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 정직으로 성공한 농산물 중매인 26번
성실 정직으로 성공한 농산물 중매인 26번
  • 허홍구 기자
  • 승인 2011.06.0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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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진주공판장 전중택 중매인

▲ 농협진주공판장 26번 중매인 전중택씨 부부가 자신의 가게에서 낙찰받은 농산물을 둘러보고 있다.

진주시 초전동 농산물도매시장의 농협진주공판장 26번 중매인 전중택(56)씨. 그는 30여년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중매인으로 진주를 중심으로 한 서부경남지역 농가들에 생산한 농산물을 낙찰받아 주로 도·소매상에 판매해 연간 60여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농협진주공판장의 ‘큰 손’으로 통한다.


부인과 함께 농협공판장에서 도매상을 운영하는 전씨는 자신의 중매인 번호를 26번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농산물 중매인으로 사업이 비행기가 이륙하듯이 힘차게 비상하라는 뜻으로 26번을 선택했다’고 한다.

◇군 제대후 농산물 중매인 입문
전중택씨는 진주시 금곡면 출신으로 진주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국내 최대 농기계 생산업체이자, 진주에서는 ‘꿈의 직장’인 대동공업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몇년후 군에 입대해 야전병원의 군수과서 행정업무를 담당하다 전역한 전씨는 역시 진주농협공판장에서 중매인으로 일하던 매형의 권유로 농산물 중매인으로 직업을 바꿨다. 주로 수박과 사과, 배, 단감 등 과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전씨는 지금도 1년 365일 중 360일 정도는 쉬는 날 없이 근무를 할 정도로 농협진주공판장에서는 최고로 성실하고 정직한 중매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진주시 초전동으로 진주농산물도매시장이 이전해 오기 전인 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에 농산물공판장이 있던 시절에는 지금처럼 개인의 점포도 없었고 근무조건이 열악했지만 시작부터 남들보다 몇 배나 억척스럽게 농산물 중매인으로 일한 전씨는 지금은 농협진주공판장에서 ‘성공한 중매인’으로 남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일과게하는 부인 만난 성공 일궈
비록 20대 중반의 나이에 젊은이들이 하기를 꺼리는 농산물 중매인을 직업으로 선택했지만, 전씨는 남들보다 적어도 한시간 일찍 시작해 한시간 늦게까지 일을 했다. 수년간 하루도 쉬는 날 없이 공판장에서 일에만 매달리자 중매인을 권유한 매형이 “이제 결혼도 해야되지 않겠느냐”며 “참한 색시감이 있다”고 소개해 부인 김옥이씨를 만나게 됐다.

부인 김씨는 결혼 당시 지금의 진주시청 옆 자유시장에서 장인 장모와 함께 과일가게를 운영했는데, 농산물공판장에서 가게에서 팔 물건을 구입해 가던 김씨를 눈여겨본 전씨의 매형이 자신의 처남댁으로 낙점해 놓고 소개를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전씨와 김씨는 둘이서 다방에서 만나 커피도 한잔 안마셔보고 결혼식을 올렸고, 단칸셋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해 둘이서 한 몸이 되어 30년을 진주농협공판장 중매인으로 일을 하고 있다.

◇‘정직이 최고의 장사 밑천’
농산물 중매인은 농산물 생산농가와 상인,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이른 아침 농가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공판장에 출시되면 이를 경매 받아 일정 수수료를 받고 도매상과 소매상들에게 넘긴다.

30여년간 중매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전중택씨는 ‘정직이 최고의 장사 밑천’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이익을 좀 더 남기기 위해 질 낮은 농산물을 싼값에 경매 받아 비싼 값에 되팔면, 한 순간은 돈을 좀 벌지 몰라도 얼마가지 못해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게 되고 손님을 잃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씨는 항상 최상의 농산물을 제값에 경매 받아 적정 이윤만 남기고 일반 상인들에게 넘긴다. 혹시 농산물 값이 조금 비싸고 이익이 좀 적게 남더라도 가장 좋은 물건을 낙찰받아 되팔면 그 물건을 사가는 상인들이 오랫동안 변치않는 단골손님이 되고 최고의 고객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농산물 중매인으로서의 삶의 철학이 오늘의 농협진주공판장에서 최고로 성공한 전중택씨가 있기까지 밑거름이 된 것이다.

◇값보다 맛있는 농산물 찾는 시대
전씨는 “예전에 지금보다 우리 국민의 개인소득이 낮던 시절에는 수박 한통을 살때면 소비자들이 상인들에게 잘 익었는냐고 물었지만, 지금은 맛이 있느냐고 묻는다”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졌고, 물건 고르는 인식도 변했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진 만큼 전씨는 가장 좋은 농산물을 최고의 가격에 낙찰받아 중도매상들에게 넘겨주기 위해 농협진주공판장에 물건을 내다파는 생산농가들에 대해 모든 것을 꽤뚫고 있다. 그들이 어떤 토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으며, 농약사용은 얼마나 하는지, 그지역 기후조건은 어떠한지까지 파악해 농산물을 낙찰받는다.

간혹 장마철에 많은 농산물을 낙찰았다가 팔리지 않아 썩어 내다버리는 비용이 더 들때도 있긴 하지만, 전씨를 믿고 그가 낙찰받은 농산물을 도매로 구입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중도매상들에게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때로는 손해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씨를 찾는 중도매상은 진주뿐만 아니라 도내의 창원과 거제, 사천은 물론 서울과 부산까지 단골을 확보하고 있다.

◇부부사랑 주위 부러움 대상
전씨의 얼굴에는 항상 웃은 인상이다. 전씨 뿐만 아니라 그의 부인역시도 얼굴에는 미소를 머금고 있다. 이들부부는 실제나이보다 열 살 정도는 적어 보인다. 전씨는 아침 일찍부터 공판장에나와 하루 12시간 이상을 부인과 함께 생활하고 어떤 때는 일이 힘들때도 있지만 옆에는 항상 사랑하는 아내가 있기 때문에 힘든줄을 모른다고 약간 쑥스러운듯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이 무슨 복으로 이렇게 좋은 여자를 아내로 맞게 되었는지 항상 감사하며 즐겁게 산다며 지금의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면서 웃음을 잃지 않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부인 김옥이씨 역시 얼굴 한번 보지 않게 결혼해 30년을 살고 있지만 전씨가 세상에서 최고의 남편이라고 자랑한다.

따라서 이들 부부는 결혼후 하루 24시간을 같이하면서도 일과생활 이후에 취미생활과 운동도 함께 할 정도로 부부간의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아들내외도 중매인 준비 한창
전씨와 김씨 부부사이에는 1남1녀의 자식을 두고 있다. 아들인 전민제(28)씨는 지난해 결혼해 아직까지 달콤한 신혼생활에 젖어있을 때지만 이들 젊은 부부는 농협공판장에서 부모의 일을 돕고 있다.

전씨는 아들에게 자신의 중매인 일을 물려줄 계획이다. 아들 민제씨 역시 흔쾌히 아버지의 일을 이어가고 싶어한다. 민제씨는 “처음에는 고생하시는 부모님의 일을 거들어주기 위해 시작했지만, 나 역시 아버지와 같은 주위에서 인정받는 중매인이 되고 싶고 아내도 이일에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전중택씨 가족은 농협진주공판장의 26번 중매인으로 자신들을 찾는 고객들에게 좀 더 맛있고 신선한 농산물을 좋은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항상 웃음 띤 얼굴로 오늘도 최고의 하루를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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