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기원과 화재
불의 기원과 화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1.0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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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원/진주소방서 예방교육팀
학자들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짖는 가장 큰 세 가지 특징을 도구의 사용, 직립보행 그리고 불의 발견이라 말한다. 그런 점에서 불은 인류가 발견한 것 중 가장 위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초의 불은 짐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추위를 피하는 용도였다. 그 후 불로 음식을 조리해 먹으면서 부패와 식중독으로 인한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고 불을 이용하여 청동이나 철을 녹여 무기와 도구를 만들 수 있게 됨으로써 눈부신 문명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불의 기원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는 제우스로부터 인간과 그 밖의 동물들에게 그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을 주는 일을 위임 받았다. 에피메테우스는 동물들에게 용기·힘·속도·지혜 등을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만물의 영장이 될 인간의 차례가 오자 그의 선물을 모두 소진해 버려 줄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당황한 그는 형인 프로메테우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프로메테우스는 하늘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선물했다. 불을 선물로 받은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월등한 존재가 되었다. 무기를 만들어 다른 동물을 정복할 수 있었고 도구를 사용하여 토지를 경작할 수 있었으며 심지어 신의 권위에까지 도전할 수 있었다.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에게 분노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놓고 매일 독수리가 와서 그의 간을 쪼아 먹도록 했다. 제우스는 인간들에게도 직접 벌을 내리기로 했는데 바로 판도라라는 여자에게 상자 하나를 가지고 지상으로 내려가게 한 것이다. 그 상자에는 인류의 모든 재앙이 들어 있었는데 유일한 선은 ‘희망’ 뿐이었다. 절대 그 상자를 열어봐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듣긴 했지만, 호기심을 못이긴 판도라는 그 상자를 열어보았고 그 안에서 온갖 불행과 재앙이 퍼져 나와 인간세상으로 퍼져나갔다. 그때부터 인간은 온갖 불행과 어려움속에 절망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간직하고 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신화에 따르면 결국 인간은 불을 가진 대가로 온갖 불행과 재앙을 가지게 된 것이다. 불을 사용으로 무기를 만들어 전쟁이 시작되었고 불로 인해 탄생한 문명의 이기가 욕심을 낳게 하여 온갖 불행과 재앙이 시작 되었으니 이 또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역사적으로 불은 문명을 건설하는 원동력이 되지만 순식간에 모든 것을 파괴하기도 한다. 번성기를 구가하던 로마제국도 AD 64년 9일간의 화재로 인해 로마의 3분의 2가 불타버리는 비극을 맞이했다. 로마에 살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목숨과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그 분노와 원성은 당시 황제인 네로에게로 향했다. 폭동을 두려워한 네로는 화재의 원인을 기독교인들에게 떠돌려 대학살을 일으켰다. 결국 네로도 대화재 4년 후에 자살하기에 이른다. 이렇듯 화재는 사회질서를 무너트려 혼란과 폭동을 야기하고 분열을 초래한다. 화재의 위험성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불의 사용으로 인한 혜택이 너무나 크기에 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불의 사용이 잦아지면서 화재가 증가하는 계절이 왔다. 전국의 소방서에서는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정하고 불조심 캠페인을 비롯한 화재예방 홍보활동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을 우리는 잊고 있는 듯하다. 불조심은 소방서에서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필요성을 느끼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집에 불이 났을 때 나는 나와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면 오늘저녁 가족들과 모여 화재시 피난 계획도를 그려보고 소화기 등 소방시설을 점검해보기 바란다. 아이들과 같이 전열기구 사용 후 코드 뽑기 등 주변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화재예방과 실천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자. 불은 우리에게 오늘날의 편리함 가져다준 이로운 존재지만 잘못 관리하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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