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대첩(壬辰大捷) 계사순의단(癸巳殉義壇)에 대한 유감(遺憾)
임진대첩(壬辰大捷) 계사순의단(癸巳殉義壇)에 대한 유감(遺憾)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8.0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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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국립경상대학교 인문대학 명예(강의)교수·한국국제대학교 석좌교수·진주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장·지리산 막걸리학교 교장

28년 전(1987), 12월에 건립 완성된 ‘임진대첩 계사순의단’이라고 하는 진주성 내부의 촉석광장의 서쪽에 위치한 제단(祭壇)은 오늘날까지 그토록 숭고한 선열들의 충정(忠貞)에 대한 진주인들의 진정한 존경과 흠모(欽慕)의 표지(標識)이며, 동시에 진주와 진주인 정신의 지주(支柱)로서 그 역할을 오랜 기간 다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편 근자(近者)에 이르러 상기 순의단에 대한 부적절한 설립과정과 그 구조적인 모순(矛盾)에 대한 많은 이들의 지적(指摘)과 논란이 지속적으로 야기(惹起)되고 있다.

그리하여 항상 우리 진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문화재에 대한 열정(熱情)과 관심이 많은 분들의 충언과 본인이 평소에 가지고 있는 우리 지역의 여러 문화재에 대한 작은 지식을 토대로, 상기 ‘임진대첩 계사순의단’의 모순과 부적절한 부분을 타 지역의 관련 제단(祭壇)과 각종 사서(史書)와 《예서(禮書)》에 기록된 객관적이고 정통(正統)적인 고전적 자료를 바탕으로 감히 상기 제단에 대한 모순성을 지적 · 기술해보고자 한다. 차후 본인의 기술과정에서 혹시 오류나 무지함이 있다면 우선 질정(叱正)과 충언을 바라는 바이다.

‘임진대첩 계사순의단’의 건립에 대한 일반적인 모순점을 기술한다면,
첫째, 이중제단 설치에 큰 오류(誤謬)를 범하고 있다. 즉, 전쟁의 큰 승리로 타계한 영령과 억울함과 한(恨)으로 타계한 영령을 동일한 장소에 모시게 되면, 후일 후손들이 제사를 아무리 정성스럽게 모셔도 영령의 신들이 결코 강신(降神)하지 않는다.

둘째, 다수 민간인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제단이나 무덤에는 그 제단이나 그 무덤에 대한 특별한 호칭(呼稱)이 결코 필요없다.

셋째, 제단이 일단 설치되면 그 제단의 서북쪽에 무덤(塚)이 필히 설치되어야 한다.
넷째, 그 무덤(塚)의 설치는 가능한 개인의 집과 무덤을 만들 때처럼 필히 풍수지리(風水地理)에 적합한 명당(明堂)에 모셔야 한다.

다섯째, 많은 이들을 하나의 무덤(塚)에 모시지만 그 무덤 주변은 광활한 면적의 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실제 모든 이에게 개인별로 모실 수 있는 땅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제단 자체에는 특히 억울하게 돌아가신 다수의 영령들에 관한 당시의 인적사항이나 그 내력에 관해서 결코 자세히 기록할 필요가 없다. 특히 당시에 기록된 원문을 번역하거나 더욱이 외국어로 표기해서는 안된다. 그런 내력이나 인적사항은 주변의 신도비나 안내비에 따로 기록해두어야 한다.
일곱째, 제사를 모실 수 있는 제단은 축대와 제단을 만들어 높게 설치하면 결코 안된다. 항상 제사는 아주 낮은 곳에서 낮은 자세로 모셔야 하기 때문이다.

여덟째, 모든 제단은 바람과 비를 맞는 야외에 결코 설치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타계한 영령들은 저승에서도 보다 안락한 집에 모셔야 하기 때문에, 모든 제단은 필히 지붕이 있는 구조물 안에 설치해야 한다.
아홉째, 억울하게 돌아가신 많은 영령들의 제단이나 무덤(塚)은 참혹하게 돌아가신 바로 그 자리에 설치하거나 제사를 모셔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훗날 그곳에서 제사를 모시게 되면 선대 영령들이 결코 강신(降神)하지 않기 때문이다.

열 번째, ‘진주성 임진대첩 계사순의단’이라는 기존의 제단 명(名)이 결코 문장이나 문자적 합리성이 성립될 수 없다. 특히 ‘순의(殉義)’라는 단어는 결코 존재할 수가 없다.

열한 번째, 억울하게 타계한 많은 분들을 모시는 무덤(塚), 제각(祭閣) 그리고 제당(祭堂)은 결코 후대 사람들에게 어떠한 형태의 관광을 위한 장소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우선 오늘은 상기와 같이 우리 지역에 오랫동안 존속해 온, 그것도 시내의 중앙에 많은 사람들이 통행하는 촉석광장에 마치 관광을 위한 문화재처럼 설치해놓은 ‘임진대첩 계사순의단’의 뚜렷한 모순과 오류를 간략하게 기록해보았다. 이후 계속해서 관련된 내용을 보다 자세하고 객관적으로 기술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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