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한반도 진입 정부입장 분명해야
자위대 한반도 진입 정부입장 분명해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0.29 18:3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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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균/(주)동명에이젼시 대표·칼럼니스트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계기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우리 측이 일본 자위대의 북한지역 진입 시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문제를 제기했으나 일본 측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피력했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놓고 논란이 일 때마다 우리 측 사전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한 정부의 다짐이 무색해졌다. 집단적 자위권을 확대하는 안보법안의 의회 통과 이후 일본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정부는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하는 일이 없도록 상황을 관리하고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 역량을 높여 나가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북한은 헌법상 대한민국의 영토이기 때문에 일본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 들어가려면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대한민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의 남쪽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 주권이 북한에는 미치지 않으므로 자위대의 북한지역 활동에 대해서는 동의가 필요 없다는 취지다. 이런 태도는 잘못이다. 일본이 상정하는 자위대의 북한지역 활동은 미군을 지원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미군이 북한지역에서 활동하려면 한-미 동맹 정신에 따라 한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일본 방위상의 이러한 입장에 한 국방장관은 뚜렷하게 이의를 제기하지도, 논의를 이어가지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 발언을 아예 공동 보도문에서도 뺐고, 회담 후 브리핑에서도 일절 밝히지 않았다. 일본 방위성이 이날 밤 일본 언론에 이 내용을 흘리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자위대의 북한 진입 문제는 우리의 영토주권뿐 아니라 한반도 유사시 통제·관할권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지난달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안보법제를 통과시킨 일본이 한반도 문제와 자위대의 역할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국토 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한 국방부 장관은 그런 중요한 발언에 대해 그냥 흘려보냈고, 국민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북한을 겨냥한 외국군의 활동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자위대의 활동은 북한의 격렬한 대응을 유발해 우리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 어떤 경우든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자체에 대한 국민의 우려도 크다는 사실이다.

우리 국민은 일본 정부의 움직임에 걱정이 앞선다. 아베 정권은 최근 새로운 안보 법안을 만들어 사실상 평화헌법을 무력화시켜 자위대 해외파병의 길을 열어놓았다.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나선 미국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서 일본 자위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 통제권은 미군에 있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요청이나 암묵적 동의 아래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발을 들여놓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일본의 군사적 침략과 식민지 지배라는 뼈아픈 역사를 가진 우리로서는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전체를 작전 영역으로 삼는 길이 열리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다. 조만간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1965년 체결된 한·일 기본조약 3조에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확인한다”는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잊었는가. 대한민국 헌법상 우리의 주권 관할 범위는 ‘한반도 및 그 도서지역’으로 명문화돼 있다. 식민지배로 한반도 분단의 원인을 제공한 일본이 ‘휴전선 이남’만을 대한민국의 유효 지배라고 강변하는 것은 역사적 특수성을 무시한 처사다. 하지만 일본의 ‘실효 지배’ 논리를 독도 문제에 적용할 경우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며, 국제법상 대한민국이 독도를 실효 지배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점을 만천하에 인정하는 꼴이 된다. 자가당착에 빠진 일본의 말장난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군사 대국화를 표방하며 극우주의로 치닫는 아베 정권이 한반도 영역에서 마음 놓고 군사활동을 할 경우 가뜩이나 불안정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더욱 요동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미국과 일본에 보다 분명히 밝혀야 한다. 더 이상 국민 불신을 자초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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