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지역역사가 담긴 우리네 삶 이야기
문학이란 지역역사가 담긴 우리네 삶 이야기
  • 함안/김영찬기자
  • 승인 2015.10.19 14:29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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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前 함안군지부장 이명호 시인

 
이명호 시인은 함안 가야에서 태어나 향토의 시인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여 1992년 문학세계 5월호에서 포구의 노래 외 4편으로 한국문인협회 시인으로 등단하여 한국문인협회 함안지부장을 역임했다.
한국문인협회, 경상남도문인협회, 국제 펜 한국본부, 남도시문학회의 가락 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나뭇골 우화>, <말이 산>, <함안문학유적시집>, <잃어버린 세월>, <나무소리> 등 출품 대표 작품이 있다.
이 시인은 “문학이란 고상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을 총체적인 원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며 “변방의 한 지역에서 문학 활동이란게 한계가 있지만 가능하다면 지방의 근대사나 가족사 등을 담아 수난의 역사를 장시로 풀어서 쓰고 싶다”고 밝혔다.



말이산 고분군 / 이명호

깨어진 토기 파편 하나에도
비워둔 가슴속에 징소리가 울린다
누가 저토록 척박한 삶을 살다 갔을까
손금이 닳도록 저린 그 아픔을
이곳에다 새겨 놓았을까

사방을 둘러보면 박토(薄土)에 가시덤불
풀벌레 여운 도는 적막을 베고 누워
청솔가지 흔드는 바람소리에
끝 모를 생각들이 고개를 들고
무명초 피었다지는 사연
풍전등화(風前燈火)의 낮과 밤이
무수한 과거를 일으켜 달린다

돌아보면 되돌아보면
뿌리 깊은 안라가야(安羅伽倻)
찬란한 인고(忍苦)의 그 역사

불멸(不滅)의 세월을 안고
흙빛에 묻어둔 여윈 속살마저
어찌하여 천 오백년을 뛰어넘고 있는가

다음은 이명호 시인과의 일문일답.

-이명호 시인의 인사말
▲안녕하십니까? 언론 문화 창달을 위하여 애쓰시는 경남도민신문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사실 저는 문단 말석에 있는 변방의 향토 문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문학을 고상한 취미 활동 정도로 생각하는 선입견을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문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든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학은 고상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천한 것도 더구나 아닌 우리 삶의 총체적인 원천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일상적인 생활의 모든 곳에서 문학은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문학을 특정 문학인만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전문직에 종사하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가 하면 일반인도 평생교육원의 문학 강의 등을 통하여 꾸준히 노력하고 습작을 거듭하여 문단에 등단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 지난달 함안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된 시낭송대회.
-등단의 동기와 배경은
▲특별한 동기가 있어서 등단한 것은 아니고 책을 좋아하고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생 문예지 ‘학원’이란 잡지가 매월 나왔는데 돈을 주고 사볼 수가 없었지요. 우리 큰 집에 가면 사촌형님들이 많았는데 매월마다 발행되는 ‘학원’을 구독하고 있었지요. 지나간 ‘학원’을 책꽂이에 꽂아 놓았는데 큰 집에만 가면 ‘학원’을 붙들고 하루 종일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지요. 책을 서가에 빽빽이 꽂아 놓은 수많은 책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청년기의 막막한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행방불명이 된 미래를 책속에서 이상(理想)을 찾았고 책속에서 길을 찾았지요. 70년대 말쯤 그 당시 마산 창동 네거리 왕다방에서 ‘시’ 동인지를 발행하던 문학청년 몇몇이 시화전을 열었지요. 어떻게 알았는지 직장의 대표 격인 국장님이 화분을 보내주셨고 그분이 직접 찾아와 격려와 칭찬을 해주셨고 큰 용기를 얻었지요. 당시 월급을 타면 제일 먼저 마산 창동의 ‘학문당’으로 달려가서 매월 발행되는 ‘현대문학’을 사서 읽었지요. 현대문학은 1955년도에 창간되어 지금까지 발행 되어오는 뿌리 깊고 전통있는 문학지이지요. ‘현대문학’은 함안 출신 조연현 선생(문학평론가)이 창간하였지요. 저는 매월 발행되는 현대문학을 거의 10년 가까이 읽었을 거예요. 굳이 동기라면 월간 ‘현대문학’을 읽고 시를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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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등 어릴 적 독서에 관심
월간 현대문학 읽고 시인되기로
일상적인 생활의 소재가 대부분

첫 시집 1998년도 ‘나뭇골 우화’
이후 함안문학서 매년 연작 1편씩
역사담긴 ‘방목장날·말이산’ 애착

시인되려면 독서·꾸준한 습작필요
문학 고상한 취미 선입견 버렸으면 
지방 근대사 등 장시로 담아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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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펴낸 시집과 기억에 남는 시집을 소개하자면
▲시집 몇 권 내지도 않았는데 별로 내세울게 없어요. 부끄러울 뿐이에요. 첫 시집은 1998년도에 ‘나뭇골 우화’라는 제목으로 일상적인 주변의 소재들을 대상으로 삼았지요. 거기에 ‘방목장날’ 연작시가 8편 정도가 있어요. 장날은 우리나라 고유의 재래시장이 지방마다 열리고 있는 5일장이지요. 장날은 시끌벅적하게 사람 사는 맛을 알게 하고 손때 묻은 인정을 느끼게 해주고 사람의 온기와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농촌의 정겨운 곳입니다.
첫 시집에 8편의 연작시를 쓰고부터 지금까지 매년 함안문인협회에서 발행되는 ‘함안문학’지에 매년마다 연작으로 1편씩 나가고 있어요. 2015년도에 ‘방목장날 33’이 되겠군요. 그래서 언젠가는 ‘방목장날’이란 제목으로 시집이 나오겠지요. 두 번째 시집은 함안문화유적 시집으로 ‘말이산’이란 제목으로 2002년도에 발행되었어요.
저는 우리 역사에 관심이 많은데다가 함안지역에서 ‘아라가야 향토사연구회’의 회원으로 일요일마다 함안지역에 있는 유적지를 찾아다니며 문화유적을 조사, 답사하는데 열정을 쏟았지요. 현장을 발로 뛰는 현장 중심의 산물로 이뤄진 문화유적시집이지요.
세 번째 시집으로 ‘잃어버린 세월’이 있어요. 가까운 창녕지방에 문화유적지 답사를 하고나서 폐가가 있는 넓은 고대광실 저택을 갔는데 알고 보니 그 고가는 김정일의 본처 성혜림의 본가라는 거예요. 그것을 소재로 ‘잃어버린 세월’이란 시를 지었고 그것이 시집 제목으로 되었지요.
기억에 남는 다른 시인의 시집을 소개하자면 서정시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이나 미당 서정주 시인의 ‘화사집’이나 ‘귀촉도’는 불후의 명시집이지요. 한결같은 우리 전통의 숨결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우리민족의 가락이지요.

▲ 내마음의 시화전에서 이명호 시인의 작품 ‘나무의 소리’가 전시됐다.
-주로 다루는 소재와 내용은 어떤 것인가
▲소재는 특별한 게 없고 일상적인 생활에서 얻어지는 소재가 대부분이지요. 그런데 네 번째 시집 ‘나무의 소리’ 중에서 나무를 소재로 한 시가 14편 정도 있어요. 저는 등산을 좋아합니다. 지금은 함께 갈 사람이 없어서 혼자 가벼운 산책이나 근교의 가까운 산을 산행합니다만 오십 대 중반만 하더라도 혼자서 등산을 많이 다녔지요. 혼자하는 산행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평소에는 잘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던 것들을 보며 깨닫게 되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새삼 일깨워 줍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본인의 시를 소개해 달라
▲시인은 자기가 쓴 시는 거의 모두 애착이 갑니다만 그래도 손꼽아 본다면 ‘방목장날’과 ‘말이산’이지요. 방목 장날은 함안 사람이라면 모두가 다 아는 함안 가야에서 오일장이 서는 장날을 방목장날이라고 하지요. ‘함주지’에 보면 말산리, 산서리에 까지 옛날에는 소를 키우는 방목 들판이라고 해요. 그래서 ‘가야’에 간다는 말을 ‘방목간다’, ‘방매기 간다’라고 했지요. ‘방목’은 함안 ‘가야’의 대명사 노릇을 했지요.
말이산 고분군은 천 오백여년 전 유서 깊은 아라가야 시대 지배층의 무덤인데 창원대학교와, 국립가야문화재 연구소의 지표조사에 의하면 1000여기나 되는 단일무덤으로서는 국내에서 최고라고 말해요. ‘말이산 고분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를 앞두고 있어요.

-시인으로서의 삶에 만족하는지
▲시가 잘 쓰여지지 않으니 만족하지 않아요. 일반적인 사람들이 보면 “시를 쓰는 사람이니까 시가 술술 나오겠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를 쓴다는 게 참 어려워요.
시를 읽는 건 짧은 순간이고 한 번 밖에 읽지 않는게 시이지만 쓰는 사람은 온갖 생각에 사로 잡혀 고통 속에서 탄생하는 게 문학이거든요.

-시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독서도 많이 하고 꾸준한 습작을 거듭해야 하겠지요. 습작도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등단을 하고 싶어 합니다. 시도 되지 않는 것을 몇 편 써서 기성시인에게 보여서 고쳐주고서 등단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요. 그저 등단하고 싶은 욕심만 가득차 있는 사람에겐 글이 되지 않습니다. 나중에 시 한 편 내라고 하면 글이 되지 않아 어쩔 줄을 몰라요.
저는 기성시인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잘 아는 사람이나 문학단체에 속해 있는 회원을 문학지에 천거해서 문학지나 팔아주고 주고 술대접이나 받는 풍토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요. 등단해봐야 글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어설픈 단어 몇 개를 나열했다고 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혹독하게 문장 수련을 하지 않고는 글이 되지 않습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비로소 정상이 보이는 것처럼, 끝없이 고통스런 습작을 통해서만 좋은 시가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등단 조금 먼저 하면 뭐해요. 등단은 늦게 해도 좋은 시를 써야지요. 습작기를 오래 한 시인일수록 좋은 작품을 쓸 수가 있습니다.

-시인 중에서 가장 누구를 존경하는지,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는 기라성 같은 훌륭한 시인들이 참 많습니다.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은 많은데 좋은 시를 쓰고 훌륭한 인격을 갖춘 시인이 많아야겠지요. 그러나 시는 좋은데 시인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훌륭한 사람이 좋은 시를 써야 좋은데 그렇지 못한 사람도 좋은 시를 얼마든지 쓸 수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신(神)의 실수라고 해야겠지요. 문단의 이권에 얽매여 파벌이나 조성하고 문단 권력에 아부하며 문단 직함을 중요시하며 자신을 뽐내고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하는 문인들도 있어 문인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는 것을 가끔 봅니다.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인 이생진, 이시영, 문인수 시인 등이 있어요.

▲ 지난달에 개최된 조연현 문학기념 백일장에서 이명호 시인이 함께한 모습.
-현재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 문학단체는
▲한국문인협회라는 전국 문인협회와 경상남도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와 경남펜클럽 지역협회, 함안문인협회는 제가 살고 있는 곳의 문학단체이고 경남시인협회, 남도시문학회와 창원에 문학관을 두고 있는 가락 문학회 등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인으로서의 앞으로 활동과 각오는
▲글쎄요. 변방의 한 지역에서 문학 활동이란게 한계가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거의 도시로 빠져 나가고 노령인구만 늘어나는 현실에선 문학행사나 활동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서사시나 장시를 쓰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묻힌 지방의 근대사나 가족사 등을 담아 수난의 역사를 장시로 풀어서 쓰고 싶습니다.

-함안문인협회의 회원 수는 얼마나 되며 연중 어떤 활동을 하나요
▲약 40여명 됩니다. 연중행사는 봄철에는 아라제 행사시에 아라백일장, 가을에는 함안예술제 행사기간에 조연현 백일장 및 시낭송대회 등이 있고 여름에는 문학의 밤, 찾아가는 문학 활동으로 특정 지역으로 선정된 한 마을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평생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글로 표현하여 시화전을 여는 문화우물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유명한 문인들을 초청하여 행사를 여는 문학 강연 등의 부정기적인 문학행사가 있습니다. 1년에 한번 발행하는 문학회지 ‘함안문학’지가 있지요. 2015년 말에 발행될 예정인데 올해가 ‘함안문학 26집’이 되겠군요. 제가 편집장을 맡아 회원들의 원고를 모으고 기획하고 편집을 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언젠가 조정래 소설가가 인문학에 대해 강의하는 걸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과거의 역사를 망각한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습니다. 수많은 외세의 침략과 수난의 역사를 겪어온 대한민국은 지금도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긴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잠자던 사자라는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부터 우리나라 경제가 민감하게 요동치고 있는데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신개발 관련 정보를 팔아넘기는 매국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참으로 한심스럽고도 부끄러운 짓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애국은 못하더라도 매국 행위는 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 개개인이 우리나라 미래를 생각하는 자각심과 민족의식이 있어야 겠습니다. 민족의식이 깨어 있어야 우리의 역사는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함안/김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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