 하나
▲강연을 하지는 않는다. 진주 ‘애나뮤직’이라는 단체는 인디밴드를 인큐베이팅하는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지역에서 기획을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렇게 생활문화예술단체와 얘기를 나누고 돕는 일을 언제든지 하려고 한다.

 
-오는 8월 18~23일 열리는 제16회 영호남연극제에 대해
▲영호남연극제는 진주연극협회에서 주최하는 것으로 부지부장을 맡고 있다. 영호남 극단, 연극인들이 교류하고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 16회째로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진주의 예술인과 시민들의 모임 ‘골목길사람들’에 대해
▲올해 7회째이다. 원래 진주민속예술인총연합회에서 시작해 같이하고 있다. 작년부터 대표를 맡아 하고 있다. 골목길사람들은 50명 정도로 음악, 미술, 춤 다양한 장르의 사람들이 있다.
문화예술진흥원에서 4년간 지원받다가 올해는 현장아트홀 공연장을 제공하고 공연자들이 십시일반 후원해 사용한다. 예술에 대한 후원, 우리 주변을 감동 시킬 수 있지 않을까 작은 바람이 있다.

-올해 골목길 아트페스티벌 일정은
▲기획회의 중에 있다. 9월 둘째 주 13, 14, 15일을 끼워서 진행할 예정이다.

-사람과 사람, 배우와 관객과의 관계의 대화에 대해
▲언젠가 발성공부를 할 때 ‘소리는 나누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상대와 편안하게 두 사람 사이에 소리를 놓는 것이다. 나누는 발성을 해야 한다. 하이톤으로 말하는 사람은 현실보다 이상에 관심을 가진 분, 저음은 현실에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 ‘일체유심조’라는 말처럼. 배우라면 기본적으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평소 마음이 열려있지 않으면 짧은 시간에 나눠지지 않는다. 배우들에게 ‘평소에 마음을 열고 나눠야 니 소리가 열린다’고 한다. 연극을 한다는 것은 나누는 것이다.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은 관객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관객이 생각할 여백을 남겨놓고 내 생각을 던져놓는다.  

 -연극이 사람들에게 주는 효과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스스로 ‘감성전도사’, ‘정서치유 복지사’라고도 한다. 예술가는 삶에 대해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일은 다른 사람이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우리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그것이 보람이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으신가
▲그 시기에 중요한 어떤 것을 다루고 싶다. 환경, 진실, 진정성이라는 단어와 연관이 될 수 있겠다. 삶을 행복하게 하는 진정한 것. 소재는 다양하다.

-연극을 하는 이유와 보람  
▲나에게 ‘연극을 왜하냐’고 묻는다면 ‘왜 사느냐’라는 질문처럼 답하기 어렵다. 요즘은 ‘행복하려고’라고 말한다. 젊을 때는 약간의 치기, 잘 난체로 시작했다.
연극이라는 작업이 사람을 이해하는 ‘휴먼장르’다. 쉽게 지나치는 얘기를 연극작품은 깊이 바라보고 역사를 축약하기도 한다. 연극을 종합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음악, 미술 등 외형적인 예술 뿐만 아니라 인간, 심리, 철학, 미학, 역사까지 다 포함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진주의 연극계를 지키고 있는 보람과 바람, 진주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
▲극단 <현장>이 전국적으로 운영 면에서 우수한 편으로 소문이 나있다. 연극이 사회적인 기준에서는 구조상 힘들다. 사명감과 신념이 있다. 진주의 문화예술단체가 진주의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역할을 하며 굳건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기초적인 ‘시민들의 후원’은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단원들이 극단 <현장> 이곳이 토양이 되어 더 큰 무대로 진출하기도 한다. 진주를 알릴 인재를 배출하는 사회적으로 보람 있는 일이다. 그런 생각으로 이 친구들과 작업하고 있다. 이런 보람들을 사회와 같이 느끼며 나눴으면 한다. 황지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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