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과 절식요법
고혈압과 절식요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0.22 17:5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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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원/남해 들꽃 자연의학센터 원장ㆍ미국 가정의학 전문의ㆍ전 미국 의과대학 교수

얼마전 할머니 한분이 찾아 오셨다. 그날 아침까지 대학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병원의 치료방침이 너무 못미더워 찾아오셨다며 말문을 여셨다. 팔순이 가까운 할머니는 고혈압, 심장질환, 우울증, 치매 증상으로 여섯가지 이상의 약을 들고 계셨다. 약 2-3주 전에 항문으로 출혈이 있어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급하게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니 다행히 큰 문제는 없고 대장의 염증 부위에서 출혈이 되었다. 큰 문제가 아니니 퇴원하여 관리하면 되었는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 일어났다. 노환에 많은 약을 들고 계시니 좀 더 정밀검사를 해보자 해서 병원을 따랐다. CT스캔을 포함해 말 그대로 종합검진을 받았다. 검사 결과 폐동맥에 혈전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폐동맥의 혈전은 폐색전증이라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두가지 문제가 대두 되었다. 대장 출혈과 폐동맥의 혈전이다. 이런 경우 의사는 더 위중한 문제를 우선으로 치료하게 된다. 폐동맥의 혈전을 녹인다고 와파린이라는 강력한 혈전용해제를 처방했다. 와파린이 혈액응고를 억제하니 대장 출혈이 더 심해졌다. 출혈에 의한 빈혈 때문에 수혈을 해도 와파린을 쓰는 한 출혈 문제는 해결 되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란의 상황에서 의료진은 어쩔줄 몰라하고, 환자는 환자대로 건강 상태는 나아지지 않고 더 악화되니 의료진을 믿지 못하고 불안해지게 된다. 급기야 할머니 가족들은 병원에서 강제로 퇴원시켜 필자를 찾아온 것이다. 병원의 진료기록을 살펴보고 진찰을 한 결과, 심부전증이 심해서 폐와 다리, 몸에 물이 많이 차있고, 호흡곤란으로 거동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거동이 불편하여 움직이지 못하니 대장에는 대변이 꽉차있어서 배는 불룩하게 부풀어 올랐다. 발음은 어눌하고 정신은 명료하지 못했다. 문제는 한시라도 빨리 몸에 차있는 불필요한 물을 제거하고, 대장에 있는 엄청난 양의 대변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나는 먼저 들고 계시는 약을 모두 끊도록 하고, 절식 프로그램을 처방했다. 모든 음식을 끊고, 하루 300칼로리 정도의 최소한의 영양과 비타민, 미네랄 공급을 위해 사과, 당근 쥬스, 야채 수프, 차가버섯, 생강차, 약간의 소금, 그리고 물만 드시게 했다. 배고픔의 고통을 참고 할머니는 열흘 간의 절식 프로그램을 잘 견뎌내셨다. 결과는 우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먼저 몸이 반쪽으로 준 것처럼 홀쭉하게 변했고, 늘 숨이차고 힘들어서 거동을 하지 못했는데, 자유롭게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늘 대변을 조절하지 못해서 기저귀를 차고 계셨는데, 스스로 화장실에 가서 용변을 보게 되었다. 기억력은 더 좋아지고, 정신상태나 말하는 것은 더 명료해졌다. 본인은 물론 가족 모두가 드라마틱한 변화에 모두 놀랐다. 절식의 효과이다.


현재 우리는 질병 치료에 너무나도 지나치게 약물에 의존한다. 질병이 생긴 것에는 반드시 원인이 되는 문제가 있는데, 그 근본 문제는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손쉽게 약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나라에 비해 의사의 약물 처방이 지나칠 정도로 과하다. 심지어 환자들은 의사가 많은 약을 처방해 주어야 훌륭하고 실력이 있다고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약은 양날을 가진 검이다. 좋은 약효가 있는 반면, 원치 않는 부작용도 있다. 특히 여러 개의 약을 한꺼번에 먹으면, 상호작용을 해서 어떤 부작용을 유발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 호에 고혈압을 치료하는데 모세혈관의 혈액순환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모세혈관의 혈액순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혈액의 점성도와 적혈구의 응집상태라고 하였다. 예를 들어 고인웅덩이의 물을 생각해보자. 순환이 잘되는 웅덩이 물은 썩지 않지만 고인 물은 썩게되는 것이 이치이다. 썩은 물을 깨끗하게 한다고 소독약을 넣고, 살충제를 뿌린다고 썩은 물이 깨끗해지지는 않는다. 썩은 물은 빼버리고 깨끗한 물을 넣고 순환이 잘되게 해야 웅덩이 물이 깨끗해질 수 있다. 고혈압을 약으로 고치려는 것은 마치 살충제, 소독약으로 오염된 웅덩이 물을 깨끗케 하려는 것과 같다. 더 근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동맥, 정맥, 모세혈관에 있는 모든 혈액을 웅덩이의 물이라 생각해 보자. 오염되지 않고 깨끗한 음식을 적은 양으로 공급하고, 노폐물, 독소, 과잉 영양분은 제거해야 혈액이 깨끗해지고 혈액순환이 잘 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우리 몸의 60조 개나 되는 각각의 세포에 모세혈관이 연결되어 있다. 이 모세혈관을 통해 각각의 세포에 영양분과 산소가 공급되고, 노폐물과 이산화탄소는 배출된다. 우리 몸의 모세혈관을 한 줄로 연결하면 10만 Km나 되는데, 이는 지구를 두바퀴 반이나 돌 수 있는 거리이다.

혈액의 점성도를 증가시키고 적혈구의 응집력을 높이는 원인은 무엇일까? 심한 스트레스, 음주, 흡연, 과도한 육류의 지방이나 단백질 섭취, 고염분, 고당분 음식 섭취, 운동 부족, 이 모든 것이 원인이 될 수가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스트레스이다. 우리가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게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그 영향으로 혈관은 좁아진다. 뿐만 아니라 피브리노젠이라는 혈액응고 물질이 많이 분비되는데, 이는 혈액의 점성도를 높여 끈끈하게 하며, 적혈구의 응집력을 높여서 혈액을 뭉치게 하고 혈관을 막게 한다. 한국의 40-50대 남성의 급작스러운 돌연사의 대부분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의한 급성 심근경색증, 즉 심장마비이다. 그럼 어떤 치료가 혈관을 깨끗하게 할 수 있을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절식이나 생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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