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한 한미동맹 재확인 필요
굳건한 한미동맹 재확인 필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9.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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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균/(주)동명에이젼시 대표·칼럼니스트

국제무대에서 영원히 믿을 수 있는 친구는 없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친구를 섭섭하게 해서는 곤란하며, 새로운 친구가 보여준 환대에 너무 취해 있어서도 안된다. 새로운 친구와 친해진 것은 좋지만 이로 인해서 오랜 친구가 더 이상 속상하지 않도록 배려도 필요하다. 지난 2∼4일 중국 방문을 통해 한중 신밀월 관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미국 방문에서는 최상의 한미 동맹관계를 재확인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동북아 지역 패권을 놓고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추구하는 미국과 ‘신아시아 안보관’을 내세운 중국이 대립하는 가운데 이번 방중을 계기로 한중 양국이 더 긴밀해지면서 상대적으로 한미 동맹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한·중 친선은 한국의 주권 사항이고, 한·미 동맹은 여전히 굳건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의 정치인들과 정책 입안자들의 의중을 낙관할 수는 없다. 차기 미국 대통령 후보감들 주변에도 ‘한국은 믿을 수 없다. 미국은 일본만 쥐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할 참모들이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공화당의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이미 그런 혐한(嫌韓) 정서를 드러냈다. 이게 워싱턴 정가의 트렌드가 될 경우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다 놓치는 격이 될지도 모른다. 자칫하면 중국과는 완벽한 친구가 되기 어려운데 기존의 가장 친한 친구와는 되레 서먹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동북아시아의 외교무대에서 한국을 중심으로 균형외교를 펼쳐나가야 할 과제가 주어졌다. 한국은 한미동맹관계를 반드시 공고히 유지하여야 한다. 중국이 혈맹이던 북한과의 관계를 떠나 한국과 급속한 친밀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것도 양국의 이해타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방중이 8·25 합의로 어렵게 조성된 남북 대화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도록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한편 북핵·북한 문제와 관련한 진전을 만들기 위해 핵심 관련국인 중국의 협조를 얻기 위한 차원이었음을 한미정상회담에서 분명히 밝혀, 워싱턴 조야의 이른바 ‘한국이 중국에 기울었다는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는 데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야할 것이다.

이번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한반도 정책과 관련 변화를 보여주지 않아, 중국이 북핵과 통일문제를 두고 한국이 바라는 수준까지 협력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두 정상은 “9ㆍ19 공동성명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관련 결의들이 충실히 이행돼야 할 것”이라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는데, 북한의 추가 핵 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경고로 보이지만, 북핵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한ㆍ미 연합훈련 과정에서 미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 등에 대한 반대로도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우리는 미국과 연대하고 중국과 친화하는 외교정책 전략이 동북아 역내의 미국의 국익을 침해하지 않고, 오히려 한미동맹의 공통이해를 추구하는 지렛대를 마련하는 의미가 있다는 점을 미국 당국과 여론에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번에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10월말 내지 11월초 개최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동북아 정세 안정의 계기도 마련됐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한중 관계가 한반도 통일이라든가 또는 북한 핵 억제에 상당한 역할을 해온 것도 사실이며,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하지만 한미 동맹이 굳건해지지 않으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백하게 인식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이 미국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결정이거나 한미 동맹을 흩트릴만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워싱턴에서 박 대통령의 군사 퍼레이드 참관에 대해 이해한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 아닐까.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는 한반도 주변의 정세와 남·북관계가 매우 위중한 시점에 이르고 있어 그 어느 때 보다 더 굳건한 한미동맹과 교류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핵 포기’를 전제로 한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선 중국과 미국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수다. 박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관계가 공고하다는 것을 재확인 하게되면 한중 밀착에 대한 미국 일부의 의구심을 불식시킴은 물론 다른 종속 변수들도 해결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의 협력 영역이 한반도를 넘어 범세계적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 북핵 문제를 포함한 대북 정책의 기조에서 나아가 다양한 국제적 관심사에서도 상호 이해를 돈독히 함으로써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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