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 자연의 풍취에 빠지다
함양 - 자연의 풍취에 빠지다
  • 함양/노택섭 기자
  • 승인 2011.11.0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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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둘레길.

 3구간 남원 인월면~마천면 정상 등구재 ‘추억 아련’

 4구간 벽송사 능선 송대마을 ‘산 제대로 느낀다’ 인기

◆지리산둘레길 = 높고 빠르게 사는 법으로 숨 가쁘게 살아낸 삶들에게 ‘낮고 느리게 사는 법’을 법문처럼 들려주는 지리산둘레길이 기다리고 있다.
정상만 향해 오르는 법에서 낮고 느리고 수평적으로 걷는 즐거움을 깨우쳐준 지리산둘레길은 처음으로 제3구간과 제4구간이 먼저 만들어졌다.
3구간은 전라도 남원시 인월면과 경상도 함양군 마천면을 연결하는 구간으로 이 옛길은 정상 등구재를 중심으로 전라도 산내 색시가 경상도 마천 함양총각에게 시집을 왔던 길이고 산내면을 이어 인근 인월장으로 새벽밥을 먹고 고개를 넘어 장을 보러 오가던 길이기도 했다.
애시당초 전라도 경상도 지역감정도 없고 이웃사람의 정겨운 옛길이어서 아직도 신장로가 나기 이전에 이 길을 이용했던 노인들의 추억이 살아 숨쉬는 길이다.
3구간은 인월면에서 출발해 중군마을 당항마을을 지나 등구재를 넘어 창원마을 금계마을로 이어지는 19㎞이다. 등구재를 주변에서 지리산을 감상할 수 있으며 제방길 농로 차도 임도 숲길로 구성돼 있다.
7시간 정도 소요되는 이 길을 줄이려면 매동마을에서 창원 마을까지 4시간짜리 코스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 구간에서 산골마을은 풍경이 잘 드러나는 곳은 창원마을이다.
조선시대 마천골 일대에서 새로 거둔 물품을 보관한 창고가 있었던 마을이라 해 창말이라고도 하고 창촌이라고도 불렸던 이 마을에는 돌담이 고스란히 남아있으며, 계단식 다랭이논에서 재래농을 하고 있다.
아직도 재래식으로 닥종이를 뜨는 집이 있어 늦가을이나 겨울에는 닥나무 껍질을 벗기고 남은 샛노란 지릿대 나무단이 수십 다발 아름아름 펼쳐져 있어 장관이 된다.
마을 어귀에는 수백년 된 느티나무 당산나무가 마을의 수호신처럼 버티고 있다.
이곳은 산림거사 개암 강익선생이 세상의 어지러움을 피해 머물며 명시를 남긴 마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은둔시 혹은 전원시로 불리는 개암의 은둔시가 이 마을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암선생은 이 마을에 조그마한 밭을 사고 초가집을 짓고 사립문을 해달고 난초와 지초를 키우면서 몇 년간 은둔의 삶을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언저리에 양진재(養眞齋)를 짓고 산골 학동들을 불러 까막눈을 뜨게 해주는 선비였다.
지리산둘레길 3구간 끝자락에서 만나게 되는 창원마을은 집집마다 아랫방을 채비해 민박을 받고 있다.

4구간에서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에서 휴천면 동강리를 잇는 15㎞ 코스로 중간에 벽송사 능선 송대마을 등을 지나게 되는 코스로 농작물 피해 등으로 인해 한때 코스가 폐쇄되기도 했다. 둘레길 중에서 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코스로 가장 인기가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코스가 시작되는 곳에 의평마을에는 600년 묵은 느티나무 당산나무가 ‘시간에 대한 사색’을 제공한다. 이 마을 일대는 숯을 구워 공납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며 ‘의탄소’가 있었던 곳이다. 의중마을을 통해 30분을 가면 서암정사와 벽송사가 있다.
서암정사는 원응스님이 일생에 걸친 역작인 화엄경을 금가루로 필경을 화엄경사경이 전시된 사찰로도 유명하고 30년에 걸쳐 석굴암과 절벽 면벽에 화엄경을 주제로 하는 불교조각상은 현매불교예술의 극치로 평가하고 있다.
원응스님에 의해 조성된 서암정사는 6ㆍ25전쟁 중에 인근 벽송사가 빨치산야전병원이며 그 일대에서 수백명의 빨치산과 토벌군이 살육을 했던 현장이라, 이들의 영혼을 위령하고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몇 백미터 발치에 있는 벽송사는 실상사와 더불어 지리산 북부지역의 대표적인 사찰로 조선시대에는 선종의 법맥을 지켜내고, 흐트러진 불교의 중심 역할을 해왔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오늘날 조계종 총무원의 역할을 이 벽송사가 해낸 것으로 조선시대에 있어 당대 최고의 스님들이 이 사찰을 지나치지 않으면 큰 스님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벽송사를 지나 남쪽 방향으로 벽송사 능선을 지나 2시간 정도 숲길을 걸으면 빨치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송대마을이 나오고 임도를 타고 1시간 정도 지나면 세동마을(송전마을)이 나온다. 운서마을과 동강마을은 평탄한 길로 인근에 엄천강이 흐른다.

▲ 상림의 가을
◆천연기념물 154호 상림숲 = 상림공원은 1100년 전에 최치원선생이 조성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으로 애민사상이 깃든 곳이다.
당초 이름이었던 대관림(大館林)은 ‘대자연의 쉴만한 숲’,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큰 숲’을 의미하는데 요즘 자연휴양림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의역을 하자면 자연휴양림이란 의미가 함양 상림공원에서 최초로 쓰인 셈이다. 최선생이 해마다 겪는 물난리로 시름하는 백성을 위해 둑을 쌓고 나무를 심은 것이 상림공원이다. 상림공원은 학술적 가치와 보존 가치가 있어 1962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는 전국 20여 곳의 숲 가운데 유일한 낙엽활엽수림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호안림이며, 인공림이다. 하지만 전혀 인공림답지 않게 나무들의 배열이 아주 자연스럽다.
숲 내에는 ‘사운정’,  ‘함화루’,  ‘최치원신도비’ 등 다양한 문화유적도 있다. 상림은 제2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보존해야 될 아름다운 숲(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될 숲)으로 선정됐으며,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누림 쉼터상도 수상한 바 있다.
특히,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단풍나무로 푸근히 대지를 감싸고 있다.
1.6㎞의 숲 거리로 함양군의 상림공원. 수많은 연인들 가족들이 상림 숲속을 수 있어 상림숲에 오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철학자가 될 수 있다.
계절이 바뀌고 상림 숲을 거닐며 지저기는 새 소리를 들으며 삶의 뒤안길을 고즈넉하게 뒤돌아보고 곱씹어 볼 수 있는 사색이 즐겁다.
상림공원은 역사적 학술적인 가치와 함께 빼어난 숲으로 인해서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는데 함양군민들 뿐만 아니라어숲 마니아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평지형으로 구성된 상림숲은 여행자에게 한가롭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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