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국
복어국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1.0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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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IT교육 컨설턴트
구질구질한 말들보다 뜨끈한 국물 한 모금이 더 위안이 되는 때가 있다. 몇 해 전 필자는 건강을 잃고 직장도 그만 두어야 했다. 직장을 그만 둔 며칠 후 오랫동안 같이 일을 했던 동료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이런저런 의미 없는 이야기만 한참 늘어놓더니 복어국 집으로 나를 안내했다.

“속 푸는 데는 북국(복어탕)이 최고인기라” 식사를 다 하는 동안 그는 그 말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날 먹은 복어 해장국 한 그릇은 시린 속 뿐만이 아니라 서늘해진 마음까지 따뜻하게 했다.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 했다. 내일이 입동이니 절기로는 겨울이 코앞에 다가 왔다. 날이 추워지면 생각나는 것이 따듯한 국물 한 그릇이다. 그 중에 뜨끈하고 시원한 음식을 들자면 해장국이 으뜸이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해장국이 없는 동네는 없다.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해 시원한 맛을 우려낸다. 대구의 선짓국, 강원도의 황태 해장국 등이 그렇다.

하지만 필자는 해장국 중에 으뜸을 꼽아 보라면 두말 할 것 없이 복어국을 내세우고 싶다. 우선 전국 어느 도시를 가나 소문난 북국집 한두 곳은 있다. 또 그 국물이 다른 해장국들에 비해 맑고 개운해 술로 지친 속을 자극하지 않는다. 전국에서 널리 즐겨 먹고 다른 해장국보다 맑고 정갈한 품위까지 지녔으니 이만하면 해장국 중에 으뜸이 아니겠는가.

필자가 알기로는 복국 골목이 있는 도시로는 전국에서 마산과 통영 두 곳이다. 그러니 마산 통영 일대가 복어 요리의 메카라 할 수 있다. 마산 통영 일대에서 복어 요리를 즐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필자가 마산으로 이사와 낚시를 따라 갔을 때 제일 먼저 그리고 쉴 새 없이 낚여 오던 물고기가 복어다. 마산 바다에는 복어들이 많이 산다. 해안선이 굴곡이 많고 잔잔한 바다가 복어가 살기에는 적지라고 한다. 풍부한 복어를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즐기는 것은 다양한 일일 것이다.

또 복어 요리는 일본에서 즐기는 요리인데 마산 통영 일대에서 먼저 받아들였다는 설도 있다. 한편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자원이 풍부하면 그를 이용한 문화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복어는 다른 생선들에 비해 살이 단단하고 맛이 담백해 회나, 무침, 탕요리 등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필자는 며칠 전 마산의 복어 골목을 다녀왔다. 땀을 뻘뻘 흘리며 배가 부르도록 한 그릇을 다 비웠다. 때로는 사는 것이 힘들고 외로울 때는 뜨끈한 복어국 한 그릇을 비워 보는 것도 좋다. 속이 뜨끈해지면 마음도 따뜻해진다. 찬바람이 부는 철에 마산을 지나거든 복국 골목을 가보세요.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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