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전환기는 있다
사람마다 전환기는 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8.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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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금인산 여래암 주지

경전에서는 불건전한 정서를 ‘독화살’에 비유한다. 지혜 없는 자는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혼란 속에 깨진 독 서슬처럼 거칠게 살아간다.


그들은 주변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더러는 사람을 죽게도 만든다.

부정적사고 때문에 남들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일을 하면 짜증내고 분노한다.

고통의 원인은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자기 판단과 가치관으로만 대상을 보아 남들 하는 일들이 마땅찮고, 눈에 거슬려 하루하루가 지옥 생활로 이어진다.

그런 사람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만보고 있지 말고, 가까운 종교시설을 찾아가 성직자 문(門)의 돌쩌귀가 닳도록 드나들며 상담을 받도록 인도해줘 보라.

성직자의 겉은 비록 초라해보일지 몰라도 대화는 소탈하고 담백하고, 깊고, 짧다.

상담 시에는 몰두정신으로 귀 기울려 잘 듣도록 당부해야 한다. 왜 몰두정신이 필요한가.

어떤 부모가 아이를 잃어버렸다면 부모는 이름을 부르며 찾아 헤매다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다른 잡념이 끼어들 틈 없이 그 소리에 집중하고 몰입할 것이다.

아이의 음성이 확인되는 순간, 그동안 쓸데없이 헤매고 다녔던 모든 행위는 중단된다.

무우 농사를 잘못 지으면 가랑이 무우만 자라듯, 상담에 소홀하면 하나마나다.

“심부재언(心不在焉)이면 시이불견(視而不見)이요, 청이불문(聽而不聞)이며, 식이부지기미(食而不知其味)니라” “마음이 그 자리에 가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본 것이 아니요, 들어도 들은 것이 아니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어리석음이 암흑이면, 현명함은 광명이다.

북한을 보더라도 한 사람이 잘못되면 본인만 망친 게 아니라, 나라와 민족에게도 크게 해가된다. ‘나’ 한사람의 탐욕, 분노, 어리석음, 부정적 사고는 주변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

하버드 대학의 테일러 박사는 “부정적 감정의 자연적 수명은 90초다.”하였다.

부정적 감정이 일어날 때는 90초 동안만 꾹 참아보자. 평정을 되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도 흘러가다 구비를 치는 것처럼 사람마다 전환기는 있다. ‘논어’에 “가난하지만 아첨하지 않고, 부자이면서도 교만하지 않는다.” 교만하면 부를 잃게 되고, 아첨하면 더욱 가난해진다. 가난하더라도 도를 즐기고, 부자라도 예를 지킬 줄 알라는 가르침이다.

건강하게 사는 것만 해도 그 어떤 권력이나 재벌과도 바꿀 수 없다. 공자는 “거친 나물밥 먹고 물마시고 팔베개를 하고 드러누워도 즐거움이 그 가운데 있으니 의롭지 못한 부귀는 나에게 있어서 뜬 구름과 같은 것이다”하였다. 성현들은 모두 탐욕과 인내심 부족을 극히 경계하라하였다. 이런 가르침을 따라 좀 더 여유를 갖고, 마음을 조금만 더 넓혀보자.

원탁보다 지구가 더 크고, 지구보다 태양이 더 크다. 그러나 태양은 허공보다 작다.

허공은 모양도 경계도 없어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마음도 안과 밖이 없고, 한계가 없어 허공과 같다. 그래서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이 무량하다. 한량없는 마음으로 넉넉한 삶을 살아가자. 세상에서 최고출세한 사람이 대통령이면 최고로 망한 사람은 거지다.

그러나 인생은 수명에 한계가 있어, 대통령이나 거지나 결국은 모두 다 죽는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과 불건전한 정서의 독화살을 태워버리고, 서로를 돕는 지혜와 자비의 마음으로 살아가자. 무른 땅만 찾아 말뚝 박으려는 쉬운 길만 가지 말고, 식은 죽도 불어가며 먹는 여유로운 자세로 군말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자.

능력자들이 살아가는 선(善)의 삶은 더디기는 하지만 아쉬움 너머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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